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의 관광 산업은 외부 환경에 지나치게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팬데믹과 글로벌 경기 침체는 단기 관광객에 의존하는 모델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에 스리랑카 정부는 2026년 2월, 수년간의 준비 끝에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공식 출시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체류형 관광객 유치를 넘어, 경기 변동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안정적인 외화 수입원을 확보하려는 경제적 실험입니다.
히치하이커는 스리랑카가 2026년 2월부터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도입한 배경, 그리고 타국의 비자와 대비한 주된 차별점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장기 체류와 안정적 외화 유입, 두 마리 토끼
유로뉴스(Euronews) 등 외신에 따르면, 스리랑카 정부가 발표한 디지털 노마드 비자의 핵심은 ‘접근성’과 ‘명확성’입니다. 신청 자격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으로, 스리랑카 외부의 기업이나 클라이언트로부터 월 최소 2,000달러(약 1,700유로)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음을 증명하면 됩니다. 이러한 소득 기준은 유럽이나 중동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습니다.
이는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같은 유럽 국가들이 월 3,000유로 이상의 고소득을 요구하거나 까다로운 세금 신고 절차를 두고 있는 것과 대비됩니다. 또한 아이슬란드(월 약 7,000달러)나 두바이(월 5,000달러) 등 고소득 전문직만을 타겟팅하는 국가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으로, 주니어급 개발자나 프리랜서 작가,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 더 넓은 범위의 인재들을 수용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부양가족에 대한 기준입니다. 자녀가 두 명까지는 추가 소득 증빙이 필요 없습니다. 세 명째부터는 자녀당 월 500달러(약 425유로)의 추가 소득 요건이 붙습니다. 신청 프로세스 또한 간소화되어, 이민국 공식 웹사이트나 전용 모바일 앱을 통해 서류 제출부터 수수료 결제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자 발급 비용은 1인당 500달러(약 425유로)로 책정되었으며, 1년 단위로 유효하며 매년 갱신이 가능합니다.
스리랑카의 이번 비자 제도는 ‘장기 체류’와 ‘해외 자본 유입’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일반 관광객이 며칠간 머물며 일시적인 소비를 일으키는 것과 달리, 디지털 노마드는 최소 1년 동안 스리랑카에 거주하며 생활인으로서 소비를 지속합니다. 특히 급여가 스리랑카 내부가 아닌 해외 클라이언트나 기업으로부터 지급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이는 스리랑카 내수 시장의 일자리를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외부에서 창출된 부를 스리랑카 경제로 수혈하는 효과를 냅니다.
스리랑카 정부가 주목한 또 다른 포인트는 ‘안정성’입니다. 글로벌 경기 불황이 닥치면 가장 먼저 위축되는 것이 단기 해외여행이지만, 이미 특정 지역에 기반을 잡고 원격으로 근무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은 경기 호황과 불황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습니다. 즉, 디지털 노마드는 스리랑카 경제에 있어 경기 변동 리스크를 완충해 주는 ‘안전 자산’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연간 500달러의 비자 수수료와 1년 단위 갱신 시스템을 도입하여 행정적 편의를 극대화했으며, 가족 동반 시에도 자녀 2인까지는 추가 소득 증빙을 면제하는 등 파격적인 가족 친화적 정책을 내세워 타국 비자 제도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물론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스리랑카는 현재 스피드테스트 글로벌 인덱스 기준 고정 브로드밴드 속도가 세계 131위에 머물러 있어, 디지털 노마드의 생명줄과 같은 인터넷 인프라가 최대 약점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스리랑카 정부는 이를 인지하고 주요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디지털 허브’를 조성하는 한편, 비자 소지자들에게 현지 IT 생태계 및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열어주고 있습니다. 이는 노마드들을 단순한 소비자로 두지 않고, 그들의 전문 지식을 현지 인력에게 전수하는 ‘지식 교류의 파트너’로 활용하여 국가의 디지털 경쟁력을 함께 끌어올리겠다는 장기적인 포석입니다.
마치며: 단순한 휴양지를 넘어 ‘워케이션의 성지’로의 도약
스리랑카가 디지털 노마드들에게 매력적인 이유는 단순히 비자 때문만이 아닙니다. 남부 해안의 환상적인 서핑 포인트부터 코끼리와 표범을 만날 수 있는 국립공원, 그리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시기리야(Sigiriya)와 아누라다푸라(Anuradhapura) 같은 고대 도시까지, 일과 휴식을 완벽하게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습니다. 2023년 개장한 300km 길이의 ‘페코 트레일(Pekoe Trail)’은 중부 고산 지대의 차밭과 구름 숲을 가로지르는 하이킹 코스로, 자연 속에서 영감을 얻고자 하는 걷기 여행자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광 자원의 개발과 더불어 스리랑카는 자유와 안정을 동시에 갈망하는 장기 체류 여행자에게 가장 현실적인 낙원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인프라 개선이라는 숙제를 해결하며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스리랑카는 경기 변동의 파고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새로운 관광 경제 모델의 사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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