안녕하세요! 히치하이커 대표, 김다영입니다. 2024년 히치하이커의 첫 여행지는 바로 아랍 에미리트의 두바이입니다.
이번 출장을 준비하면서 들었던 생각, 그리고 두바이에서 무엇을 조명하려고 하는지 간단히 소개해 봅니다.
올해 첫 여행지가 ‘두바이’인 이유
저도 여행 취재를 시작한 15년 간 이 나라 저 나라 꽤 가봤다고 생각했는데, 두바이를 경유지로도 가보지 않았더라고요. (중동은 환승 호텔로 카타르에 머무른 게 전부입니다) 2024년의 연간 목표 중에 ‘지금까지 한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도시를 위주로 출장지를 정한다’는 목표가 있어서, 중동 지역은 높은 위시리스트 순위에 있었습니다. 특히나 다음 두 가지 면에서 중동 시장에 관심이 있는데요.
첫번째 측면은 ‘여행(outbound)’의 관점입니다. 사실 팬데믹이 풀리고 나서 여행시장이 2019년으로 돌아왔다고는 하지만, 전통적인 현업(여행사)에 계신 많은 분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는 건 ‘예전같지 않다’일 것입니다. 어쩌면 제가 책에 썼던 대로 이전의 시장은 이미 사라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환율 장기화로 유럽/미주 등 장거리 시장은 자유여행조차 활성화가 어렵고, 가장 큰 일본시장은 개별여행이 대세죠. 중국과 동남아 상품은 가격 양극화가 고착되는 추세입니다. 팬데믹 직후 몽골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렸듯이, 이제부터의 여행시장에는 새로운 ‘데스티네이션’이 절실한 상황이죠.
중동은 새로운 대안입니다. 오랫동안 빗장을 걸어잠갔던 사우디를 필두로 오만과 카타르 등 다양한 중동 국가들이 손짓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동 관광시장의 압도적인 선두는 단연 아랍 에미리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조사를 해보니, 국내에 유통되는 두바이 여행 콘텐츠는 정보량이 지극히 한정적이더라고요. 환승을 통한 초단기 여행 후기가 압도적으로 많고, 쓸만한 정보는 두바이 거주자의 극소수 블로그 뿐입니다. 중동의 1등 여행지 조차도 한국에는 제대로 알려져 있지조차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좋은 여행상품도 나올 수가 없겠죠. 중동 고유의 매력을 국내에 알린다는 측면에서 저에게도 무한한 기회가 열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번째 측면은 ‘관광(inbound)’의 관점입니다. 중동 인구는 4억 6천만명으로 동남아 전체 인구인 6억 7천만명의 뒤를 잇는 굉장히 큰 소비자 시장입니다. 그렇다면 중동의 여행자들은 무엇을 통해 여행지를 선택할까요? 한국과 한국 문화에 우호적인 감정을 가진 중동 여행시장은 우리에게 크고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5월 초에 열리는 중동 최대 규모의 여행 무역 행사 ‘아라비안 트래블 마켓’은 중동 여행시장의 최신 흐름을 읽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중동의 Z세대가 여행하는 법부터 세계 최대 규모라는 중동의 항공산업까지 아우르는 컨퍼런스에서, 중동 여행자들의 트렌드를 읽어올 예정입니다.
두바이, 무엇을 조명할 것인가
가장 큰 목적은 아라비안 트래블 마켓 2024에 미디어로 참석해 중동의 여행산업 현황을 취재하는 것입니다. 팬데믹 이후 첫 취재였던 작년 ITB ASIA 때는 사실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산업 무역 행사는 참석업체와 프로그램에 대한 면밀한 준비가 요구되는데, 싱가포르에서는 컨퍼런스 취재에 너무 시간을 쏟느라 업체들은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컨퍼런스 비중을 줄이고 개별 기자회견 및 부스 탐색 및 신규 업체(호텔 등)를 통해 유튜브로 소개하는 콘텐츠를 기획할 예정입니다.
또한 같은 기간에 두바이 시내 전역에서 ‘두바이 푸드 페스티발‘이 열립니다. 미식은 제 여행 테마 중 탑 3에 들어가니, 참 운이 좋네요. 이미 여러 행사들을 탐색하고 일정을 잡아둔 상황입니다. 아쉽게도 행사가 이미 4월부터 진행되고 있던 터라, 꼭 해보고 싶은 푸드 투어는 이미 매진이네요. 그래도 여러 행사에 아직 참가가 가능해서 최대한 경험해볼 예정입니다. 세계적인 관광지의 음식 축제는 과연 어떨지, 인프라부터 현장 분위기까지 모두 궁금하네요.
또 하나의 큰 이벤트가 더 있는데, 바로 ‘월드 아트 두바이(World Art Dubai)‘입니다. 한국의 대형 아트페어와 비슷한 행사인데, 관객 참여형 워크숍이 아주 많습니다. 이 행사 역시 트래블 마켓이 열리는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서 열려서, 하루 날잡아서 다녀올 예정입니다. 무려 4000개의 작품이 걸리고 60개국에서 참여하는 초대형 아트 행사라 정말 기대가 됩니다. 특히 예술 산업이 관광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많아서, 아트 테마의 장소를 몇 군데 연계해서 다녀올 계획입니다.
이외에도, 저는 이제는 찾기 어려운 아랍 에미리트 연합의 전통 문화와 고유의 흔적을 최대한 찾아보려고 합니다. 한국에서 두바이는 버즈 알 아랍이나 팜 주메이라, 두바이몰과 같은 매우 현대적인 이미지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올드 두바이를 느낄 수 있는 숙소와 투어 등을 일부러 예약했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두바이를 벗어나 좀더 에미리트 건축물이 많이 남아있는 샤르자까지 다녀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히치하이커, 인플루언서와 미디어를 넘어
저는 해외여행 매거진의 기자를 그만둔 이후 약 15년간 여행 블로그를 운영해 오면서 지금의 커리어를 만들었습니다. 끊임없이 여행지와 여행 테마를 찾고 설계하는 과정에서 저만의 확고한 관심사와 취향을 찾게 되었고, 처음으로 온전히 집중했던 분야가 ‘호텔’입니다. 전 세계 200여 곳의 호텔을 여행하면서 책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를 출간한 계기로 여행산업 전체에 큰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대륙별 여행산업의 현재를 좀더 깊게 공부하기 위해 여행 무역 행사나 박람회가 열리는 나라에 가서 취재와 여행을 함께 하는 방식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 결과물이 책 <여행의 미래>입니다.
다만 팬데믹 이전까지 해외에서 저의 포지션은 ‘인플루언서’나 ‘블로거’에 가까웠습니다. 블로그 외에는 파워풀한 매체를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부 폐쇄적인 행사에 입성하려면, 싫어도 레거시 미디어(프린트 매거진)의 힘을 빌려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짐한 건, 개인 리뷰 차원의 블로그를 벗어나 반드시 ‘매체’를 만들어야겠다는 것이었어요. 동시에, 수익구조부터 콘텐츠까지 모든 것이 기존의 미디어와 달라야 했습니다. 그렇게 2019년 오픈한 팟캐스트를 시작으로 2022년 유튜브로 옮겨오면서 히치하이커는 TV가 되었고, 다행히 짧은 시간에 많은 구독자가 모여 주셔서 나름의 매체력을 갖게 됐습니다.
히치하이커는 언론이나 미디어의 틀에서 돌아가는 매체가 아니라, 오히려 콘텐츠 커머스에 가까운 매체가 되고자 합니다. 여행이라는 분야가 가진 특성상, 소비자들은 좋은 여행 정보를 보면 그 상품을 구매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언론’ 모델에서는 전환율을 수익으로 만들 수 없죠.
저는 제휴 마케팅 모델을 적극 도입한다는 면에서는 블로그와 유사하지만, 정보의 정확성이나 전문성에서는 기존 언론을 보완하는 매체를 만들고자 합니다. 또한 리뷰 콘텐츠(인사이트 트립)에서는 인플루언서에 가까운 콘텐츠를 지향하려고 합니다. 이는 지금까지 없었던 미디어 모델이어서,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 떠날 몇 차례의 ‘미디어’ 트립에서, 충분히 그 가능성을 시험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 첫번째 행선지인 두바이에서, 곧 다시 소식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