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 노르뢰나(Norrøna)가 의류 및 장비 판매를 넘어 숙박, 가이드 서비스 등 경험 중심의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아웃도어 업계의 새로운 옴니채널 마케팅 전략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30년동안 입을 수 있다는 고품질의 의류를 생산하는 회사지만, 그만큼 수익 구조에서 부담을 느끼면서 여행사업으로 진출하게 된 것인데요. 최근 기후 위기와 함께 아웃도어 시장의 급변 속에서 유사한 확장 전략으로 여행 및 숙박 시장으로 진출하는 아웃도어 기업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히치하이커는 노르뢰나가 이처럼 ‘경험(Experience)’에 베팅하는 배경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이 그리는 미래의 모습은 어떤지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노르뢰나가 숙박 사업으로 진출하게 된 배경은?
노르뢰나는 1929년에 설립된 가족 경영 기업으로서, 현재 4대 CEO인 요르겐 요르겐센(Jørgen Jørgensen)이 이끌고 있습니다. 아직 직원 수가 140명 수준에 불과한 작은 규모를 유지하고 있지만, 품질과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특히 노르뢰나의 제품은 내구성이 뛰어나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CEO 요르겐센은 “저희에게서 최고급 스키 세트를 구매하면, 이상적으로는 수리 요청을 제외하고는 20~30년 동안 다시 저희를 찾을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제품 수명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제품 수명은 고객에게 훌륭한 가치를 제공하지만, 기업에게는 장기간 고객과의 연결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겨주었습니다.
노르뢰나의 다각화 전략은 2016년 전략 회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회의 결과, 단순한 제품 제조만으로는 브랜드의 목표와 약속을 완전히 이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요르겐센 CEO는 신규 사업 기회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우리가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가?’, ‘이것에 대한 열정이 있는가?’, ‘수익성이 있는가?’라는 세 가지 단순한 질문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노르뢰나는 2019년 경험 사업을 새로운 수직 계열로 설정하고, 경험 많은 노르웨이 여행사를 인수하여 노르뢰나 어드벤처(Norrøna Adventure)를 출범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동종 업계의 실패 사례와 대비되며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아웃도어 협동조합 REI는 약 40년간 운영해 온 모험 여행 및 교육 프로그램인 ‘경험(Experiences)’ 사업을 2025년 1월에 폐쇄했는데, 이는 순전히 재정적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REI의 CEO 에릭 아르츠(Eric Artz)는 “가장 실적이 좋았던 2019년에도 수익을 내지 못했다”고 밝혔으며, 매년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내는 바람에 다른 사업 부문의 이익으로 충당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노르뢰나는 이처럼 운영상의 어려움과 수익성 문제로 여행사업을 포기한 REI의 사례와 달리, 기존에 성공적인 기반을 갖춘 여행사를 인수하여 위험을 줄이고 점진적으로 브랜드의 정신을 접목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웃도어 브랜드의 ‘경험’ 확장 사례는 최근 해외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납니다. 일본의 스노우피크(Snow Peak)는 브랜드의 미니멀리스트 미학을 반영한 캠프필드(Campfield)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전에 히치하이커에서 소개했던 미국의 이보(evo)는 솔트레이크시티와 타호 시티, 일본에 숙박, 커피, 장비, 워크숍이 혼합된 하이브리드 호텔-리테일 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여행사업으로 확장하는 추세입니다.


노르뢰나의 여행 사업,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
노르뢰나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노르웨이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고유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노르웨이 텔레마르크(Telemark) 야생에 위치한 오프그리드 산악자전거 휴양지인 캔버스 텔레마르크(Canvas Telemark)가 있습니다. 이곳은 120km의 슬릭록 트레일과 장작 사우나, 야외 욕조, 고급 식사를 결합하여 고립된 환경과 안락함을 동시에 제공합니다.
노르뢰나의 숙박 사업 비전의 다음 단계는 북부 노르웨이 북극권에 위치한 세냐섬(Senja island)에 건설될 세냐 롯지(Senja Lodge)입니다. 이 롯지는 덴마크 건축 회사 도르테 만드럽(Dorte Mandrup)과의 협력으로 설계되어, 주변 경관과 조화되며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건축을 목표로 합니다.
경험 총괄 책임자(Chief Experience Officer)인 크리스티안 슈미트(Christian Schmidt)는 롯지가 소셜 미디어용 ‘인스타그램 명소’로 전락하는 것을 경계하며, “과도하게 가격을 책정하거나 소셜 미디어 어필만을 위해 디자인하지 않을 것”이며 “깊고 의미 있는 아웃도어 경험”을 창조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노르뢰나의 성장 방식은 의도적이며 매우 신중합니다. 요르겐센 CEO는 북부 노르웨이 지역의 롯지 사업에는 강한 자신감을 보이지만, 유럽이나 북미로의 성급한 확장은 당장 고려하지 않고 “딸들에게도 할 일을 남겨야 한다”는 농담을 던질 정도로 속도 조절에 신중합니다.
특히 노르뢰나는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개발을 고수합니다. 요르겐센 CEO는 롯지를 건설할 때 기초 공사를 피하기 위해 기둥(stilts)을 활용하는 건축 방식을 언급하며, “만약 롯지를 철거해야 할 때, 2~3년 후에는 이곳에 건물이 있었다는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지속 가능한 경영 철학을 강조했습니다.
현재 노르뢰나 어드벤처 사업은 여전히 노르웨이 여행객 비중이 높고, 장비 고객(운동선수)과 여행 고객(초보 하이커 포함) 간의 고객 기반을 통합하는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노르뢰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성장의 필수적인 부분임을 인지하며, 이러한 실험을 계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하네요.
마치며
노르뢰나의 숙박 및 가이드 사업 진출은 단순히 수익원을 다각화하는 것을 넘어, 자사의 고품질 제품이 보장하는 ‘영속성’이라는 가치에 ‘경험’을 더해 고객과의 관계를 장기적으로 심화시키려는 전략입니다.
140명의 직원으로 운영되는 작은 가족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목적의식과 신중하고 의도적인 확장 속도를 유지하는 노르뢰나의 방식은, 성장과 정체성 유지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자 하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에게 중요한 모범 사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여행 계획이 있으시다면, 한번 눈여겨 보실만한 브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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