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인구 집단인 2차 베이비부머(1964~1973년생)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은퇴를 시작한다. 전체 인구의 18.6%를 차지하는 이들의 은퇴는 연간 80~100만 명 대로 이루어지게 되며, 이는 국내 경제와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히치하이커닷컴은 2차 베이비부머 은퇴가 여가산업의 핵심인 여행업계에 미칠 파급효과에 주목하고, 특히 럭셔리 여행산업의 방향성에 초점을 맞추어 대응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2차 베이비부머란?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와 비교했을 때 2차 베이비부머는 확연히 다른 특징을 보인다.
특히 1990년대부터 2010년대 초에 고속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던 시기를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IT 기기 활용에 능숙한 세대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전문직 종사자 비중이 1차 베이비부머에 비해 더 높고 소득과 자산 여건도 좀더 양호하다. 특히 이들은 은퇴 후에도 계속 일하겠다는 의향이 강하며, 사회 문화적 여가 활동에도 적극적인 성향을 보인다.

즉 2차 베이비부머는 여행산업에서 굉장히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전의 시니어 여행 소비자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새로운 여행 소비 트렌드의 주역, 신중년
2차 베이비부머의 여행 소비 성향은 이전 세대와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해외여행과 국내여행에서 포착한 두 가지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첫째, 이번에 한 여행사가 선보인 40박 41일짜리 산티아고 순례길 패키지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의 상징적 사례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779km를 완주하는 이 상품에서 주목할 점은 마진을 일부 포기한 지점에 있다. 39박 중 29박을 현지 게스트하우스인 ‘알베르게’에서 묵는데 이는 상품가에 포함되지 않았다. 알베르게 숙박비는 인솔자에게 직접 지불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는 기존 패키지 여행의 전형적인 관행에서 벗어나, 여행의 본질적 가치에 집중하는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둘째, 2020~2024년에 걸쳐 출간된 4권의 ‘살아보기’ 시리즈 도서는 서울시의 중장년 10명이 인제와 남원, 강릉, 고령으로 떠나 지역살이를 한 결과를 담았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관광벤처기업의 협업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은 단순 관광객이 아닌 지역 팬슈머로서 활동했다. 특히 고령 살아보기의 경우 가야금 명장, 빈집을 수리하는 청년, 시골 영화관을 운영하는 문화 활동가 등 다양한 지역 인사들과 만나며 지역사회와의 연결 고리를 만들었다. 이는 단순히 보고 즐기는 여행이 아닌, 자신의 전문성과 경험을 지역사회와 연계하며 새로운 활동 무대를 찾으려는 2차 베이비부머의 성향을 잘 보여준다.
럭셔리 산업으로 눈을 돌리면, 메리어트의 2024년 조사 결과는 최근 상위 10% 고소득층 소비자가 어떤 여행 패턴을 가지고 있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한국의 여행자들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높은 호텔과 리조트 선호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가치있는 숙박 경험에는 아낌없이 투자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 조사에서는 럭셔리 여행에서 고령층이 늘어난다는 점을 짚는다. 그런데 아직 유명해지지 않은 장소를 적극적으로 탐험하는 세대는 65세 이상의 시니어 여행자로 나타났다.

이러한 트렌드는 여행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한다.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함께 럭셔리 여행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통적인 대다수 여행상품은 이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 이들의 럭셔리 해외여행 소비는 호텔과 크루즈 등 프리미엄 단품 구매로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이 분야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한국의 전통적 여행업계는 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들의 움직임이 특히 무서울 정도인데, 그중 하나의 사례를 개인 블로그에 소개했다. 👇🏻

2025년, 여행업계에 요구되는 변화는?
2차 베이비부머의 본격적인 은퇴와 여행 소비의 변화를 앞두고, 여행업계는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여행업의 재정의와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 상당한 수준의 눈높이와 예산을 가진 신중년 소비자들은 기존 여행사보다 월등히 훌륭한 여행을 원하며, 개인 여정에 맞추어 컨설팅해주는 전문가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다. 다만, 현재는 무조건 ‘여행사’를 차려야 여행업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여행사는 전통적인 대리점(여행을 기획하지 않고 유통만 담당)을 주로 뜻하며, 전문성이 전혀 없어도 자본금만 있으면 여행업 창업을 할 수 있다. 그래서 한 때 은퇴자를 겨냥한 1인 여행사 창업 교육이 성행했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요새는 기존 여행사가 가진 낡은 이미지와 구별되기를 원하는 일부 전문가들이 여행업 등록도 하지 않고 신중년 대상으로 해외여행을 모객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보는데, 이는 명백히 불법이다. 럭셔리 여행산업이 미국처럼 활성화되려면, 여행사의 비즈니스 영역부터 재정의되어야 한다. 특히 플래닝을 하는 여행사와 유통만 하는 대리점을 명백하게 구분하는 시스템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를 모두 싸잡아서 여행사로 칭하는건 큰 무리가 있다.
둘째, 국내 관광에서는 전문성을 살린 특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2차 베이비부머의 높은 교육 수준과 전문성을 고려할 때, 단순 관광이 아닌 교육, 문화, 예술, 건강 등 특정 분야와 연계된 전문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여행지의 지역사회와 깊이 있는 관계를 맺고자 하는 이들의 니즈를 반영해, 현지 커뮤니티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여행 프로그램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앞에서 예로 든 순례길 완주 프로그램과 같이 의미 있는 도전과 성취를 제공하는 상품, 한 도시에서 한 달 이상 머물며 현지인처럼 생활해보는 체험형 상품 등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로컬 커뮤니티를 조성할 수 있는 전문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현재 진행 중인 지자체 레벨의 프로그램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민간 역량이 필요)
셋째, 기술 고도화로 여행산업 노동력의 빠른 재편이 예상되는 만큼, 실질적인 기술 교육이 필요하다. 이는 사실 공급자 뿐 아니라 소비자 대상으로도 이루어져야 한다. 향후 여행산업은 세부 분야에서는 공급자(여행사)보다 더 전문성을 가진 소비자가 여행 전문가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네이버의 여행 콘텐츠 생산자의 다수로 알려진 20대 일변도에서 벗어나, 신중년 눈높이에 맞춰진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 양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인공지능 교육이 필수적인데, 지금까지 여행산업 내 인공지능 교육은 공급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제는 신중년 중심으로 프로슈머를 크리에이터로 전환시키는 인공지능 교육이 도입되어야 하는 단계로 본다.
📌 히치하이커의 여행업계 종사자 교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