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대 항공사 중 하나인 아메리칸 항공에서 며칠 전 skiplagged라는 사이트를 고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관련 기사: https://ift.tt/4tPWECM
최종 목적지를 경유지로 바꾸어 항공권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스킵래깅이란 과연 무엇인지, 소비자 입장에서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을 함께 짚어보았습니다.
덧붙여 지난 주 구글 항공의 기능 개선 소식에 대해 좀더 명확하게 소개했습니다. 구글 항공의 이번 개선 사항이 제대로 업데이트된다면, 가격 때문에 무리하게 이런 경유 항공권을 살 일은 없어질 것 같네요.
00:00 오프닝
01:20 스킵래깅이란? 기본 원리 및 작동 방법
02:40 스킵래깅 가능한 항공권을 찾아주는 사이트, 스킵래그드
04:55 스킵래깅 시 항공사에서 취하는 조치 및 제재는?
07:50 스킵래깅의 폐해는 무엇일까?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할 점
09:58 구글 항공의 신기능 소개 – 업데이트, 구글 항공의 가격 보장제란?
저렴한 항공권을 찾아주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개인적 생각
이번 주에 이 주제를 다룬 이유는, 항공 해킹(flight hack)이라 불리는, 각종 경유를 이용한 숨겨진 항공권을 랜덤으로 찾아주는 창업 모델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비즈니스 모델’로서 시장을 형성하기에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이와 유사한 관점의 국내 모 서비스를, 지난 저서에 소개할 만큼 응원해 오면서도 늘 안타까웠던 건 ‘정의감’과 ‘사업 철학’은 구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항공권 시장은 깊은 소비자 분석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한국인은 단지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항공권이나 구매하지 않습니다. 적은 휴가, 긴 노동시간을 가진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경제활동 인구가 정해진 날짜와 목적지 내에서 항공권을 검색합니다. 한국의 잘못된 휴가 문화를 탓한들, 사회 구조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또한 원격근무자 풀이 늘어난다고 해서 원하지도 않는 항공권을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구매할 소비자가 늘어나는게 아닙니다. 목적성(purposeful) 여행이 지금의 여행시장을 리드하고 있는데, 목적지를 정하고 항공권을 검색하는 이들을 ‘출장’으로 묶으면 여행 소비자를 대단히 잘못 해석하는 것입니다. 제가 10년간 회사원을 대상으로 여행 강의를 하면서 직접 확인한 데이터입니다.
게다가 관광 관점에서도 관광 인프라가 없거나 관광객이 적은 도시를 스톱오버 여행지로 택하는 건, 여행자 개인이 굉장한 위험 부담을 져야 하는 행위입니다. 단지 저렴하다는 이유로 생소한 여행지를 선뜻 끼워서 항공권을 예약하는 극소수의 여행자 풀은, 비즈니스의 필수인 ‘시장’을 형성하지 못합니다. 적어도 비즈니스 모델이라면, ‘대다수가 현실적으로 원하는 저렴한 항공권’의 정의를 다시 세워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 소개한 스킵래그드는 항공사에게는 주적이 되었지만, 고객에게는 ‘그들이 원하는’ 항공권을 더 저렴히 찾아주기에 9년을 버티며 비즈니스로 자리잡을 수 있었습니다. 팬데믹 때 세계1등인 부킹닷컴을 앞지른 항공 검색 앱 ‘호퍼’ 역시 ‘고객이 원하는’ 항공권의 가격을 낮춰주는 전략으로 성공했습니다. 현재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시는 관광 스타트업이라면 내 철학이나 정의감을 방패삼아 불편한 사용성을 고객에게 강요하지 마시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좀더 정확하게 파악하는 소비자 리서치부터 제대로 시작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