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여행지를 탐험하는 가장 매력적인 방법 중 하나는 그곳의 음식을 통해 문화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거리에서 판매하는 음식을 현지인처럼 먹어보거나 시장을 둘러보며 신선한 식재료를 구경하고, 현지 요리법을 배우는 경험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그 지역의 정체성을 온전히 체험하는 기회를 선사합니다. 대량 생산된 획일화된 관광 상품이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는 현재, 수작업으로 정성스럽게 제작된(hand-crafted) 전문 여행상품만이 그룹여행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히치하이커닷컴은 미식 여행의 경험을 한층 더 깊고 풍부하게 제공하는 프랑스의 여행사 ‘렛츠 잇 더 월드(Let’s Eat the World)’의 사례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요리를 통해 세계를 여행하다
렛츠 잇 더 월드는 현지 요리사와 미식 여행가를 연결해주는 특별한 미식 여행사입니다. 이 회사의 창립자 예튠드 오쇼디(Yetunde Oshodi)는 요리 예술 학위를 가지고 있지만, 셰프가 되기보다는 셰프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미식 관광 분야에 뛰어들었습니다. 2007년 파리에서 프랑스인 셰프 남편 에릭 프로도(Eric Fraudeau)와 함께 프랑스 요리학교 ‘쿡앤 위드 클래스(Cook’n With Class)’를 열면서 그녀의 미식 여행 비즈니스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2016년, 오쇼디는 남프랑스 위제(Uzès)에서 ‘위제에서의 한 주(Week in Uzès)’ 여행상품을 선보였습니다. 몇 시간의 수업으로는 복잡한 프랑스 요리를 배우기에 부족하다는 고객들의 피드백을 받아들여 숙박과 체험을 결합한 ‘여행상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죠. 흥미로운 점은 처음에는 짧은 푸드 투어나 쿠킹 클래스로 시작했던 비즈니스가 점차 8박, 9박짜리 장기 여행상품으로 확장되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현재 렛츠 잇 더 월드가 제공하는 다양한 목적지 투어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이후 오쇼디는 추가로 18개국 이상을 탐험한 후 페루, 멕시코, 콜롬비아, 탄자니아, 세네갈 등 남미와 아프리카의 새로운 목적지로 투어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직접 가고 싶은 투어를 디자인하며, 현지 문화와의 진정한 연결을 높은 수준의 편안함과 서비스와 결합하여 여행상품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제 2025년 현재 이 회사는 파리에서의 일주일 요리 수업부터 세비야에서의 파에야와 타파스 여정에 이르기까지 소규모 그룹을 대상으로 다양한 미식 투어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모든 투어에는 그 지역의 요리 클래스, 와인 테이스팅, 그리고 현지 빌라나 주택에서의 식사 경험을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즉 박물관을 돌아다니며 관광지를 체크리스트처럼 확인하는 일반적인 여행과 달리, 이 프로그램은 여행자들이 목적지의 진정한 맛과 문화를 체험하는 것을 포커스로 둡니다.
렛츠 잇 더 월드의 대표 상품 중 하나는 ‘렛츠 잇 파르마(Let’s Eat Parma)’, 이탈리아 파르마에서의 7일간의 요리 모험입니다.
참가자들은 6박 동안 정통 파스타 만들기, 프로슈토 테이스팅, 이탈리아 와인 탐험을 경험하며 1인당 4,995유로부터 시작합니다. 대부분의 투어에는 전문 셰프가 가르치는 여러 요리 수업이 포함되어 있으며, 전문 셰프가 아닌 경우에는 그 특정 목적지의 요리 문화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현지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가르칩니다.
파르마 미식 여행에서는 에밀리아-로마냐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들, 즉 파르마 햄, 발사믹 식초, 파르미지아노-레지아노 치즈와 같은 식재료를 공부합니다. 파르미지아노-레지아노 치즈 생산자 가족이 직접 알려주는 깊이 있는 요리 경험을 배울 수 있는 것이죠. 또한 로컬 요리 클래스가 이어지는데요. 토르텔리 데르베타(Tortelli d’Erbetta)라는 파스타 코스, 파르마 햄, 그리고 자두잼을 넣은 풍부한 페이스트리 등 현지의 상징적인 요리들을 직접 배울 수 있습니다. 식사 후에는 현지에서 직접 만든 전통 주류를 맛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됩니다.
마치며: 한국 여행업계에 주는 시사점
렛츠 잇 더 월드가 제공하는 미식 투어는 단순한 식도락 여행을 넘어 현지 문화에 진정으로 몰입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지역 요리사들과 함께하는 요리 클래스, 시장 탐방, 와인 테이스팅, 그리고 현지 생산자 방문을 통해 여행자들은 그 지역의 진정한 맛과 전통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 사례가 한국 여행업계에 주는 시사점은 분명합니다. 대형 여행사들의 저가 경쟁과 개별 여행자들의 자유여행 증가로 인해 기존의 관광지 방문 중심의 패키지 상품은 점점 매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수작업으로 세심하게 디자인된(hand-crafted) 전문 여행상품만이 그룹여행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소규모 여행사, 특히 현지 여행사라면 렛츠 잇 더 월드의 사례를 참고해서, 단기 체험형 투어상품에서 시작해 점차 고객들의 신뢰를 얻은 후에는 장기 여행상품으로 확장해 나가는 전략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미식, 요리, 와인과 같은 특별한 관심사를 중심으로 한 틈새시장(niche market)을 공략하는 것은 대형 여행사와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면서도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