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오악사카는 아스텍 문명의 흔적과 풍부한 문화유산으로 유명한 관광지입니다. 그러나 관광산업의 급속한 성장 이면에는 심각한 수자원 불평등과 신식민주의적 착취 구조가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마실 물도 없는 상황에서, 특급 호텔에는 매일 물이 배달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취재하던 독립 저널리스트 비앙카(Bianca Graulau)는 석연치 않은 압력으로 취재와 영상 제작을 중단하게 되었고, 결국 이 문제를 자신의 채널에서 담담히 털어놓아 더 큰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국내에는 알려져 있지 않은 문제여서, 히치하이커닷컴은 오악사카의 관광 개발이 지역 사회, 특히 수자원 분배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이를 현대의 식민주의로 바라본 저널리스트의 관점을 소개합니다.
수자원 불평등의 처참한 실상
오악사카의 수자원 문제는 관광산업의 성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현지 주민 안드레아의 사례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줍니다. 그녀의 집에서는 20일에서 40일에 한 번씩만 수돗물이 나옵니다. 반면, 고급 호텔들은 매일 대형 물탱크로 물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평등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기본적인 생존권의 문제입니다. 안드레아는 물을 아끼기 위해 화장실 물도 내리지 않고, 샤워 대신 물티슈로 몸을 닦는 등의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호텔 투숙객들은 물 부족을 전혀 체감하지 못한 채 편안한 휴가를 즐깁니다. 비앙카 역시 이 상황을 취재하기 전까지는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호텔에는 물이 잘 나왔다고 하네요.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수자원의 사유화입니다. 가뭄이 심해지면서 사설 업체들이 지하수를 퍼올려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물의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어, 최저임금으로 살아가는 현지인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었습니다. 한 달치 물값을 벌기 위해 주 5일 이상을 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신식민주의적 관광 구조와 대안
오악사카의 현재 상황은 과거 스페인 식민 시대에 스페인이 남미를 착취했던 구조와 놀랍도록 유사합니다. 과거에는 금과 은이 착취의 대상이었다면, 오늘날에는 ‘관광 경험’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상품이 채굴되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대규모 호텔 체인들은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룹 포사다스는 2023년 한 해에만 5600만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이 호텔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식민지 시대의 계급 구조를 연상시킵니다. 당시 스페인 귀족들이 원주민들의 노동력을 착취했듯이, 오늘날 대기업들은 현지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저임금으로 착취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관광객들을 위해 귀중한 수자원까지 독점하는 모습은, 과거 식민자들이 현지의 자원을 독점했던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따라서 관광으로 인한 불평등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악사카는 상품이 아니다”라는 구호 아래 벌어진 현지 시위는 이러한 불만의 표출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부의 반응은 시위대를 ‘인종차별주의자’로 규정하는 등,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오버 투어리즘에 대한 대안적 모델로 주목받는 것이 산타 카타리나 라차타오(Santa Catarina Lachatao) 같은 원주민 공동체의 관광 방식입니다. 이들은 ‘관습과 전통’이라는 법적 보호 아래 자치권을 행사하며, 토지의 사유화와 외국인 매각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소규모 관광을 통해 얻은 수익은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위해 사용됩니다. 이는 환경과 문화를 보존하면서도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균형 잡힌 접근법을 보여줍니다.
마치며 & 독립 언론의 역할
그런데 이 문제를 폭로한 독립 저널리스트는 당초에는 대형 미디어 기업과 협업하여 오악사카의 관광산업 불평등에 대한 보도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보도 직전, 미디어 기업 측에서 특정 호텔 체인의 이름을 언급하지 말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 이유는 해당 호텔 체인이 미디어 기업의 주요 광고주였기 때문입니다.
이는 언론의 자유와 진실 보도의 책임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건이었기에 저널리스트는 이를 거부했고, 결국 보도는 중단되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 사실을 공개하고, 독립적으로 보도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영상을 올린 지 1개월 만에 조회수 84만 건이라는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네요. 사실 원래 취재본은 인터뷰와 현장 영상을 꼼꼼히 담았다고 해요. 하지만 그 영상을 방영하지 못하게 되자, 테이블에 마이크 하나 놓고 얘기한 메시지가 더 큰 힘을 갖게 된 것입니다.
이제는 거대 기업에 소속되거나 협업을 하지 않더라도, 중요한 메시지는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얼마든지 알려질 수 있는 사례임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미디어 플랫폼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특정 기업이나 자본과 협업할 수 밖에 없는 인플루언서 vs. 진실을 우선시하는 미디어 역할의 양립이 이토록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해서 협업 요청이 많은 요즘 더욱 고민거리가 많아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