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여행의 양상이 급격히 변하고 있습니다. 지역 사회와의 공존, 환경에 미치는 영향 최소화, 디자인 감성과 개인화된 경험을 중시하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지속가능성과 공동체 기여, 미적 감수성을 중시하는 여행자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숙소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역성, 디자인, 커뮤니티 환원, 창의적 교류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단순한 숙박 예약을 넘어선 지속가능한 여행 생태계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히치하이커는 유럽의 친환경 숙박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4개의 대표적인 글로벌 서비스를 비즈니스 측면에서 분석하여, 이들이 재정의하는 여행의 의미를 살펴보았습니다.

1. 자연 속 숨은 보석을 큐레이션하다 – 킵 하이드어웨이스 Kip Hideaways
킵 하이드어웨이스는 영국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멤버십 기반 숙소 큐레이션 플랫폼입니다. 이 플랫폼은 오직 2인에서 6인 규모의 소형 숙소만을 엄선하여 소개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숙소는 재활용 목재, 태양열 샤워, 친환경 인테리어 등 지속가능한 요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공동 창립자인 Liz Simpson과 Sarah de Vere-Drummond는 대형 숙소 플랫폼에서 스타일리시하고 감각적인 소규모 숙소들이 쉽게 묻혀버리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를 해결하고자 Kip을 시작하였습니다. 멤버십을 통해 프리미엄 혜택을 제공하며, 지역 경제와 숙소 소유주의 자립을 동시에 도모하고 있습니다.
킵 하이드어웨이스는 숙소 자체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철저한 검수와 리뷰 시스템을 통해 여행자에게 신뢰감을 주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팬데믹 이후 영국 내 여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런던 근교와 웨일스, 서식스 해안 지역의 예약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 이익의 절반을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윤리적 숙소 플랫폼 – 페어비앤비(Fairbnb.coop)
페어비앤비는 이윤보다 공동체 가치를 앞세우는 커뮤니티 기반 숙박 플랫폼입니다. 유럽 전역의 2,500개 이상의 호스트가 참여하고 있으며, 숙박 수수료의 50%를 지역 사회 프로젝트에 직접 환원하는 구조가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Big Issue Foundation, 런던의 길렛 스퀘어, 동부 지역의 아동 호스피스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실제로 페어비앤비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투숙객은 예약 시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페어비앤비는 ‘원호스트-원하우스’ 원칙, 지역 거주자만 등록 가능 등의 엄격한 기준을 통해 과잉관광이나 지역 정체성 파괴를 방지하고 있으며, 숙소 등록 시 지역 앰배서더가 규제와 지속가능성 기준을 검토하여 승인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의 이러한 구조는 단순히 ‘지속가능한’이라는 마케팅 수사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지역사회의 건강한 관광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3. 북유럽 감성 속 힐링을 제공하다 – 랜드포크(Landfolk)
2021년 덴마크에서 시작된 플랫폼으로, 팬데믹으로 해외여행이 제한되던 시기에 에어비앤비 출신의 직원 7명이 설립했습니다. 북유럽 특유의 미니멀한 디자인 감성과 자연 속 힐링을 결합한 숙소 큐레이션을 지향하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덴마크에 한정된 숙소를 소개하다가 현재는 노르웨이와 독일까지 확장하였습니다.
랜드포크에 등록된 숙소는 대부분 숲, 호수, 해안, 산 등 자연 환경과 맞닿아 있으며, 대형 창문, 친환경 자재, 나무 벽난로, 사우나 등 실내 공간 역시 자연과 연결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Nordic log cabins’, ‘Dog-friendly’, ‘Premium escapes’ 등 주제별 큐레이션 기능을 통해 이용자는 스타일에 맞는 숙소를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사용성과 디자인 모두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랜드포크는 자연 속에서의 느린 일상과 정서적 회복을 원하는 여행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팬데믹 이후 부각된 로컬 힐링 여행 트렌드를 대표하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4. 창작자 전용 집 교환 커뮤니티 – 비홈(Behomm)
비홈은 일반 숙박 예약 플랫폼과 전혀 다른 철학을 가진 초청형 홈 익스체인지 커뮤니티입니다. 스페인의 그래픽 디자이너 부부가 2013년에 창립한 이 플랫폼은 전 세계의 디자이너, 작가, 건축가 등 창작자들이 자신의 집을 서로 교환하여 여행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으며, 입주 조건은 단 하나: 디자인이 아름다운 집이어야 합니다.
회원 가입은 기존 회원의 초대를 받거나 비홈의 심사를 통과해야만 가능한 폐쇄적인 구조입니다. 등록 신청된 집 가운데 실제로 승인되는 비율은 20~30%에 불과하며, 승인 기준은 위치나 크기보다 ‘디자인의 아름다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회원은 연간 380유로의 회비를 내고 활동하며, 플랫폼에는 광고도 없고 추가 수수료도 없습니다. 이를 통해 비홈은 상업적 성격을 최소화하고, 디자인 감성과 신뢰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중심의 여행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플랫폼 내에서는 커피 미팅이나 홈 호스팅 등의 교류도 활발히 이루어지며, 홈 익스체인지를 통해 평소에는 접하기 힘든 고유한 지역과 주거 공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장기 체류자, 원격 근무자, 크리에이터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으며, 여행자가 단순한 방문자가 아니라 로컬 커뮤니티의 일원처럼 일상에 녹아드는 경험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유럽에서는 집 교환 플랫폼의 트렌드가 심상치 않네요. 이전에 소개했던 홈 익스체인지 서비스들도 아래 기사에서 참고해 보세요.

📌 서비스 비교 요약표
서비스명 | 지역 범위 | 핵심 강점 | 단점 또는 제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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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p Hideaways | 영국 전역 | 스타일리시한 소규모 숙소 큐레이션 회원제 기반 신뢰성 | 영국 외 지역 이용 불가 멤버십 기반으로 일부 접근 제한 |
Fairbnb.coop | 유럽 전역 | 수익의 50% 지역 환원 지역 사회 프로젝트 선택 가능 | 플랫폼 인지도 낮음 숙소 수 제한적 |
Landfolk | 덴마크, 노르웨이, 독일 | 자연 속 고급 숙소 큐레이션 미니멀 북유럽 디자인 | 북유럽 중심 대중교통 접근 어려움 |
Behomm | 전 세계 | 초청 기반의 신뢰형 홈 교환 고품질 디자인 숙소 큐레이션 | 가입 진입 장벽 높음 비회원에게 정보 비공개 |
마치며
지속가능성과 미적 감수성, 공동체 기여라는 가치가 새롭게 여행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한 4개의 플랫폼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시대의 여행을 정의하고 있으며, 특히 ‘소비자 중심’이 아닌 ‘지역과 사람 중심’의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집니다.
이제 여행 소비자는 단순한 휴식 그 이상을 고민하며, 여행이라는 행위를 인간적이고 공동체적인 경험으로 전환시키려는 니즈가 있다는 점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플랫폼들의 등장은 여행의 미래가 더욱 윤리적이고 의미 있게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