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한 변화와 재편을 맞으면서, 단기 임대 및 숙박 시장도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는 중이다. 특히 최근 몇 년 간 호텔과 단기 임대 플랫폼 간의 갈등은 단순한 서비스 차원을 넘어 광고 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에어비앤비(Airbnb)와 힐튼(Hilton), 그리고 버보(Vrbo)가 선보인 광고는 단순한 프로모션을 넘어 경쟁사의 약점을 공격하는 전략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메시지가 모든 시장에서 효과적일까?
오늘 페이스북에서 위 영상의 에어비앤비 광고를 보고 ‘참 설득력이 떨어지는데 왜 이런 광고를 계속 하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느끼는 불편한 감정이 나만 느끼는 건가 싶어 자료를 찾아보니 정리할 만한 타임라인이 좀 보인다. 히치하이커닷컴에서는 에어비앤비가 만든 이 광고 메시지가 탄생하게 된 맥락과 의미를 다각도로 접근해보고자 한다.
숙박 시장의 광고 전쟁 히스토리
1. 힐튼의 공격 (2022년)
힐튼은 2022년 “Hilton. For The Stay” 캠페인에서 에어비앤비를 겨냥해 공격적인 광고를 선보였다. 힐튼은 단기 임대 플랫폼의 불확실성과 불편함을 강조하며, 호텔이 제공하는 안정성과 신뢰성을 부각했다. 광고는 “휴가는 즐거워야지, 숙박이 악몽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통해 여행자들에게 호텔의 가치를 각인시키려 했다. 이 광고는 이전에 히치하이커닷컴에서 다룬 바가 있다.
2. 에어비앤비의 반격 (2023년)
2023년부터 에어비앤비는 “Get an Airbnb”라는 새로운 캠페인을 론칭하며 힐튼의 광고에 정면 대응했다. 호텔이 제공하는 공간의 제한성과 수영장 같은 공용 시설의 불편함을 부각시키며, 에어비앤비가 제공하는 프라이버시와 맞춤형 여행 경험을 강조했다. 특히 이 광고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친근하고 창의적인 접근법을 취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호텔을 정면으로 공격하는 메시지를 글로벌 광고를 통해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그러다가 ‘여행가서도 (아이들에게) 시달릴래?’ 류의 무리수로 한국에서 큰 논란을 낳았다.
3. 버보의 도발 (2024년)
2024년에는 익스피디아의 주택 임대 플랫폼 버보가 에어비앤비를 정조준한 광고를 내놓으며 경쟁에 가세했다. “Relax, Host Free Stays”라는 제목의 광고는 불편한 호스트와의 상호작용을 풍자하며, 버보의 프라이빗 숙소가 제공하는 장점을 부각했다. 에어비앤비가 강조하는 ‘현지 호스트와의 교류’가 모든 여행자에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을 조롱하며 자사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광고 전쟁의 효과와 여론
미국 시장에서는 Airbnb, Hilton, 그리고 VRBO의 광고 전쟁이 분명한 성과를 거두었다. YouGov BrandIndex의 2024년 상반기 데이터에 따르면, 세 브랜드는 광고 침투율(Ad Awareness) 면에서 미국 숙박 브랜드 중 나란히 상위권에 올랐다. Airbnb는 22.8%로 1위를 차지했으며, Hilton(17.7%)과 VRBO(13.9%)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Airbnb는 2023년 하반기와 2024년 상반기를 비교했을 때, 광고 인지도가 4.1%포인트 상승해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에어비앤비는 2024년 초에 가장 낮은 점수(16.8%)로 시작했지만, 2월 중순에는 23.2%까지 상승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광고 침투율은 인지도이며, 인지도는 호감도와는 다르다. 미국 레딧의 ‘보기 싫은 광고’ 포럼에는 어김없이 에어비앤비 광고에 대한 반응이 등장했다. (링크) 광고에서 강조하는 호텔 대비 에어비앤비의 장점이 실제 경험과는 큰 괴리가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예를 들어, 광고에서는 독립적인 공간과 프라이버시를 내세웠지만, 실제 사용자들은 청소비를 지불하고도 직접 청소를 해야 하거나, 엄격한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또한, 에어비앤비가 주거 지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언급됐다. 이웃에 에어비앤비 숙소가 생기면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파티, 과도한 주차 문제, 심지어 지역 커뮤니티의 파괴까지 초래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사용자는 에어비앤비가 원래는 주거용으로 쓰여야 할 공간을 차지해 주택 부족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레딧의 반응은 에어비앤비 광고와 사용자의 실제 경험의 불일치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에어비앤비가 광고를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편안함, 독립성, 프라이버시)가 실제 사용자 경험과 어긋날 경우, 광고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미국 내에서 높은 광고 침투율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은 에어비앤비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임을 보여준다. 광고를 통해 얻은 인지도와는 별개로, 브랜드의 서비스 품질과 고객 만족도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부정적 의견은 브랜드 이미지에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시장에서 이 메시지가 무리수인 이유
한국 시장에서는 위 3사 광고 중에 에어비앤비의 글로벌 캠페인만 송출되고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맥락을 전혀 모르는 한국 시장에서, 에어비앤비의 호텔 공격은 매우 뜬금없는 메시지로 다가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문화적인 맥락, 단기임대 시장의 변화도 많이 놓친 메시지다.
첫째, 한국의 해외 숙박 문화는 미국과 다르다. 호텔의 공간 제약이나 공용 시설에 대한 불만이 크게 부각되지 않으며, 오히려 호텔이 훨씬 더 프라이빗하고 안전한 숙소라는 이미지가 강력하게 존재한다. 에어비앤비는 한국에서 가격민감성이 작동하는 여행 플랫폼인데(럭셔리 이미지가 거의 없는 브랜드),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과 단순 비교를 하는 메시지는 무리수로 보이는 것이다.
둘째, 최근에는 메리어트 등 주요 호텔들도 복수의 객실과 독립적인 수영장을 가진 가족형 풀빌라를 아시아 시장에 다수 내놓고 있다. 글로벌 광고에서 계속해서 강조하는 ‘호텔의 불편함’이 한국 소비자에게 잘 다가오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에어비앤비의 모든 숙소가 ‘우리 가족만 머물 수 있는 독립적인 숙소’를 제공하는 것도 아닐 뿐 더러, 그런 독채 렌탈은 호텔만큼 또는 호텔보다도 비싸다. 왜 에어비앤비가 이제와서 호텔과의 차별화를 굳이 하려는지도 사실 모르겠다. 그럴수록 호텔업계는 에어비앤비가 가진 안전의 취약성과 호스팅 서비스의 복불복을 강조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에어비앤비가 한국에서 맞닥뜨린 노키즈존 논쟁처럼, 특정 소비자층을 배제하는 정책이나 메시지가 부정적으로 인식될 위험이 있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브랜드의 사회적 책임과 포용성을 매우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특정 경쟁사의 단점을 부각하는 광고보다는, 자사의 장점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며 신뢰를 쌓는 접근이 더 효과적이다.
결론적으로, 에어비앤비와 호텔 간 광고 전쟁은 미국 시장에서는 효과를 거뒀지만, 한국에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메시지를 무작정 차용하기보다는, 지역별 소비자 특성을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팬데믹 이후 한국 시장에서의 전략적 방향성을 보면, 글쎄다 싶은게 너무 많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