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덕질’이라는 말이 일상에 자리 잡았습니다.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캐릭터를 ‘최애’라 부르며 열정을 쏟는 문화가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생활양식이 된 것이죠. 하지만 팬심이 깊을수록 그 존재가 우리 곁을 떠날 때 느끼는 상실감 또한 커집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팬 활동을 하는 사람 중 2.5명 중 1명이 이른바 ‘최애 상실’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이는 예상 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런 현상에 주목한 일본의 이즈 메리어트 호텔 슈젠지가 흥미로운 패키지를 선보였습니다. 히치하이커닷컴은 최근 변화하고 있는 웰니스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호텔의 이색 패키지에 대해 소개해 드립니다.
치유의 여정을 제안하는 호텔 패키지
‘치유의 여정(Healing Journey)’이라 이름 붙은 이즈 메리어트 호텔 슈젠지의 패키지는 갑작스러운 최애의 결혼 발표나 그룹 탈퇴 등으로 상실감을 느끼는 팬들을 위해 특별히 고안되었습니다. 패키지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신사에서의 정화 의식: 오니 신사에서 팬 상품에 대한 정화 의식을 진행합니다. 단순히 버리기엔 아까운 소중한 물건들을 정중히 떠나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정화 의식 후에는 맡긴 상품을 되찾을 수 없다고 하네요.
- 디지털 디톡스: 호텔 체크인 시 스마트폰을 보관함에 맡길 수 있습니다. SNS의 소음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 프라이빗한 감정 표현: 객실에는 와사비 모나카와 감동적인 그림책이 준비됩니다.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눈물을 쏟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일본에서는 이렇게 개인적인 공간에서 ‘울 수 있다’고 홍보하는 호텔 패키지나 여행 에세이가 의외로 많습니다. 타인 앞에서 감정을 표출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단면이기도 합니다.
- 미식 체험: 이즈 지역의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정성스러운 요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 패키지는 단순한 숙박 상품을 넘어 정서적 케어를 제공합니다. 온천이 있는 객실, 일찍 체크인할 수 있는 혜택, 그리고 ‘최애 상실 여행의 지혜’라는 안내서까지 세심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상세한 여행 일정도 짜서 제시하고 있으니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슈젠지는 도쿄 수도권에서 전철로 약 2시간으로 접근성이 좋고, 1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온천과 레트로한 거리 풍경이 인상적인 관광지라고 합니다. SNS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여유롭고 조용한 시간에 몸을 두고 싶은, 정신적 웰니스에 맞는 여행지라고 소개하고 있네요. 이즈 메리어트 호텔 슈젠지 호텔에도 객실 내에 온천 시설이 잘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호텔 마케팅으로는 온천 호텔을 차별화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특정 감정이나 목적에 초점을 맞춘 패키지를 고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힐링 문화의 등장
‘최애 상실’을 경험한 이들에게 이 패키지는 어떻게 다가올까요? 누군가에겐 과하다 느껴질 수 있겠지만, 어떤 이에겐 꼭 필요한 위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따라서 이 호텔 패키지는 현대인의 정서적 필요를 니치하게 짚어낸 상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애 상실’이라는 감정이 단순한 변덕이 아닌, 많은 이들이 경험하는 진지한 감정임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는 웰니스 여행 산업의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줍니다. 단순한 휴식을 넘어 특정 감정이나 경험에 초점을 맞춘 맞춤형 여행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향후 웰니스 여행은 점점 더 목적에 따라 세분화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