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기반의 전 세계 독립호텔 연합체이자 메리어트 브랜드인 ‘디자인호텔스’는 매년 호텔의 새로운 정체성과 역할을 제시하는 메시지를 꾸준히 제시하고 있다. 올해 트렌드를 전망한 ‘퓨처 포캐스트 2025 (Further Forecast 2025)‘ 보고서에서 가장 주목할 키워드는 바로 ‘커뮤니티 자본‘이다.
과연 지금의 여행 소비자들은 왜 커뮤니티 자본을 필요로 하며, 여행과 호텔은 이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히치하이커닷컴은 디자인호텔스의 2025년 보고서에 숨겨진 의미를 분석해 보았다.
커뮤니티 자본의 부상과 달라지는 여행의 이유
우선 디자인호텔스가 이러한 보고서를 작성한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대 사회의 사회적 고립을 흡연이나 비만에 준하는 공공 건강의 위기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이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과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여행과 호텔의 역할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보고서에서 주목한 개념은 커뮤니티 자본의 부상이다. 커뮤니티 자본이란 단순한 사회적 관계를 넘어서, 질 높은 관계와 사회적 유대를 통해 창출되는 실질적인 가치를 의미한다. 이는 현대인의 새로운 열망의 축으로 자리잡으며, 특히 여행의 동기와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여행은 전통적으로 휴식이나 관광이 주된 목적이었지만, 이제는 세 가지 주요한 방향과 맞물리면서 진화하고 있다.
첫째, 특정 관심사를 중심으로 한 마이크로 커뮤니티의 부상이다. 이는 대중적 경험보다 깊이 있는 소규모 커뮤니티 경험을 추구하는 현상을 반영한다. 개인적으로는 세분화된 취향을 충족하기 위한 여행은 2025년 한국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본다. 경제 전망이 어둡고 환율이 높아진 2025년에는 분명한 목적과 주제를 가지고 여행을 결심하는 목적성 여행이 아니라면 여행 소비를 줄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히치하이커는 지난 10년간 여행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던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가성비’ 여행은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다는 점을 덧붙인다.
둘째, 지식 허브로서의 여행지 역할 강화다. 단순한 방문을 넘어 교육과 기술 향상의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디자인호텔스 소속 호텔 소유주의 51%가 교육 경험이 가장 깊은 커뮤니티 감각을 형성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79%의 응답자가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해 특정 장소로 여행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호텔이 지식 교환의 허브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위에 언급한 목적성 여행의 강화를 보여준다.
셋째, 커뮤니티와 웰빙의 연관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의미 있는 관계 형성을 위한 여행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여행이 단순한 일시적 경험이 아닌,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하는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디자인호텔스의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69%가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호텔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의 56%보다 현저히 높은 수치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응답자의 84%가 호텔이 커뮤니티 감각을 창출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 호텔 커뮤니티에 소속감을 느끼는 비율은 24%에 그치고 있어, 이는 호텔 산업이 가진 거대한 기회이자 도전과제임을 보여준다. 이는 현재 호텔업이든 크루즈업이든 단체여행이든, 여행이라는 매개체를 가지고 사람을 모을 수 있는 모든 여행산업은 이 커뮤니티 자본을 사람들이 왜 원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충족시켜줄 수 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호텔은 제 3의 공간이 될 수 있을까? 커뮤니티 자본의 비즈니스화 사례
이러한 맥락에서 호텔은 단순한 숙박 시설을 넘어 ‘제3의 공간’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주장한다. 더불어 주목할 만한 것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커뮤니티의 관계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단 15%의 응답자만이 온라인 커뮤니티가 오프라인보다 더 영향력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디스코드(Discord)나 제네바(Geneva) 같은 디지털 플랫폼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든 세대가 물리적 공간에서의 만남과 교류가 중요하다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호텔은 이러한 물리적 만남의 장을 제공하는 동시에, 디지털 플랫폼과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더욱 풍부한 커뮤니티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커뮤니티 자본의 비즈니스화는 여행 유관업계에서 이미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에 소개된 시칠리아의 ‘카사 라와(Casa Lawa)‘는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커뮤니티 자본을 구축하는 사례다. 레지던시, 주방, 리트리트가 결합된 이 공간은 다양한 요리사와 창작자들이 모여 창의성을 발현하는 장이 되고 있다. 특히 유기농 생산물, 요리, 호스팅에 관심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를 유치함으로써, 단순한 숙박 시설을 넘어 지식과 경험의 교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얼마 전 엘르 한국판에서도 소개된 바가 있어 아래 링크한다.
‘마트리아치 잇츠(Matriarch Eats)’ 프로젝트는 전통과 현대를 잇는 독특한 접근을 보여준다. 기자인 아나스타샤 미아리(Anastasia Miari)가 그리스의 할머니에게서 영감을 받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 할머니들의 레시피와 이야기를 수집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것이 단순한 레시피북을 넘어 세대 간 경험을 제공하는 여행 상품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이는 문화적 가치를 비즈니스 모델로 승화시킨 좋은 예시다.
코스타리카의 니코야 반도에 위치한 럭셔리 호텔인 난티파 호텔의 블루 웰니스는 장수 공동체의 핵심 가치를 현대적 웰니스 경험으로 재해석한 대표적 사례다. 이들의 블루 웰니스 패키지는 단순한 휴식을 넘어 지역 문화와 자연을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투숙객은 거북이 부화장에서의 봉사활동이나 약초 정원 체험을 통해 지역 환경 보존에 참여할 수 있으며, 열대우림 하이킹, 서핑보드 집라인, 승마, 서핑 강습 등 다양한 자연 체험 활동을 즐길 수 있다. 특히 현지 곡물을 활용한 전통적인 니코야 아침 식사와 해변에서의 선셋 칵테일 등은 지역의 식문화와 자연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관광이 아닌, 지역 커뮤니티와의 진정성 있는 교류를 통해 웰빙을 추구하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보여준다.
위 사례들은 곧 히치하이커닷컴에서 각각 상세하게 분석할 예정이다.
마치며
디자인호텔스가 이러한 보고서를 발간한 것은 호텔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제 호텔은 단순한 숙박 시설이 아닌, 커뮤니티 자본을 창출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하며,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현대 사회의 고립과 단절을 해결하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어내는 물리적 거점으로서 호텔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주요 소비자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커뮤니티 허브로서의 호텔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제 호텔은 잠자리를 제공하는 곳이 아닌, 새로운 경험과 관계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인프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