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여행 열풍이 다시 돌아오는 한국에서도 연령대별 그룹 투어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20대 전용 유럽여행 패키지, 30대 직장인만 참여할 수 있는 여행상품 등 비슷한 또래를 묶어주고 커뮤니티를 형성해주는 여행 상품과 여행사를 개인적으로 계속 주목하고 있습니다. 언제 한번 리스트를 정리해 봐야겠네요.
그렇다면 이렇게 젊은 층을 묶어주는 그룹 여행을 처음 개발한 여행사는 어디일까요?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젊은 세대 전용 여행사’로, 콘티키(Contiki)를 꼽습니다.
1962년에 뉴질랜드(New Zealand) 출신인 존 앤더슨(John Anderson)이 창업한 콘티키 여행사는 18~35세를 대상으로 하는 그룹 여행을 고안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여행 회사입니다. 이들은 젊은 여행자끼리 함께하는 그룹 여행을 조직해 문화 체험과 액티비티, 파티를 즐길 수 있는 여행을 제공해 왔습니다. 유럽, 호주, 뉴질랜드, 북미, 아프리카 등 다양한 목적지에서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일본 여행 상품은 이미 여럿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을 다룬 패키지는 없었는데요,
드디어 이번에 콘티키가 한국 여행 상품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이 상품은 지금까지 한국이 해외에 소개해온 한국 여행과는 많이 다릅니다.
콘티키의 한국 여행 상품, 무엇이 다를까?
2024년 3월에 출발하는 ‘한국의 소울(SOUTH KOREAN SOUL)’은 18~35세 여행자를 위해 특별히 설계된 9일짜리 여행입니다. 1인당 1,940파운드부터 시작하는 상품가에는 전일 숙박(민박 기준), 점심 및 저녁 식사 1회, 교통편, 여행 가이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국제선 항공편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상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영미권 여행자가 한국에 갖는 관심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는 점인데요. 일정 중에 포함된 액티비티에는 ‘문화재나 역사 명소 관광’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특히 콘티키에서는 자신들의 상품을 ‘한류’ 여행 일정을 제공하는 최초의 투어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다음 세 가지 포인트가 인상적인데요,
- 액티비티 : 야구 경기 관람, 케이팝 댄스 클래스, 뮤직비디오 촬영장 비하인드 방문 등 ‘대중문화’에 촛점을 맞췄고, 특히 단순 관광이 아닌 체험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산에서도 럭셔리 요트 여행이 포함되어 있네요.
- 장소: 기존의 한국 여행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성수동과 강남, 홍대가 중요하게 등장합니다. 강남은 싸이의 ‘강남 스타일’ 배경지로, 성수는 ‘과거 수제화 제조 지역에서 현재 한국에서 가장 흥미로운 쇼핑 지구’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 전통문화: 물론 전통문화도 포함은 되어 있습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전주 한옥마을, 한국식 바베큐 디너 등을 강조하며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어 젊은 층에게 호기심을 이끌어내는 관광 장소와 한식 경험을 집어 넣었네요.
콘티키 측은 영미권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은 대중문화의 강국이 되었습니다.기생충, 오징어 게임과 같은 영화와 TV 프로그램, 그리고 K-팝과 K-뷰티의 인기 상승 덕분에 한국은 전 세계 18~35세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라고 상품 기획의 의도를 밝혔습니다.
특히 “전통 불교 사원에서 강남의 자판기 사이를 넘나들게 될 것”이라고 자신하는 대목에서, 현재 유튜브 <영국 남자>에 등장하는 다이내믹한 한국을 체험하고 싶어하는 글로벌 Z세대의 여행 취향을 읽을 수 있습니다. 한국 여행의 가장 큰 장벽인 언어와 교통편 이용 등을 처리해 주는 그룹 투어의 장점도 한 몫 합니다.
마치며
지정학적 이유, 그리고 오랜 세월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로 인해 관광산업은 한국의 여행산업(outbound)에 비해 너무나도 작은 규모에 머물러 있죠. 아직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럭셔리/유스 여행사들이 거의 없거나 영세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만 봐도 그렇고요. 우리 스스로도 ‘한국에는 볼 게 없는데 왜 와?’라고 관광 잠재력을 외면해온 결과, 트립 어드바이저의 서울 워킹 투어 중에는 주한 외국인이 만든 투어 상품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룹 투어 시장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 한편, 우리가 가진 무형의 가치를 영민하게 캐치해서 상품화하는 이들이 이 초기 시장의 리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