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11일부터 한국의 중국발 단기비자 발급이 재개되었습니다. 지난 1월 초 중국이 입국 여행자에 대한 검역 면제를 발표했지만, 곧바로 한국이 비자 발급을 중단한 지 40일 만의 재개입니다. 한국으로 향하는 중국의 여행 수요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요?
중국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2022년을 보냈습니다. 엄격한 Covid-19 정책으로 인해 여행은 커녕 외출조차 할 수 없었던 악몽같은 시간을 보냈으니까요. 참았던 여행 욕구가 한껏 분출될 수밖에 없는 2023년, 중국 여행자들은 무엇에 돈을 쓰게 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한국이 많은 경쟁국을 제치고 중국의 수요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중국 정부는 자국인들이 해외로 나서는 걸 그리 반긴다고 보지 않습니다. 관광은 내수 경제에 기여하거나, 또는 타국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산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과거와 같은 중국 수혜를 당연시하며 기대했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겠죠. 또한 여행사가 주도하는 단체 여행보다는 양질의 개인화된 여행을 유치해야만 하는데요. 이를 위해 오늘은 중국의 MZ세대 하위 문화를 다루는 미디어 라디(RADII)가 예측한 여행 트렌드를 바탕으로, 히치하이커의 시각을 더해 5개 트렌드를 간단히 정리해 봅니다.
1. 토끼 마케팅
2023년 1월 22일부터는 중국 음력으로 토끼의 해가 시작되는 날입니다. 자연스럽게 중국에서 ‘올해의 마스코트’가 된 토끼는 여행, 엔터테인먼트 등 모든 분야에서 컬래버레이션과 체험으로 확장될 전망입니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자사의 토끼 캐릭터인 오스왈드를 내세우며, 중국의 인기 사진 앱인 메이투픽(MeituPic), 뷰티캠(BeautyCam)과 협업해 캐릭터 필터를 내놓았고요. 또한 디즈니 차이나는 위챗을 통해 오스왈드가 올해 디즈니 테마파크와 리조트에 더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올해 중국인을 대상으로 여행 마케팅을 할 때 주목해야 할 대목입니다.
2. 국내 여행 – 포토제닉 스팟의 꾸준한 인기
중국의 Z세대는 한 때 전 세계가 가장 탐내는 여행 소비자였지만, 팬데믹을 거치면서 취업난과 경제난에 시달리며 소비 여력은 다소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들에게 지금 어필하는 여행은 ‘국내 여행’, 즉 중국 내 여행인데요. 대자연 속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대표적으로는 중국과 베트남 국경에 위치한 더톈(德天) 폭포와 윈난 고원 여행입니다. 두 장소의 공통점은 대자연의 장대함이 여행 사진에 잘 표현되고, 지역의 전통 문화(특히 의복 연출 등)가 이국적이라는 점을 들 수 있겠네요.
최근 우후죽순 건설되고 있는, 유리 전망대의 열풍도 계속될 조짐입니다. 위 이미지는 중국 푸젠성의 선수교(仙手橋)인데요. 거대 손 조형물이 다리를 들고 있는 형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일반 촬영이 아닌, 드론 촬영 시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줄 수 있는 여행지에 대한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보입니다.
3. 나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
유네스코의 통계에 의하면 자국을 벗어나 체류하고 있는 중국인의 수는 1천 만 명으로 추산됩니다.(한국에도 약 70만 명이 거주하고 있죠) 2022년은 해외 동포가 고향을 방문할 수도 없고, 또 어쩌다 중국에 방문했다가 체류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발이 묶인 이들도 있는 등 이동과 교류가 멈춘 한 해였습니다. 따라서 2023년은 가족을 중시하는 중국인의 특성상 고향을 찾아 떠나는 외국 동포가 중국을 방문하거나 그 반대의 여행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또 소위 ‘디아스포라’라고 불리는 이주 집단의 후손들은, 해외에 거주하면서도 자신의 뿌리를 찾으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이들을 전문으로 하는 중국의 여행사가 있습니다. 바로 중국 조상 연구 및 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마이 차이나 루츠(My China Roots)인데요. 광저우와 베이징, 런던에 지사가 있을 정도로 작지 않은 회사네요. 이 여행사는 자신의 부모나 조부모가 자란 집, 다녔던 학교 등의 가족 명소를 돌아보고 가족 기록을 찾는 작업을 전문적으로 돕는 일을 합니다. 최근에는 이렇게 찾은 가족들의 스토리를 영상으로 제작해주는 ‘레거시 필름’ 사업으로도 확장했네요. 중국인들이 자신의 뿌리나 역사를 돌이켜볼 수 있는 명소를 가진 지역들은 마케팅 시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4. 대자연 속에서 글램핑
중국의 MZ 세대 여성들이 주로 사용한다고 알려진 소셜미디어 ‘샤오홍슈’에서는 아직도 글램핑이 트렌디한 여행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글램핑 시설에 야외 영화관을 갖춘 곳들이 인기라고 하네요. 대자연에 대한 수요는 올해 들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중국 당국이 더 이상 지역 간 방역 규제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야외 여행 수요는 해외로 연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만약 틈새 시장을 굳이 찾는다면, 아직은 초기 단계에 있는 스키 인프라가 한국에는 기회가 될 것 같네요.
5. 농촌 관광의 지속적인 성장
중국 정부가 가장 주력하고 투자하는 관광 정책 중 하나가 농촌 관광 활성화입니다. 앞에 언급한 야외 여행이나 국내 포토제닉 여행 역시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과 상당히 맞물리는 트렌드죠. 특히 주목할 만한 여행 사업체가 하나 있는데요. 2000년 설립한 중국의 인바운드 여행사 ‘와일드 차이나’는 전 세계 여행자에게 중국의 알려지지 않는 여행지를 품격있게 상품화하여 판매하는 기업입니다.(한국에도 반드시 이런 회사가 많아져야 된다고 봅니다)
2022년 초에 와일드 차이나는 중국 동부 저장성의 버려진 전통 민가를 카페 겸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인기를 끌었습니다. 향후 중국 전역에서 대세가 될 트렌드로도 볼 수 있겠네요. 중국의 젊은 세대도 농촌을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여행하는 것을 매우 즐기기 때문에, 한국의 농촌 문화도 이색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결국 누가 얼마나 경쟁력있고 세련된 상품을 내놓을 것인가의 문제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