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관광 창업의 지형도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관광사업체 개업 수는 7,019개로 집계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창업 열풍이 단순히 ‘관광객이 늘어서’가 아니라 ‘개인이 해볼 만한 사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기존의 여행업에서 벗어나 콘텐츠 기반의 체험과 시설 운영 등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관련 보도 바로 가기(아시아 경제)
과거 대규모 자본과 인프라가 필수적이었던 관광업이 이제는 기획력과 운영 역량, 즉 ‘콘텐츠’가 성패를 가르는 비즈니스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히치하이커는 관광 창업이 콘텐츠 비즈니스로 수렴하는 현상, 그리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시장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는지 소개하려고 한다.
관광의 재정의: ‘산업’에서 ‘콘텐츠’로 거대한 이동 중
과거의 관광업은 호텔, 전세버스, 대형 여행사로 대변되는 하드웨어 중심의 산업이었다.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객실을 확보하고 단체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물량 중심의 비즈니스 구조에서는 개인이 설 자리가 좁았다. 그러나 최근의 창업 트렌드는 ‘관광객 이용시설업’과 ‘체험형 업종’이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한국관광공사 통계를 통해 나타났다. 2025년에 개업한 관광사업체의 53.9%는 관광객 이용시설업으로, 2019년 대비 285% 증가했다. 관광 창업의 무게중심이 ‘여행업’에서 ‘체험·이용형’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는 관광객들이 더 이상 규격화된 상품을 소비하지 않고, 자신만의 취향과 이야기를 담은 특별한 경험을 원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제 관광은 단순히 ‘어디를 가느냐’의 문제를 넘어 ‘무엇을, 어떻게 경험하느냐’라는 소프트웨어의 영역으로 이동했다. 대규모 자본이 없어도 차별화된 기획력만 있다면 개인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시장이 열린 것이다. 즉, 관광업은 이제 무형의 가치를 기획하고 유통하는 ‘콘텐츠 비즈니스’로서의 성격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따라서 콘텐츠 기획에 강점을 가진 크리에이터들이 관광 창업의 새로운 주역으로 부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탁월한 크리에이터가 관광산업으로 유입되는 이유, ‘기획력’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인바운드 여행사 ‘마이데이오프(My Day Off)’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안구(Angoo)’는 원래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BTS 팬 유튜브 채널 ‘안구정화티비’를 운영하던 크리에이터였다. 그녀는 팬덤 콘텐츠를 만들다가 그 속에서 관광 비즈니스의 기회를 발견하게 된다.
내가 이 채널을 처음 알게 된 건 2021년이다.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생일 카페(생카)를 찾아다니는 ‘생카 투어’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방탄 생카투어 정리’ 영상에서는 해외 팬들을 위해 수동으로 엑셀 작업을 해서 생카 정보를 모으는 방법을 소개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는 약 1년 후에 관광 창업 신에서 주목받았던 ‘스타트립’이라는 앱에서 편리하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당시 인바운드 관광 교육을 위한 자료 조사를 하면서 해당 영상을 발견했던 나는, 스타트립이 이러한 팬들의 번거로움을 해결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스타트립은 마이리얼트립에 인수됐지만, 서비스는 사라지다시피 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 하는 전 세계 아미(ARMY)들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던 그녀는 외국인들이 겪는 구체적인 어려움을 발견했다. “한국에 가고 싶은데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팬들의 간절함은 그를 유튜브 크리에이터에서 관광 전문가로 이끌었다. 퇴사 후 관광통역안내사(관통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여행사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인바운드 관광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마이데이오프’의 여행 상품을 보면 기존 여행사와는 확연히 다른 접근법이 돋보인다. 특히 ‘나를 발견하는 한국 여행(Rediscovering Yourself, 8 Days in Korea)’과 같이 철저히 개인의 영감과 취향에 집중한다. 단순히 명소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장인이나 동네 크리에이터를 만나며 여행자 스스로 새로운 영감을 얻도록 돕는 것이다. 이는 관광 상품이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이자 ‘콘텐츠’임을 증명한다. 사실 이 사례 말고도 크리에이터가 관광으로 진입하는 사례는 지금 너무 많아서 일일이 내가 수집한 사례를 다 소개할 수 없을 정도다.
마이크로 관광 창업, 투어 뿐 아니라 미디어 등 다양해
관광 창업의 콘텐츠화는 비단 여행사(투어 비즈니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내가 현재 운영하는 여행 미디어 ‘히치하이커’ 역시 마이크로 창업 기반의 콘텐츠 비즈니스 사례다. 히치하이커는 여행산업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정보를 제공하는 미디어 그 자체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유튜브 채널을 기반으로 업계와 소비자 모두에게 여행에 대한 관점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과거에는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투어 상품을 팔기 위한 보조 수단이었다면, 이제는 콘텐츠 자체가 독립적인 가치를 지니고 수익을 창출하는 시대다. 관광 미디어 창업은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특정 타겟에게 가공된 정보를 전달하며, 이를 통해 브랜딩과 마케팅 대행, 유료 멤버십 등 다양한 수익 모델로 확장할 수 있다. 이처럼 콘텐츠 기반의 창업은 그 형태가 매우 다양하며, 개인이 가진 전문성에 따라 무궁무진한 변주가 가능하다.
관광이 산업에서 콘텐츠 비즈니스로 전환된 배경에는 기술의 발전과 소비자 취향의 파편화가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투어 상품을 판매하고 숙소를 예약받을 수 있게 되면서 고정비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큰 배를 가졌느냐’가 아니라 ‘누가 가장 매력적인 낚시 포인트를 알고 있느냐’는 기획력의 문제다.
마치며
관광 창업의 문턱은 낮아졌지만, 생존의 난도는 높아졌다. 단순히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에서 시작해, 고객(구독자)과의 소통을 통해 니즈를 발견하고, 이를 자신만의 고유한 서사로 엮어낼 수 있어야만 한다. 이제 관광은 자본이나 경력의 싸움이 아니라 ‘기획과 운영’의 싸움이다. 또한 강력한 소셜미디어와 팬덤이 뒷받침하는 크리에이터가 전통 여행업 경력 없이도 훨씬 더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 한국관광공사 등 정부 기관이 추진하는 다양한 창업 지원 사업과 교육 프로그램은 이러한 마이크로 창업자를 더 발굴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본다. 그동안 이러한 흐름의 최전선에서 많은 예비 창업자들을 만나고 교육하는 입장에서 올해는 더 많은 콘텐츠 기반 관광 창업자가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