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트리트(retreat)’라는 개념은 일반적으로 요가, 명상, 치유에 초점을 맞춘 웰니스 휴식 여행 프로그램을 뜻합니다. 현재 국내에서도 웰니스 분야에서 리트리트라는 용어를 차용해 여행 상품을 만들고 있는데요. 이 개념이 가장 발달한 여행지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는 전통적인 리트리트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테마별 리트리트가 속속 탄생하고 있습니다.
그 중 주목할만한 테마가 바로 인테리어와 디자인인데요. 발리 인테리어(Bali Interiors)라는 미디어 회사가 만드는 1주일간의 리트리트에서는 발리 특유의 디자인과 건축 양식이 살아있는 개인 주택을 돌아보면서 공간으로 치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매우 독특한데요.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요가? 서핑? 발리에서 인테리어로 힐링하는 법
창립자인 쉴라 만(Sheila Man)은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18세에 호주 시드니로 이주한 패션 및 주얼리 디자이너이자 사진 작가입니다. 가족들과 발리에 이주해 오면서 발리의 건축 양식과 인테리어가 매우 독특하다는 점을 발견하고, 발리의 예술적 아름다움을 알리는 ‘발리 인테리어’라는 블로그를 시작하게 됩니다. 발리에서의 생활과 아름다운 인테리어, 건축물에 대한 아름다운 사진이 소개되면서, 그녀의 블로그는 전 세계 유수의 인테리어 디자인 매거진에 게재됩니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발리 인테리어는 단순한 블로그에서 벗어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지금의 발리 인테리어는 발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테리어와 건축물을 탐색하고 발견하는 최신 기사를 제공하는 미디어이며, 인도네시아 장인과 공예인들이 수작업으로 만든 홈웨어를 판매하는 쇼핑몰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편 유튜브 채널에서는 ‘어 피크 인 파라다이스(“A Peek in Paradise”)라는 시즌제 에피소드를 방송하는데요. 탁월한 스케일의 빌라를 소유한 개인 소유주가 자신의 집을 직접 안내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런데 여기 소개되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집들을 보다 보면, 직접 구경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일부러 그렇게 연출했다고도 볼 수 있겠는데요. 그 이유는 발리 인테리어가 작년부터 진행하는 건축 리트리트(BI Interiors & Architecture Retreat)라는 여행 상품에 참가하면 직접 이 집을 탐방할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발리 인테리어의 건축 리트리트는 발리의 인테리어 및 건축에 초점을 맞춘 1주일 간의 여행 프로그램입니다. 참가자들은 럭셔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최소 3곳 이상의 개인 주택, 공예품 제조업체 방문, 게스트 스피커의 강연, 근처 섬으로의 프라이빗 보트 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리트리트는 건축과 디자인 애호가를 대상으로 하지만, 전문성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유튜브에서도 소개된 비일상적인 개인 빌라를 둘러보면서 창의성과 영감을 촉발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실제로 탁월한 건축공간은 인간의 감성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예술적 표현과 심미적 감각을 향상시키며 정신적 웰니스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하네요. 무엇보다 자유여행에서는 아무리 돈을 많이 들인다 해도 개인 주택을 들어가서 볼 기회를 얻기는 어렵죠. 향후 패키지 여행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는 사례입니다.
마치며
국내에도 해외 건축 테마여행 상품을 제공하는 회사가 몇몇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오늘 소개하는 리트리트와는 그 접근 방법이 많이 다릅니다. 국내의 건축 테마여행은 유명한 건축물을 둘러보거나 건축 전문가가 동행하는 등, 건축과 인테리어 분야의 지식과 전문성을 얻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입니다.
반면 발리 인테리어는 럭셔리 웰니스에 좀더 무게를 두고 공간이 선사하는 정신적인 만족감에 초점을 맞춥니다. 창립자가 사진 작가이며 예술적 감각을 가지고 만든 여행 상품이기 때문에, 단순히 일정이나 컨셉트로 쉽게 카피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사례에서 크게 놀랐던 것은 이 발리 인테리어의 리트리트 상품 자체가 아니라, 이들이 이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에 있었습니다. 앞서 보셨던 것처럼 이 회사는 여행사가 아닌 온라인 미디어일 뿐인데, 어떻게 단체 여행인 ‘리트리트’ 상품을 온라인 상에서 모객을 받고 판매하고 있는 것일까요? 저는 이 부분을 해결해주는 플랫폼에서, 여행업이 엄청나게 격변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이 부분은 별도로 다뤄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