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히치하이커닷컴 대표 김다영입니다. 한 해를 마감하면서 여행 분야의 크리에이티브와 도전적인 시도를 분야 별로 정리해 보고, 주관적인 관점에서 베스트를 꼽아보는 ‘히치하이커 어워드’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관광 캠페인(Destination campaign)’ 영상 부문에서 올해 최고의 영상을 선보인 4개 국가를 소개합니다.
우선 이를 선정하게 된 배경은 12월 19일자 CNN 기사를 모티브로 했는데요. ‘2022년 세계 각국이 관광 홍보를 위해 시도한 기발한 방법들 (The weird ways destinations tried to get you to visit in 2022)’에 랭크된 총 14개 국가의 영상을 모두 시청한 후, 가장 기발한 영상을 뽑았습니다.
4위 : 스웨덴 ‘Spellbound by sweden’
hitchhickr’s say: 스웨덴은 왜 이러는 걸까요?
전 세계 그 어떤 나라도 자국의 어두운 면을 소재로 공포 영화를 만들어 관광을 홍보하려 하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스웨덴은 그 어려운 것을 해냅니다. 국토의 70%을 차지하는 숲과 이를 기반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신화(스토리)를 알리기 위해, 스웨덴 관광청은 2분 길이의 짧은 공포영화 필름을 제작했습니다.
영상을 보고 나면 뭔가 더 찝찝한데요. 스토리가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궁금함만 남기고 끝나기 때문입니다. 다음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네 그렇습니다. 스웨덴에 직접 가야 됩니다.ㄷㄷ 위치 인식 후 스포티파이에서 잠금 해제를 통해 다음 이야기를 들을 수 있거든요. 스펠바운드 바이 스웨덴 캠페인 바로 가기
3위: 리투아니아 ‘Vilnius Belated Birthday Cards’
hitchhickr’s say: 축하해 달라는데, 좀 해줍시다ㅎㅎ
리투아니아는 관광 홍보 영상에 진심인 나라 중 하나입니다. 이전부터 기발한 캠페인을 종종 선보였던 리투아니아는, 이번에는 수도인 빌뉴스의 700주년(2023년)을 소재로 골때리는 80년대풍 레트로 비디오를 만들었습니다. 699번째까지 생일 축하를 받지 못했던 빌뉴스는 이번만큼은 축하를 받고 싶지만, 아무도 빌뉴스가 생일인지(심지어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이야기로 시작되거든요.
이들의 솔루션은 ‘뒤늦은 생일축하 카드 받겠습니다’인데요. 준비해 놓은 전자 생일카드의 문구도 주옥같습니다. ‘생일 축하해. 사실 나 니 생일 내일인줄 알았어’ 같은 어처구니없는 문구들이거든요. 이 웃기는 전자 카드는 실제로 빌뉴스에 보내줄 수 있습니다. 빌뉴스 700년 축하 사이트 바로 가기 저도 여기서 1장 보냈거든요.ㅎㅎ 정말 기발하면서도 멋진 캠페인입니다.
2위 : 호주 “G’day, the short film (2022)’
hitchhickr’s say: 관광 홍보로 디즈니 영화를 만들어내면, 다른 나라는 뭐먹고 삽니까!
제가 책 <여행을 바꾸는 여행 트렌드>에서 혹평을 했던 호주의 관광 홍보 영상, 올해는 작정을 하고 칼을 갈았네요. 2020년 카일리 미노그라는 대스타로 어처구니없는 뮤직비디오를 찍어 패러디만 양산했던 호주는, 절치부심 끝에 사람들이 원하는 영상을 만들어 냈습니다. 무려 9분짜리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 ‘굿데이’는 10월 20일 공개 2달 만에 무려 1900만 조회수라는 엄청난 기록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아, 재밌네요. 디즈니 스토리텔링 공식을 충실히 따른 이 영화는 기념품점에서 탈출한 캥거루 인형 루비와 장난감 유니콘 루이가 호주 전역을 다니며 티격태격하는 모험을 다루고 있습니다. 한글 자막 있으니, 켜고 즐감하시길. 🙂
+ 오스트리아 비엔나도 무려 5분이 넘는 단편 영화를 제작했습니다.(바로 가기) 하지만 괜찮은 스토리와 영상에도 불구하고 조회수가 9.8만회로 거의 나오지 않고 있네요. 확실히 호주 쪽이 재미 요소가 높기는 합니다.
1위: 아이슬란드 Out-horse your email to Iceland’s Horses
hitchhickr’s say: 🤣🤣🤣🤣🤣🤣🤣🤣🤣🤣🤣🤣🤣
물론 호주처럼 거대 자본을 들여서 영화를 찍어 조회수 대박이 터진다면 좋겠지만, 아무생각 없이 보다가 터질 수 있는 1분짜리 비디오를 만드는 가성비도 재능입니다. 매번 느끼지만 아이슬란드의 재치는 따라갈 나라가 없네요. 그냥 1등입니다.
“휴가를 망치는 것은 휴가 중에 날아오는 이메일”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비디오인데, 갑자기 아이슬란드 조랑말들이 나 대신 부재중 메시지를 쓸 수 있게 훈련받았다는 개드립이 등장하다니요. 아이슬란드 당신들 제정신입니까ㅎㅎㅎ
하지만 이렇게 끝낼 아이슬란드가 아니죠. 캠페인 웹사이트에 가면 영상에 등장했던 3마리 말 중 하나를 선택해, ‘나만의 무의미한 부재중 메시지 쓰기’ 기능이 보너스로 제공됩니다. 이보다 바보같을 수 없는, 근데 이상하게 참여하고 싶어지는 캠페인이 있을까 싶네요.
p.s 제가 선정 후보로 시청한 14국에는 당연히 한국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2주 전에 발매된 따끈따끈한 홍보 영상이 있네요.
그러나 관광 홍보영상의 패러다임을 바꾼 ‘필더 리듬 오브 코리아’ 시리즈와는 너무나 대비되는 이번 영상은, 조회수가 결과를 말해주네요. 현대 문화의 텍스쳐를 입체적으로 전달했던 지난 시리즈와 달리, 장소/액티비티를 세대 별로 즐기는 단편적인 ‘관광’과 드론샷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전 세계가 관광의 관점을 장소에서 사람으로 변경하는 추세인데, 우리만 다시 뒷걸음질을 치는 느낌입니다. 이참에 최악의 비디오도 뽑아봐야 하나, 고민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