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11월 8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9개국 일반 여권 소지자에 대해 비자 면제 정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으로 시행되는 이번 한시적 비자 면제 조치는 양국 간 인적 교류 확대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히치하이커닷컴은 이번 중국 비자 면제의 숨은 의미와 배경, 향후 방향성에 대해 짚어봅니다.
무비자 정책의 주요 내용
이번 무비자 정책은 2025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됩니다. 대상국은 한국을 비롯해 슬로바키아,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모나코, 안도라공국, 리히텐슈타인 등 총 9개국입니다. 이로써 중국의 일방적 비자 면제 대상 국가는 기존 20개국에서 29개국으로 확대되었습니다. 해당 국가의 국민들은 비즈니스, 관광, 친지 방문 등을 목적으로 최대 15일간 비자 없이 중국에 체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비자 면제 발표 전인 3분기 중국행 해외 패키지 여행객 수는 이미 전년 대비 112% 증가했으며,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19% 상승했습니다. 모두투어의 경우 지난 8월 중국 패키지 송출객 비중이 동남아시아에 이어 2위를 기록했습니다. 국내 여행사들은 무비자의 영향으로 그동안 중국에 무관심했던 20~40대의 방문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11월 이후 중국 여행 수요는 예년 대비 1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이고, 자유여행 시장은 확실히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인바운드 활성화 정책
중국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에만 무려 86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했으며, 외국인의 출입국 기록도 4,770만 건에 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관광지였습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이 수치는 크게 감소하여 2024년 상반기 기준 각각 310만 명, 2,920만 건을 기록했습니다. 팬데믹 이전 대비 절반 수준의 수치입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지난 1년간 관광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작해 왔습니다. 이미 올 초부터 13개 유럽 국가를 포함한 여러 국가의 여행객들에게 15일간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으며, 그외 수십 개국에게는 제3국 경유 시 최대 6일간의 무비자 체류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범 프로그램들은 실질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는데, 중국 정부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전체 중국 방문의 58%가 무비자 방문이라고 합니다. 이번 한국을 포함한 9개국에 대한 무비자 정책 확대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으며, 중국 정부의 관광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발맞추어 베이징은 외국인 관광객 편의를 위해 중국 최초로 지하철에서 마스터카드와 비자카드 결제를 지원하는 ‘탭앤고’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27개 지하철 노선 490개 역사에 걸쳐 2만여 개의 시설을 업그레이드했으며, 곧 외국인 전용 ‘이통싱’ 앱도 출시할 예정입니다. 2024년 1월부터 7월까지 베이징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227.9% 증가한 199.5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이통싱 앱은 공개되는 대로 받아서 히치하이커TV에서도 리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치며 – 향후 개선점
그러나 중국 인바운드 관광 활성화에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남아있습니다. 외국인들은 현금이나 해외 신용카드 사용이 제한적이며, 웨이신(WeChat)이나 알리페이와 같은 현지 결제 앱 사용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대도시를 제외하면 영어 사용이 어렵고, 중국의 인터넷 방화벽으로 인해 구글 이메일인 지메일(Gmail)이나 페이스북(Facebook) 계열의 모든 소셜미디어 서비스 이용에 제약이 있다는 점도 큰 문제로 지적됩니다.
특히 중국어에 능통한 외국인조차도 중국의 일상생활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중국 현지 전화번호나 은행 계좌 개설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국 등 해외 은행 카드와 연동된 알리페이 사용 시에도 정기적으로 본국 은행에 연락하여 사기 거래가 아님을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또한 많은 기본적인 생활 애플리케이션 사용에 제약이 있어 우회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저의 위챗 계정도 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기적으로 계속 계정이 잠겨서, 현재는 알리페이에만 기대서 여행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알리바바, 텐센트 등 주요 기업들과 정부가 협력하여 각국 관광객들을 위한 ‘관광객 스타터 키트’를 개발하고, VPN 사용 등에 대한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일부 가이드라인은 현재 계획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일부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 이용에 중국어 독해 능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결제 시스템, 언어 지원, 인터넷 접근성 등 기본적인 인프라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이데일리, 신화통신, The Economist, 링크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