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조호바루에서 1월 15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되는 아세안 관광 포럼(ATF) 2025의 두번째 날입니다. 오늘은 주최국인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아세안 4개국의 프레젠테이션이 있었습니다. 히치하이커닷컴이 조호바루에서 전해드리는, ATF 2025 두번째 날의 주요 뉴스입니다.
싱가포르 : 개별여행 중심의 관광 전환
싱가포르는 2025년 주요 관광 정책으로 “메이드 인 싱가포르 (Made in Singapore)” 캠페인을 중심으로 독창적인 로컬 경험과 신규 관광자원을 활용한 개별여행(FIT) 중심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여전히 크루즈 산업을 통해 아세안과의 협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올해 처음으로 트라벡스에 부스를 차리지 않은 것은 싱가포르의 주요 타겟 마켓 소비자들이 여행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FIT 또는 MICE로 들어오고 있음을 의미하는 걸로 해석했습니다.
신규 관광자원으로는 2024년 6월에 오픈한 뉴 바루(New Bahru)가 눈에 띄었습니다. 40개의 젊고 혁신적인 로컬 비즈니스를 모아 독창적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만다이 레인포레스트 리조트 바이 반얀트리(Mandai Rainforest Resort by Banyan Tree), 래플스 싱가포르 센토사 등 럭셔리 숙박 시설이 2025년에 문을 열고, 포르쉐 익스피리언스 센터는 2027년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기존 자원은 확장 및 리뉴얼됩니다. 리조트월드 센토사는 2025년에 미니언 랜드와 슈퍼 닌텐도 월드, 신규 싱가포르 오셔나리움을 선보일 예정인데요. 이는 기존 SEA보다 3배나 크다고 하네요. 마리나 베이 샌즈도 장기적으로 새로운 럭셔리 타워와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추가할 계획입니다.
인도네시아: 지속 가능한 관광과 프라이빗한 여행 경험
인도네시아는 2025년 관광 정책으로 클린 투어리즘 무브먼트(Clean Tourism Movement)를 내세우며, 환경 파괴와 난개발 문제에 대응하는 지속 가능한 관광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4년부터 도입된 관광세(약 10달러) 정책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2024년 성과를 보인 ‘10 New 발리’ 정책(Raja Ampat 등)을 기반으로, 올해는 다나우 토바(Danau Toba), 라부안 바조(Labuan Bajo), 만달리카(Mandalika), 보로부두르(Borobudur), 리쿠팡(Likupang) 등 5곳의 주요 관광지를 소개하며 일부 과잉 관광지에는 입장 제한을 실시합니다.
새로운 캠페인 ‘Keep the Wonder’는 프라이빗 여행 경험과 JOMO(즐기는 고립)의 트렌드를 결합해 유니크하고 럭셔리한 휴양지를 홍보합니다. 특히 싱가포르 영구 거주자 대상 비자 면제(4일), 조호바루~바탐 간 신규 배편 연결 등으로 크로스보더 관광을 확대하고, 글로벌 관광객을 유치하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게 본 대목은 중동 기자의 ‘럭셔리 여행’에 대한 대응 전략이었는데요. 인도네시아는 부호, 부자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이지만 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단체여행 형태를 벗어나 프라이빗한 경험을 줄 수 있는 에이전시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한국의 럭셔리 아웃바운드 시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점이어서 눈여겨 봤고요. 관광청도 실제로 프라이빗 젯을 써서 여행하려는 럭셔리 관광객의 컴플레인(?) 사건을 접한 후,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고 하네요.
미얀마 : 정치적 이슈에도 내수 관광 성장 & 개별여행 중심으로 변화
미얀마는 지속되는 국내 정치적 이슈로 관광 개발이 지체되고 있는 국가입니다. 그럼에도 가장 놀랐던 점은 개별여행(FIT), 특히 내수 관광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팬데믹 이전에는 국제 관광객 의존도가 높았으나, 이후 내수 여행자가 두 배 이상 증가하며 관광 시장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해외에서 가장 미얀마를 많이 방문하는 국가는 태국으로 관광 목적의 방문이 대부분이며, 이는 비즈니스와 마이스(MICE)가 중심인 중국 및 한국 방문자와 대조적입니다.
게다가 미얀마에서도 놀라고 있는 점인데요. 현재 미얀마 방문객은 58%가 개별여행으로 방문하고 있고요, 여행객의 53%가 혼자 방문하는 등 독립적인 관광 형태가 두드러집니다. 보통 개발도상국의 관광에서는 ‘여행사’ 중심의 관광산업이 먼저 성장하게 되는데요. 여행 난이도가 낮지 않은 미얀마에도 개별여행이 확대된다는 건 굉장히 주목할만한 현상입니다.
미얀마는 넓은 영토(아세안 2위)와 풍부한 관광 자원(135개 민족, 800여 개 섬, 설산 포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어드벤처, 비치, 마린 투어리즘이 부상 중입니다. 대표 관광지인 양곤, 만달레이는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이며, 두 개의 국제공항이 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다만 관광 캠페인은 제가 마지막으로 취재를 했던 5년 전에 발표했던 내용과 크게 달라지지 않아 아쉬움이 있고, 한국 및 기타 시장에서의 항공 접근성 확대도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역시나 정치적으로 안정이 되어야 관광도 적극적으로 홍보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말레이시아: 2026 방문의 해: 느림과 지속 가능성을 담은 여행의 부활
개최국인 말레이시아는 2026년 ‘말레이시아 방문의 해’ 를 통해 다양한 관광 자원을 선보이며, 지속 가능성과 전통적 여행 경험을 강조할 예정입니다.
특히 기자회견 질문답변 시간에 잠깐 소개되었던 기차 여행이 무척 흥미로워서 따로 찾아봤는데요. 느림의 미학을 즐길 수 있는 정글 트레인 여행이 요즘 조용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슬리퍼 열차는 쿠알라룸푸르 남동부의 게마스에서 출발해 말레이 반도의 티티왕사 산맥을 따라 북쪽 태국 국경 근처인 툼팟까지 526km를 달립니다. 속도는 느리지만, 현지 문화와 풍경을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여행 방식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저렴한 티켓(34링깃, 약 7.25달러)과 11시간의 여정은 관광객에게 로컬과의 교류와 말레이시아 자연을 깊이 느낄 기회를 제공합니다. 2024년 업그레이드된 철도 인프라는 이러한 기차 여행의 매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2026년 캠페인에서는 지속 가능한 여행과 지역 관광지 활성화가 중점으로, 말레이시아의 풍부한 생태 관광과 문화 유산을 전 세계에 홍보할 계획입니다. 말레이 반도뿐 아니라 보르네오 지역까지 포함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관광객들이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적인 말레이시아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