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하이커 대표, 책 ‘여행을 바꾸는 여행 트렌드‘ 저자 김다영입니다.
여행업계는 내년에 어떤 한 해를 맞이하게 될까요? 전 세계 여행시장의 유통을 이끌고 있는 대표 기업들은 이미 2024년의 여행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습니다. 상당히 많은 예산을 들여 수 만 명의 타겟 시장 소비자를 인터뷰해서 내놓는 결과인 만큼, 업계 종사자라면 참고해볼만한 데이터입니다.
아무래도 업계 미디어에서는 이런 리포트 결과를 단발성 기사로만 다루기 때문에, 한데 모아서 볼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히치하이커닷컴은 주요 OTA 업계에서 내놓는 2024년 여행 트렌드 보고서 5가지를 아카이빙하고 나름의 의견도 더했습니다. 서로 다른 리포트를 보면서 여러분만의 2024년 여행 트렌드를 조합해 보시는 재미도 있을 거에요. (모두 영어 자료지만, 크롬의 한국어 번역 기능을 통해 손쉽게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1. 부킹닷컴 – 여행지에서의 ‘나’
올해 나온 모든 리포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메시지는 부킹닷컴의 리포트에 담겨 있었습니다. ITB 아시아 2023 현장에서 부킹닷컴 담당자의 목소리로 직접 들은 내용이라, 이면의 뉘앙스를 좀더 생생하게 얻을 수 있었어요.
부킹닷컴은 2024년의 여행자를 7개 유형으로 분류했죠. 이 중에서 업계 종사자라면 1번 ‘부캐 중독자 Alter Ego Enthusiasts‘의 의미에 집중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여행지에서의 내 모습을 best version이라고 생각하는‘ 젊은 여행자들의 심리는, 타 기업의 어느 리포트에서도 짚어내지 못한 대단히 깊은 통찰력입니다.
2. 익스피디아 – ‘OTT’
익스피디아 역시 해마다 컨퍼런스 형태로 언팩을 발표하지만, 이번에도 대단히 양질의 리포트를 선보였습니다.
특히 올해와 내년의 주요 트렌드인 스크린 투어리즘 ‘셋제터(set-jetter)’를 단순히 언급만 하는 것이 아니라, 2024년 공개되는 OTT 콘텐츠를 미리 분석해서 인기 여행지를 예측했습니다. 오징어 게임 2가 방영되는 내년, 한국도 셋제터들의 인기 여행지로 지목되는 이유입니다. 꼭 읽어 보세요.
3. 스카이스캐너 (트립닷컴) – 바이브
부킹닷컴이 ‘여행지에서의 나’를 집중적으로 탐구했다면, 스카이스캐너는 여행지의 바이브(분위기)에 주목했습니다. ‘뭔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나와 바이브가 맞는 여행지여야 한다‘는, 지금의 목적지 선택 행태를 처음으로 소개한 것인데요. 기존 방식의 데스티네이션 마케팅으로는 상당히 공략하기 어려운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바이브를 포착할 때 작용하는 주요 요인은 무엇인지를, 이제부터는 좀더 깊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4. 아마데우스 – 크리에이터의 진입
국내에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영미권에서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이터 분석 기업 아마데우스의 리포트인데요. 깜짝 놀랐던 부분이 ‘인플루언서(크리에이터), 여행사 역할을 대체한다’는 항목입니다. 사실 이 항목은 제가 몇 주 전에 유튜브 ‘히치하이커TV’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었던 내용입니다. 현재 한국의 여행업 범위가 애매해서 인플루언서가 허가없이 개인의 영향력으로 단체여행을 모객하는게 불법인데요. 이는 여행업이 단체여행 사업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이유도 있습니다.
반면 영미권에서는 ‘단체 여행’이라는 자체가 굉장히 생소한 개념이라고 합니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단체 여행을 오히려 새로운 경험으로 여길 정도입니다. 이를 이용해 인플루언서들이 자신의 오디언스(팬)와 함께 단체 여행을 자유롭게 모객하고 떠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들이 성업 중입니다. 현재 한국에서도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는 사례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지만, 현재 등록제인 여행업의 기준이 바뀌지 않는 한 구현 가능한 사업이 될지 의문입니다.
5. 힐튼 – ‘수면’
호텔업계의 주요 플레이어들도 일제히 리포트를 내놓고 있는데요. 그 중에 힐튼만 보겠습니다. 수면 관광은 위에 소개한 타 리포트에서도 많이 언급된 키워드인데, 힐튼에서도 가장 먼저 소개한 트렌드여서 눈길이 가네요.
그만큼 지금의 소비자에게 결핍된, 그리고 여행에서 채우려고 하는 욕구가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기인한다는 지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수면 뿐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 또는 정신적 결핍 및 ‘나를 알아가고자 하는 욕망’ 등 매우 복합적인 니즈가 여행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웰니스 트렌드가 다가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