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호텔 업계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힐튼(Hilton), 하얏트(Hyatt), 메리어트(Marriott), 베스트웨스턴(Best Western) 등 대형 호텔 체인들이 앞다투어 글램핑(glamping), 에어스트림, 모던 캐빈 등 아웃도어 숙소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거나 직접 인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도심형 호텔에서 벗어나 자연 속 ‘럭셔리 캠핑’을 제공하는 이 같은 행보는 단순한 콘셉트 확장이 아니다. 이는 팬데믹을 거치며 여행자들이 자연 속에서의 ‘경험’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게 된 트렌드, 그리고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웰니스 지향’ 소비 성향의 반영이다. 히치하이커닷컴은 최근 주요 체인들의 아웃도어 관련 움직임을 짚어 보았다.
주요 호텔 브랜드의 아웃도어 파트너 분석(북미 only)
호텔 브랜드 | 파트너/브랜드 | 숙소 형태 | 주요 위치 | 특이사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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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lton | 오토캠프 (AutoCamp) | 에어스트림 트레일러, 럭셔리 텐트, 캐빈 | 요세미티, 조슈아트리, 자이언, 케이프 코드 등 | Hilton Honors 포인트 적립/사용 가능 |
Hyatt | 언더 캔버스 (Under Canvas) | 럭셔리 텐트, 사파리형 캠프 | 모압, 요세미티, 콜럼비아 리버 협곡 등 | World of Hyatt 멤버십과 연동, ULUM 럭셔리 캠프 운영 |
Marriott | 포스트카드 캐빈(Postcard Cabins), 트레일본 호텔스(Trailborn Hotels) | 모던 캐빈, 자연 속 부티크 호텔 | 블루리지 산맥, 그랜드캐니언, 록키산맥 등 | 메리어트 본보이 포인트 사용 가능, 리츠칼튼/JW 사파리 캠프 확대 중 |
BWH Hotels (Best Western) | 자이온 와일드플라워 리조트(Zion Wildflower Resort) | 고급 텐트, 마차, 캐빈 | 유타 주 자이언 인근 | WorldHotels 최초의 글램핑 시도, 베스트웨스턴 리워드 혜택 제공 |
왜 호텔 체인들은 자연으로 향하고 있는가
아웃도어 숙소에 대한 호텔 체인들의 관심은 단순히 이국적인 트렌드를 좇는 수준이 아니다. 소비자의 수요가 명확히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국경이 막히고 도심 밀집 지역에 대한 기피가 강해지면서, 미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국립공원과 자연 관광지 방문객 수가 폭증했다. 실제로 미국의 아웃도어 산업 협회(Outdoor Industry Association)에 따르면 2020년 미국 내 아웃도어 활동 참가자는 전년 대비 710만 명 이상 증가했다. 이 중 상당수는 처음으로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신규 아웃도어 여행자’들이었다.
이러한 흐름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새로운 여행 문화로 자리 잡았다. 2024년 버추오소(Virtuoso) 브랜드 & 트래블 트래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여행자의 57%가 ‘자연 속에서의 경이로움’을 여행의 주요 목적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호텔 브랜드들이 단지 자연 친화적인 테마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숙박 인프라를 자연 속으로 확장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이유다.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 사는 대다수 현대인들이 웰니스의 목적으로 자연친화적인 숙소를 찾는 경향도 한몫 한다.
야생은 좋지만, 불편은 싫다
그렇다면 왜 소비자들은 자연을 찾으면서도 호텔 체인을 선택할까? 첫째는 편안함에 대한 기대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원시적인 ‘캠핑’이 아닌 온수 샤워와 좋은 침구, 식사가 제공되는 ‘글램핑’을 원한다. 오토캠프의 경우 별도의 라운지 건물이 있어 편의성이 보장되고, 호텔 급의 편안한 스테이가 가능하다.
둘째는 대형 호텔의 포인트 혜택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얏트와 제휴한 언더캔버스(Under Canvas), 힐튼과 손잡은 오토캠프(AutoCamp), 메리어트가 인수한 포스트카드 캐빈(Postcard Cabins) 등은 각각 하이엔드 호텔 체인의 예약 플랫폼과 멤버십 포인트 시스템을 공유하며, 기존 호텔 고객을 새로운 경험으로 유도하고 있다.
셋째는 접근성과 마케팅 파워다. 대형 호텔 브랜드의 네트워크를 통해 이전까지는 알지 못했던 외딴 지역의 숙소가 주목을 받고 있으며, 브랜드 이름이 주는 신뢰는 ‘자연 속 미지의 장소’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춰준다. 즉, “야생은 좋지만, 불편은 싫다”는 현대 여행자의 욕망에 최적화된 모델인 셈이다.
마치며: 자연을 소비하는 방식의 변화
아웃도어 숙소는 더 이상 대안적 여행 방식이 아니라 메인스트림이 되었으며, 호텔 산업의 미래 확장 방향이기도 하다. 다만, 이와 같은 변화가 자연 자체의 고유성과 독립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균형 감각도 필요하다. 표준화된 체험이 제공하는 안정감은 분명 소비자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지만, 동시에 자연이 가진 유일무이한 ‘날것의 매력’을 훼손할 위험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호텔 체인의 아웃도어 숙소 진출은 궁극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연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럭셔리의 정의’가 더 이상 실내에 머무르지 않고, 바깥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호텔은 이제 자연 속으로 들어가고 있으며, 여행자는 그곳에서 새로운 일상의 탈출구를 발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