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히치하이커 대표, 김다영입니다.
최근 저를 만나면 ‘유튜브에서 잘 보고 있어요’라는 인사를 주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어제도 한국관광공사 ‘여행업계 디지털 전환 사업 매칭데이’에 전문가 컨설턴트로 참여했는데요. 지나가다가 제 얼굴을 알아보신 여행사 대표님께서 ‘팬이에요’라고 인사를 건네시면서 ‘우리도 크루즈 사업 준비하고 있어요’라고 하시더군요.
네 그렇습니다. 요즘 유튜브 ‘히치하이커TV’에서 가장 인기있는 영상은 크루즈 관련 영상입니다. 특히 ‘[럭셔리 여행 해킹] 300만원 크루즈 여행, 1800만원 패키지로 둔갑하는 이유 (2)‘라는 영상은 알고리즘의 은혜를 받아 3만 뷰를 돌파했네요. 덕분에 구독자도 2~3천명 대에서 몇 주 만에 5천 명 대를 넘어섰습니다. 제 목표가 올해 안에 1만 명을 돌파하는 거였는데, 생각보다 기간이 많이 단축될 것 같아요. 크루즈 여행 분석 영상 덕분에 말이죠. 그만큼 여행 소비자 분들에게 이 내용이 충격적이고, 꼭 필요한 내용이라는 반증도 되겠네요.
영상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입니다. 미국 현지에서 300만원 대에 팔리고 있는 크루즈 상품을, 국내 여행사가 비즈니스 항공권과 호텔 1박을 붙여서 1790만원에 팔고 있다는 내용을 사실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그 여행사가 ‘유튜버 님’이라는 호칭과 함께, 공개 댓글도 아닌 인스타그램 DM을 보내올 줄은 예상 못했네요.
메세지 내용도 가관입니다. 영상에 자사 로고(가 있는 홈페이지)가 노출된 장면을 일일이 지워달라는 겁니다.ㅎㅎ 눈가리고 아웅한다는 속담이 떠오르네요. 영상 전반에 회사 이름이 노출되는데, 로고를 지워달라니 이 무슨 코미디입니까. 일단 빛의 속도로 해당 회사의 로고 노출은 지워 드렸습니다. 제 영상에서 그 여행사를 조금이라도 ‘홍보(?)’해주고 싶은 생각은 1도 없거든요. 하지만 문제는 로고가 아니겠죠.
이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과 목적이 왜 문제인지 따져보고, 여행업계가 인플루언서 리스크에 대처하는 법을 전직 홍보/마케팅 담당자로서 풀어 드립니다.
1. 로고가 뭐 어쨌다는 거죠?
이 요청을 받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참 낡디 낡은 의사결정을 하는 곳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이걸 실무자가 결정하지는 않았을 거고, 당연히 위에서 내려온 지시일 겁니다. 요즘 세상에 회사 로고가 영상 내에 잠깐 노출되는 게 문제라면, 지금 올라와 있는 다른 수많은 유튜브 영상들은 다 어쩌죠?
구독자가 200만명이 넘는 it업계 최고 유튜버인 잇섭 님의 채널에는 섬네일에 삼성, LG, 애플 등 수많은 회사의 로고가 노출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잇섭 님은 예전에 삼성전자로부터 제품 리뷰 비용을 받고 영상을 만들면서도, 부정적 리뷰를 그대로 담아낸 바 있습니다.(물론 그 때문에 삼성전자와 마찰이 있었다고 하죠) 그런데 제 영상 제작에 10원 한푼 보태지도 않은 업체가, 감히 특정 장면을 삭제하라는 요청을 뻔뻔하게 하네요. 그것도 ‘삭제 안하면 조치를 하겠다’는 협박과 함께 말이죠.
진짜 의도는 로고 삭제가 아닐 겁니다. 편집을 통해 자사 언급을 하는 내용을 조금이라도 들어내기를 바랬을 겁니다. 근데 어쩌죠? 유튜브 스튜디오의 자체 편집 툴이 너무 기능이 좋더라고요. 해당 여행사 로고가 노출되는 장면만 귀신같이 들어내어, 전체 영상에 전혀 손상을 입히지 않았습니다. 로고가 안 보인다고 시청자들이 이 회사, 이 상품을 못찾을 것 같나요?
2. 유튜버 님? 사전 조사는 좀 하셔야.
그래도 이 정도 규모가 되는 여행사에서, 저에게 메시지를 보내시면서 사전 조사를 너무 안 하셨네요. ‘유튜버 님’이라는 호칭을 보자마자, 담당자는 자사 상품을 다룬 영상 몇 개만 모니터링한 후, 누군지도 모르고 메시지를 보냈구나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여행업계에서 수많은 여행사를 교육하고 컨설팅하고 도움을 드리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써, 이 여행사 임직원 분들과도 다양한 곳에서 인사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적어도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 이 사람이 누구고 왜 이런 영상을 올렸는지 조금만 조사를 하셨다면, 이런 메시지는 안 보내는게 더 이득이라는 걸 아셨을텐데요.
제가 크루즈 가격 썰을 유튜브에서만 풀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전국의 수많은 기관과 단체에서 매주 수백 명의 새로운 분들에게 이 내용으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이 스토리가 실시간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는 겁니다. 제가 이 회사 담당자라면 하루라도 빨리 자사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켜서 더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파하도록 설득할 것 같은데, 정확히 반대로 액션을 취하셨네요.
3. 인플루언서 리스크, 회사 하기 나름이다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인플루언서들은 존재하고, 이들은 점점 더 특정 기업이나 자본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다양한 수익 구조와 소통 채널을 갖추는 추세입니다. 이들은 칭찬도 비판도 아끼지 않고 의견을 표출하는 이들이죠. 이들의 영향력을 유리하게 이용하느냐, 불리하게 이용하느냐는 철저히 개별 기업의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저의 팩트 체크가 틀렸다면, 유튜브에 당당하게 회사명 밝히고 공개 댓글로 문제를 제기하시기 바랍니다. 회사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배포를 하시던가요. 정보가 누구에게나 투명하게 공개되는 시대입니다. 크루즈 회사명과 배 이름만 치면 그 상품이 얼마인지 나오는 시대란 말입니다. 왜 이 점을 사실 그대로 알리는 콘텐츠에 대해, 회사 로고나 지우라는 어설픈 협박 밖에는 못하는 거죠? 왜 자사의 패키지가 1천만 원에 가까운 마진을 남길 수 밖에 없는지, 현지 인솔자의 능력과 업무 범위가 그토록 커서인지 등 소비자 입장에서 납득이 가는 상품의 매력을 알려주셔야 합니다.
하지만 결론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업무 처리에 대해서는 ‘여행사’에 거는 기대가 크지 않습니다. 최근 몇몇 대형 여행사의 내부 교육을 하면서 그들로부터 듣는 이야기의 팔할은 ‘변명’입니다. 인스타그램 운영 방식을 지적하면 ‘쟤네도 이런데 왜 우리 거만 지적하냐’, 네이버 검색 결과에 패키지 불만족 리뷰 올라온다고 지적하면 ‘왜 안좋은 리뷰만 찝어서 말하냐’고 책임을 회피하더군요.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변화할 마음도 자세도 되어 있지 않다는 걸. 저는 요즘도 실감하고 있습니다.
아참. 만약 여행 플랫폼 사였다면 절대로 ‘유튜버 님….’으로 시작하는 디엠 발송은 안했을 겁니다. 실제로 최근에 플랫폼 사의 상품 분석도 했고 심지어 회사 명도 그대로 노출했습니다. 이런 행동이 얼마나 큰 ‘리스크’ 인지를, ‘요즘’ 회사들은 너무 당연하게 알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