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크루즈업계는 조용히 여행산업 내에서 가장 혁신적인 플레이어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고객 경험과 맞춤형 서비스의 디지털화를 통해 놀라운 성장을 이루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현대 크루즈선을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스마트 도시”로 평가하고 있는데, 이는 사물인터넷(IoT) 기술, 실시간 데이터 분석, 고객 중심의 서비스 개선이 만들어낸 성과이다.
항공사와 크루즈는 모두 고정 용량(fixed capacity)과 대량 운송(high-volume)의 특성을 가지며, 수익의 상당 부분을 부가 서비스(ancillary revenue)에서 창출하는 구조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양 업계의 회복 속도는 현저히 달랐다. 크루즈산업은 2022년까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며, 2023년과 2024년에는 주요 기업들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항공업계는 여전히 회복 과정에 있으며, 소비자 만족도는 팬데믹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항공업계뿐만 아니라 한국의 여행업계 전반은 크루즈업계의 성공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히치하이커닷컴은 글로벌 크루즈 산업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고, 이를 항공 및 여행업계에 적용할 수 있는 시사점을 도출해 보았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크루즈업계의 대응
코로나19 초기, 크루즈업계는 ‘떠다니는 전염병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쓰며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한때 업계의 회복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전망까지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크루즈업계는 그 어느 여행 부문보다 빠르고 강력한 회복을 이뤄냈다.
이러한 반등을 가능하게 한 첫 번째 요인은 수요의 지속성이었다. 미국 크루즈 시장은 2021년 중반부터 점진적으로 재개되었으며, “보복 여행(revenge travel)” 수요를 선제적으로 흡수했다. 2023년 미국 내 크루즈 승객 수는 1,690만 명으로,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19%나 증가한 수치다.
두 번째는 가격 경쟁력이다. 최근 호텔 및 육상 여행 비용이 급등한 것과 달리 크루즈 여행은 비용 대비 가치(value for money), 즉 가성비를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2023년 기준 평균 크루즈 비용은 승객 1인당 하루 186달러로, 주요 도시 호텔 숙박비보다 저렴한 수준이었다. 또한, 팬데믹 이전 대비 크루즈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25~30% 이상 증가하면서 더욱 매력적인 여행 옵션으로 부상했다.

세대 전환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 강화
과거 크루즈 여행은 은퇴자 중심의 시장으로 인식되었으나, 최근 몇 년간 젊은 여행객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9년 크루즈 승객 중 40세 미만의 비율은 35%였지만, 2024년에는 42%로 증가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의 크루즈 여행 재이용률이 81%에 달하며, 팬데믹 이후 크루즈업계의 장기적 성장을 이끄는 핵심 고객층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크루즈업계는 맞춤형 경험(personalization)과 기술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대형 크루즈선은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AI 기반 분석을 활용하여 고객의 취향과 행동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식사, 액티비티, 서비스 등을 개별 최적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반면 항공업계는 여전히 전통적인 승객 경험을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항공사는 기본적인 기내 서비스 제공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승객 개개인의 선호를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 도입이 더디다. 한국의 여행업계 역시 여전히 전통적인 구조에 머물러 있으며, 젊은 세대에 대응하는 테마 여행 상품을 내놓고는 있지만 이는 본질적 변화가 아닌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렇게 업계 구조가 정체되어 있는 사이, 젊은 세대는 기존 여행업계의 불합리한 구조를 참지 않고 이를 콘텐츠로 공론화하여 더욱 더 부정적인 인식을 낳고 있다. (조회수 터진 저가 패키지여행 체험 영상에 여행업계 ‘긴장’ 2025.4.7 여행신문 보도 ) 여행업계 전반적으로 데이터 기반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필두로 한 커다란 개혁이 필요하다.
꾸준한 기술 투자, 고객 만족도에 집중
크루즈업계는 팬데믹 기간 동안 오히려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특히 2020년 이후 크루즈 관련 특허 출원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신기술 도입과 서비스 개선이 가속화되었다. 업계는 AI, IoT, 생체인식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선상 경험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 모든 경험의 핵심은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반면, 항공업계는 같은 기간 생존 모드에 돌입하며 혁신 투자가 정체되었다. 2020년 이후 주요 항공사들의 특허 출원은 급감하였으며, 많은 기업이 기존 인프라 유지에만 집중했다. 이러한 차이는 위기 상황에서 혁신을 선택한 크루즈업계와, 단기 생존 전략에 의존한 항공업계의 근본적인 차이를 보여준다. 한국의 여행업계 역시 위기 대응책이라고 내놓는 것이 비용 절감을 위한 인력 감축 정도인데, 지금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혁신을 위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마치며
크루즈업계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며,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맞춤형 서비스, 세대 변화 대응, 기술 투자 등 다양한 요인이 크루즈업계의 성공을 뒷받침했다. 반면, 항공업계와 한국 여행업계는 여전히 과거의 운영 방식을 유지하며 변화에 소극적이다.
앞으로 항공업계와 여행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크루즈업계의 전략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개인화된 서비스 도입, 데이터 기반 고객 경험 개선, 장기적 혁신 투자 등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여행업계 전반이 크루즈산업의 성공 사례에서 배울 점을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실질적인 변화로 연결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