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글로벌 여행산업에서 가장 화두인 키워드는 무엇일까요? 바로 미국의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입니다. 음악 산업 이야기가 아니라, 여행 산업 이야기입니다.
CNN이 테일러 스위프트의 ‘디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가 여행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라는 심층 기사를 낼 정도로, 테일러 효과는 음악산업을 넘어 여행산업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투어가 가져오는 관광경제 임팩트가 막대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여행협회는 디 에라스 투어의 경제 창출 효과를 미국에서만 100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글렌데일시는 아예 3일간의 콘서트 기간 동안 도시 이름을 “스위프트 시티(Swift City)”로 변경했습니다. 팝음악의 오랜 팬으로서, 참 놀랍고 흥미로운 소식이네요.
물론 미국에서는 테일러 스위프트 수준의 글로벌 임팩트를 가진 스타가 당분간 나타나기 어렵다며 연일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만, 사실 테일러 스위프트 직전에 방탄소년단(BTS) 역시 유사한 효과를 일으켜 왔습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그들의 투어를 유치하려고 도시 전체를 퍼플 테마로 꾸몄고 이것이 막대한 경제 효과를 가져오자 세계 여러 도시가 같은 컨셉트로 이벤트를 유치하려 나선 바 있습니다. 아미와 스위프티 등 글로벌 팬덤의 주류는 10~20대의 젊은 층이 이끌고 있으며, 이들은 일생일대의 공연을 라이브로 볼 기회를 위해 새로운 방식으로 여행을 하려고 합니다. 이제 이러한 단일 여행 소비자 마켓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는 것이죠.
투어 투어리즘(Tour tourism)은 경험 여행을 중시하는 지금의 MZ세대 소비자가 선호하는 여행의 방식 중 하나입니다. 비슷한 관점에서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스포츠 이벤트를 보러 가는 여행도 거기에 해당하긴 하지만, 경기가 열리는 일부 지역에서만 관광이 활성화됩니다. 반면 글로벌 팝스타의 투어는 전 세계 각지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전 세계 관광 당국이 투어 투어리즘을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일단 2023~24년에 걸쳐 나타난 테일러 스위프트의 투어 투어리즘 사례를 분야 별로 간단히 살펴보며, 향후 음악과 투어가 가져오는 여행의 변화에 대해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항공과 호텔업계, 스위프트케이션에 대응하는 법
이미 항공업계는 테일러 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스위프티(테일러 스위프트의 팬덤) 중심의 프로모션, 이벤트를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라탐(LATAM) 항공은 최근 연기된 콘서트 이후 승객들에게 변경 수수료를 면제해 주었고요. 에어 뉴질랜드는 투어가 열리는 노선에 2,000개의 좌석을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일부 항공편의 편명을 테일러의 5집 명칭에 맞춰 NZ1989로 영리하게 바꾸었습니다.
호텔 산업 데이터 분석을 제공하는 STR은 지난 여름 스위프트의 미국 공연 이후 호텔업계가 2억 8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흥미로운 통계는 피츠버그인데요. 피츠버그 관광청에 따르면 23년 6월에 열린 피츠버그 투어는 참석자의 83%가 카운티 외부에서 왔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 도시의 호텔 점유율은 평균 95%를 찍었고, 이는 팬데믹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인데다 주말 점유율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라고 하네요. 한 마디로 투어 아니었으면 오지 않을 소비자들을 대거 유치한 겁니다.
여행 데이터 기업인 레이트게인(RateGain)은 이를 스위프트케이션(Swift-cations), 즉 테일러 덕분에 팬 친구들과 함께 하게 된 여행으로 명명했습니다. 정말 흥미롭네요.
그러자, 스위프트케이션을 위한 호텔 프로모션도 이어졌습니다. 뢰스 호텔(Loews Hotels)은 애틀랜타와 내쉬빌을 포함한 여러 호텔에서 테일러 스위프트로부터 영감을 받은 칵테일, 플레이리스트, SNS 사진 촬영용 배경막을 갖춘 사전 콘서트 이벤트를 선보였습니다. 뉴욕의 콘래드 다운타운은 캔들 전문 회사와 함께 테일러 스위프트 캔들을 만드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네요.
뉴올리언스의 한 호텔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스위프트의 지난 10월 공연 3회로 이뤄낸 수익이 오는 2025년 같은 뉴올리언스에서 개최되는 슈퍼볼이 가져올 이익보다 무려 150%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습니다.
2024년 ‘테일러’ 투어리즘 전망 – 활짝 웃는 유럽
저도 오랜 세월동안 항상 누군가의 팬덤이었기 때문에 팬덤 문화에는 꽤 익숙한 편인데요. 거대 팬덤일수록 투어가 없더라도 자체 커뮤니티 행사를 많이 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이 여행산업에서는 또 하나의 이벤트이자 참여하고 싶은 액티비티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테일러의 팬덤 역시 자체적인 커뮤니티의 힘으로 다양한 여행 이벤트를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로얄 캐리비안과 협력해 디 에라스 투어 테마의 팬 크루즈 여행을 만든 것입니다. 2024년 10월, 스위프티이자 여행 기획자들이 만든 4박 5일간의 테마 크루즈 여행이 시작된다고 하네요. 출항일은 테일러가 마이애미에서 마지막 투어를 한 다음날인 2024년 10월 21일이며, 마이애미 항구에서 출항한다고 합니다. 테일러 테마의 댄스 파티, 가라오케 등이 크루즈 위에서 열리는 거죠.
작년에는 북미와 남미에 테일러 효과가 강력했다면, 2024년에는 유럽이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봄과 여름에 무려 50회의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이 예정되어 있거든요. 특히 7월에 세 번의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인 암스테르담에서는 호텔 검색이 증가하고 있으며 콘서트 주말 요금이 전주에 비해 약 160유로(175달러) 올랐습니다.
영리한 여행사라면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겠죠? 소위 MZ 세대(18~35세) 전용 여행사 중 가장 유명한 컨티키(Contiki) 역시 이 유럽의 대박 조짐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작년에 2024년 유럽 투어 일정에 맞추어 기획한 각 도시별 여행 패키지 ‘테일러 유어 아이티너러리(Taylor Your Itinerary)‘를 출시했습니다.
마치며
테일러 스위프트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큰 스타이자 똑똑한 마케터 중 하나임에 분명합니다. 그녀는 코로나19 이후 터져나오는 라이브 쇼에 대한 갈망을 정확하게 읽었고, 적재적시에 홍보하고 투어를 할 수 있는 앨범과 히트곡을 다량 보유하고 있었고 이를 실행으로 옮겼죠. 하지만 투어 투어리즘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향후 호텔, 항공, 크루즈, 액티비티 분야 모두 면밀하게 주목하며 활용법을 찾아야 하는 산업 분야로 커져가고 있습니다.
다만 투어 투어리즘 시장은 팬덤이 이끌어가는 시장입니다. 그만큼 팬덤의 특성과 뉘앙스를 정확히 이해하고 니즈를 파악해야만 접근이 가능한, 어려운 분야라는 뜻입니다. 또한 투어 날짜는 최소 반 년~1년 전에 결정되고 발표되기 때문에, 모든 브랜드가 발빠르게 움직여야만 대응이 가능한 시장입니다. 따라서 향후 뮤직 투어리즘 관련한 소식은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해서 연재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