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수시의 식당 불친절과 울릉도의 숙박·식당 문제, 이에 앞서 초저가 패키지여행의 구조적 문제가 유튜브를 통해 공론화되며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세 건 모두 공통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미 불만이 누적되어 있었지만, 실제로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반응까지 끌어낸 것은 유튜브였다. 이들 사례는 더 이상 유튜브를 단순한 크리에이터 플랫폼이나 소셜 미디어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명확한 방향성을 보여준다.
현대사회에서 유튜브는 미디어로 기능하고 있으며, 그 자체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고 변화를 유도하는 공론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히치하이커는 여행업계가 유튜브를 대하는 방식과 전략에 어떤 전환점이 필요한지, 일련의 사건 전후를 통해 새로운 방향성을 살펴본다.
국내 관광부터 해외여행까지, 유튜브의 파급력
여수: 유튜브가 네이버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 콘텐츠의 소비 방식
유튜브 ‘유난히 오늘’ 채널의 운영자는 여수의 한 식당에서 겪은 무례한 응대를 영상으로 담았다. 하지만 여수 맛집 5곳이라는 콘텐츠 속에 섞여 있어서 업로드 후 약 2주 가까이 별다른 반응이 없다가, 해당 응대 장면을 발견한 누군가에 의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크게 확산되며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주목할 점은, 이 유튜버는 구독자 수가 1~2천명에 불과한 소규모 채널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영상에 담긴 메시지는 너무나도 강력했다. 결국 논란은 뉴스에 다루어지면서 해당 식당과 지역 이미지 전반에 큰 타격을 주었고, 여수시는 5천여 음식점에 친절 공문을 보내고 실태 점검에 나서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섰다.
이미 이 식당의 평판은 네이버 블로그나 지도 어플 리뷰에서는 상당히 좋지 않았다. 이 사건이 터진 후 수 개월 치의 구글 맵 리뷰가 삭제되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나 블로그와 커뮤니티의 리뷰는 거대한 파장을 불러 일으키지 못한다. 왜냐하면 검색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즉 아무리 부정적인 리뷰라 해도, 해당 식당을 검색한 예비 이용자의 선택에만 영향을 줄 뿐이다.
반면 유튜브는 한번 이슈가 되면 ‘추천 동영상’ 또는 연관 동영상이라는 알고리즘을 통해 다수의 유튜브 이용자에게 도달한다. 즉, 이 식당이나 여수 여행에 관심이 없어도 불특정 다수가 이슈화된 콘텐츠를 접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뜻이다. 또한 영상 매체의 특성상 공감과 정서적 호소가 전달되어 거대한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켰다.
울릉도: 지역 이미지를 뒤흔든, 신뢰도 높은 유튜버의 리뷰
이어서 수 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꾸준’이 공개한 울릉도 고깃집과 숙소의 경험은 수많은 시청자에게 충격을 주었고, 울릉도 관광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으로 번졌다. 지방의 한 식당과 숙소 문제가 전국 이슈가 된 결정적 계기는 해당 유튜버가 영상에 담아낸 문제 제기의 구체성이었다.
식당에서는 어떤 고기가 나왔는 지를 보여주었고, 숙소에는 에어컨 고장으로 불편함을 겪는 과정과 주인의 응대를 가감없이, 본인의 감정을 거의 섞지 않고 보여주었다. 거의 레거시 미디어의 잠입 취재와 같은 역할을 한 것이다. 이는 유튜브가 점점 더 명확한 메시지를 담은 미디어 식 콘텐츠를 전달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똑같은 문제라 하더라도 블로그 후기였다면 이처럼 강력한 파급력을 갖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 콘텐츠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이용자의 댓글이다. 울릉도 여행에서 불편함을 겪었던 경험을 공유하는 댓글이 순식간에 1만 7천 개가 달렸고, 이는 뉴스에 다루어질 만큼 화제가 되었다. 이 생생한 댓글은 유튜브 내용에 신뢰를 실어주는 동시에 강력한 콘텐츠의 기능을 한다. 특히나 댓글에는 해당 유튜버의 영상을 평소에 즐겨 시청하던 이들이 그에 대한 신뢰감을 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팬 기반의 미디어인 유튜브에서는 매우 흔한 현상이다.
패키지 여행의 구조적 문제: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말하지 못한 것
속칭 ‘마이너스 투어’로 통하는 초저가 패키지의 문제점은 업계 종사자와 소비자 모두 알고 있던 일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사회적 파장과 변화를 이끈 계기는 지난 5월 유튜버 ‘레리꼬’의 잠입 취재 영상이었다. 조회수 180만, 댓글 1만3천개를 기록한 이 패키지 취재 콘텐츠는 단순한 불만 제기 수준을 넘어서 여행업계의 유통 구조, 가이드 수익모델, 가이드 품질 관리의 부재 등 구조적 병폐를 소비자의 시선으로 폭로한 유튜브 저널리즘 사례라고 할 만 하다.
최근에 여행사들이 내놓는 패키지 여행 상품을 보면, 이 사건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요새 주요 여행사들은 누적 리뷰를 분석해서 최고의 만족도를 이끌어낸 ‘스타 인솔자(가이드)를 전면에 노골적으로 내세운 상품을 만들어 내놓고 있다.
여행사가 언제부터 그렇게 가이드 인지도와 퀄리티에 신경을 썼는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마이리얼트립처럼 내가 투어 리뷰를 직접 확인해서 가이드와 랜드사를 고객이 직접 고를 수 있는 시대다. 여행사가 임의로 가이드를 뽑아서 ‘우수 가이드’, ‘우수 인솔자’라고 주장해서 상품을 만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마치며: 유튜브는 검색이 아닌 연결의 미디어다
여행업계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여전히 네이버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중심의 리뷰 체험단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블로그는 구조상 검색 유입에 의존하는 정적 콘텐츠이며, 구독 기능도 약해서 단순 검색 방문자로만 유지되는 구조다. 인스타그램은 공동구매와 같은 커머스로 진화하면서 협업의 폭을 넓혀가고 있지만, 역시 팬베이스가 이전보다 많이 약화되고 비슷비슷한 릴스 콘텐츠의 범람으로 인해 이제는 노출 자체가 쉽지 않은 매체다.
반면 유튜브는 ‘무엇’보다 ‘어떻게 다루는가’가 훨씬 더 중요한 매체다. 운영자의 얼굴과 태도가 그대로 반영되면서 나타나는 구독자의 정서적 반응, 스토리텔링, 신뢰도 있는 내레이션, 명확한 구조를 갖춘 메시지는 채널의 규모와 무관하게 수십만의 대중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유튜브는 팬베이스로 굴러가는 특징이 있다. 운영자와 팬의 끈끈한 상호 관계 속에서, 실제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메시징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유튜브에서는 불매도 판매도 모두 운영자가 전달하는 메시지에 따라 크게 일어난다는 특징이 있다.
이제 여행업계는 유튜브를 독립적인 미디어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단순히 상품을 홍보하거나 체험 영상을 제작하는 기존의 협업 방식이 유튜브에서는 그리 효과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유튜브 채널마다 가진 고유의 미디어적 특성을 파악해서, 소비자와의 쌍방향 대화와 신뢰도 구축을 위한 장기적인 콘텐츠 협업 전략이 요구된다. 취재 및 협업의 선별 기준 또한 조회수나 구독자 수와 같은 지표 뿐 아니라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가, 그 메시지가 누구에게 파급력을 전달하는가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유튜브는 단순한 SNS가 아니다. 레거시 미디어의 구조와 검색 기반 채널의 기능을 동시에 흡수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소비자와 여행업계를 이어주는 가장 강력한 미디어로 진화하고 있다. 여행업계는 이 변화를 놓쳐선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