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은 과거처럼 권위 있는 가이드의 별이나 점수를 따라가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취향을 중심으로 재구성됩니다. 여행 플랫폼의 리뷰, 소셜 피드백, 체감 가치가 여행자들의 판단에 더 중요한 신호로 작동하는 시대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프랑스 파인다이닝 업계의 심각한 침체와 중국에서 제기된 ‘미쉐린 키(Michelin Keys)’에 대한 비판적 시선은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미쉐린의 권위는 앞으로도 유효할 것인가?” 히치하이커는 최근 나타나는 미쉐린의 권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여행 트렌드의 변화를 기반으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프랑스 파인다이닝 업계의 위기: 수익 구조가 진짜 문제일까?
이번 주 아시아투데이가 보도한 ‘‘미슐랭의 나라’ 프랑스 요식업계 위기…수제요리식당 운영 난항‘은 미식 강국의 상징적 지형에 금이 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프랑스 전역에서는 하루 평균 약 25곳의 음식점이 문을 닫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수제 요리’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프랑스 소비자들의 외식 패턴은 이미 팬데믹 이후 큰 변화를 겪었고, 고정비와 인건비가 높은 파인다이닝 업장은 이 변화에 취약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경기 침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더 근본적인 변화가 눈에 들어옵니다.
미쉐린 스타 셰프인 티에리 막스는 현재의 위기를 “프랑스인의 탈(脫)미식화”라는 표현으로 설명합니다. 탈 미식화란 뭘까요? 파인다이닝의 가치를 구성해 온 장인성, 직접 조리, 정교함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일상적 욕망의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으로 보입니다. 실제 그의 설명에 따르면 파리 북부에서 22유로짜리 수제 요리 메뉴 하나를 팔아 남기는 이윤은 40센트에 불과합니다. 반면 시장에서는 간편식·비(非)수제 요소를 끼워 넣어 수익성을 높인 식당들이 더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수제 요리’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을 논의하고 있지만, 이 기사에 나타나있지 않은 진짜 문제의 본질은 이미 소비자 취향이 달라졌다는 데 있습니다. 과거 미쉐린의 별이 상징했던 ‘정교한 미식 경험’의 가치가 더 이상 대중적 욕망의 정점에 놓여 있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만족, 편안함, 일상의 즐거움을 더 우선순위에 두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여행자들은 ‘그 나라 고유의 문화’가 담긴 캐주얼한 미식이나 스트리트 푸드를 즐기며 쿠킹 클래스를 점점 더 선호하고 있는데 이 현상은 럭셔리 여행으로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최근 헐리우드 배우 샤를리즈 테론은 딸과 함께 한국에 개인 여행을 와서, 김밥과 떡볶이 클래스를 체험해 화제가 됐죠.
파인 다이닝은 단순히 비싸서 외면당한다기 보다는 쉽게 말해 ‘문화적 재미와 흥미를 느끼기 어려운’ 고급 문화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극소수가 아니면 여행 일정에 넣거나 투자하기가 꺼려지는 분야가 된 것이죠. 저도 개인적으로 미쉐린 모바일 앱을 이용하지만 ‘빕 구르망’, 즉 가성비 높은 저렴한 식당을 찾을 때만 활용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불거진 ‘미쉐린 키’ 논란 : 이게 추천 호텔이라고?
반면 중국에서는 또 다른 층위의 질문이 던져지고 있습니다. 징 데일리(Jing Daily)가 11월 4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쉐린이 호텔 평가 제도인 ‘미쉐린 키’의 중국 에디션을 발표하자 소비자들은 오히려 미쉐린의 권위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번 미쉐린 키 리스트에는 중국 본토와 홍콩 전역에서 총 64곳의 호텔이 포함됐으며, 이 중 최고 등급인 3개의 키(Key)를 받은 곳은 홍콩의 ‘로즈우드 홍콩(Rosewood Hong Kong)’과 쓰촨 주자이거우의 ‘리사이 밸리 리츠칼튼 리저브(Rissai Valley, Ritz-Carlton Reserve)’ 두 곳뿐입니다.
로즈우드 홍콩은 빅토리아 하버를 내려다보는 예술적 감각의 인테리어로, 리사이 밸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대의 계곡과 자연을 감싸는 고급 리조트 경험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중국 소비자들이 받은 인상은 “전혀 특별하지도, 놀랍지도 않은 결과”일 뿐입니다. 이미 현지 여행 플랫폼인 씨트립과 메이투안, 디엔핑에서 사용자 리뷰와 평점 상위권을 유지하던 대표적 럭셔리 호텔들이기에, “당연한 곳이 당연하게 선정된 명단”이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중국 여행자들은 실제 사용자의 피드백이나 가격 대비 만족도, 객실 상태의 일관성, 고객 응대의 세밀함 등 현장성이 담긴 경험치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미쉐린 키는 건축·서비스·문화성·독창성·가성비라는 평가 기준을 내세우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다가옵니다. 더구나 미쉐린이 일부 지역 관광청 및 공공기관과 재정적 협력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밝혀지면서, 선정 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의심도 커졌습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결합하며 중국 소비자들은 ‘미쉐린이 제시하는 럭셔리의 기준’ 자체에 대한 신뢰를 잃기 시작했습니다. 전통적이고 위계적인 럭셔리의 정의, 즉 “최고를 찾기 위해 누군가가 인정한 최고의 장소로 가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이제 지금의 소비자 감각과 뭔가 잘 맞지 않는 느낌입니다. 지금의 소비자에게 여행은 더 이상 권위적 선택의 복제본이 아니라, 자신만의 경험과 연결되는 감정적 가치의 탐색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죠.
마치며
프랑스의 파인다이닝 침체와 중국의 미쉐린 키 논란은 서로 다른 지점에서 발생했지만, 모두 같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여행과 미식을 정의하는 권위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전문가의 ‘선포’를 기다리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주변의 실제 목소리를 통해 선택합니다. 미쉐린은 오랫동안 세계 미식과 럭셔리 여행의 기준을 만들어 왔지만, 지금의 여행자들은 그 기준이 자신들의 여행 방식과 맞닿아 있을 때만 그 권위를 인정합니다.
미쉐린이 미래에도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별과 키의 확장이 아니라, 소비자 감각의 변화에 대한 섬세한 이해일 것입니다. 여행의 가치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가치를 측정하는 도구는 이미 새 시대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