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하이커의 포스트 OTA 시리즈 #2 – LFG (싱가포르)
20여 년간 온라인 여행 예약 시장을 지배해온 전통적인 OTA(Online Travel Agency) 모델이 변곡점에 섰습니다. 익스피디아, 부킹닷컴으로 대표되는 기존 OTA들은 가격 비교와 선택권 제공에 최적화된 거래 중심의 플랫폼을 구축해왔습니다. 하지만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여행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단순한 예약 도구를 넘어선 ‘경험 중심’의 새로운 접근법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기반의 Gen Z 타겟 여행 탐색 플랫폼 LFG가 런칭 3개월 만에 항공 예약 플랫폼인 플라이 페얼리(Fly Fairly)에 인수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LFG는 핀터레스트처럼 여행지를 찾고, 스포티파이처럼 개인화된 여행정보를 저장 및 공유하는 새로운 여행 플랫폼입니다. 히치하이커는 LFG의 서비스적 특징과 함께, 인수의 의미를 들여다 봤습니다.

LFG는 어떤 서비스인가: 스포티파이와 핀터레스트의 만남
2025년 2월 론칭한 LFG는 자신들을 “스포티파이가 핀터레스트를 만났다”고 표현합니다. 여행 발견과 영감에 특화된 소셜 디스커버리 엔진으로 개발된 서비스인데요. LFG의 핵심은 개인화된 큐레이션과 시각적 영감을 결합한 ‘플레이스리스트(Placelists)’ 개념입니다.
스포티파이의 플레이리스트가 음악 취향을 바탕으로 개인화된 추천을 제공하듯, LFG의 플레이스리스트는 사용자의 여행 성향과 관심사를 분석해 맞춤형 장소 리스트를 생성합니다. 동시에 핀터레스트의 시각적 발견 경험을 차용해, 여행지의 숨겨진 보석 같은 장소들을 아름다운 이미지와 함께 제공합니다. 마음에 드는 장소를 발견하면 내 플레이스리스트를 생성해서 공유할 수도 있죠.
이 서비스의 차별점은 전통적인 검색 기반 여행 계획을 넘어선 ‘발견 중심의 경험‘에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구글 맵스의 네비게이션 기능과 소셜 미디어의 묻혀버리는 게시물 사이에서 진정한 여행 영감을 찾기 어려웠는데, LFG는 이 공백을 메우며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플랫폼 개발에만 2년이 걸렸다고 하네요.
LFG 인수와 그 배경: 발견에서 예약까지의 완전한 여행 생태계
5월 발표된 Fly Fairly의 LFG 인수는 단순한 기업 확장을 넘어선 전략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Fly Fairly는 아고다, 부킹닷컴, 이베이, 샵백에서 커머셜 팀을 이끌었던 알렉스 야들리가 창립한 차세대 OTA로, 650개 이상의 항공사와 100가지 이상의 결제 옵션을 제공하며 BNPL(Buy Now Pay Later)과 암호화폐 결제까지 지원합니다.
2024년 중반 출시 이후 수익성을 달성하고 2025 FinoPitch 오디언스 어워드를 수상한 Fly Fairly와, 프로덕트 헌트 일일 톱 5에 오르며 소셜 미디어에서 500만 뷰를 기록한 LFG의 결합은 ‘발견-계획-예약’의 완전한 여행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합니다. 인수의 핵심은 여행의 전체 고객 여정을 통합하는 데 있습니다. LFG 공동창업자 대럴 한은 “LFG를 항상 탑오브퍼널 발견 제품으로 구상해왔으며, 영감을 실제 예약으로 전환할 적절한 파트너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LFG와 Fly Fairly의 결합은 발견과 예약이 분리된 기존 모델에서 벗어나, 영감부터 실제 여행까지의 전체 여정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통합 플랫폼의 등장을 의미합니다. 특히 유연한 결제 시스템과 소셜 디스커버리의 결합은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디지털 네이티브적 행동 양식에 최적화된 새로운 여행 경험을 제시합니다.
기존 OTA들이 여행자들을 단순한 쇼핑객으로 취급하며 가격 중심의 상품성 접근을 해왔다면, 새로운 세대는 경험 추구자로서 여행을 바라봅니다. 그들은 정적인 이미지와 부대시설 설명을 넘어 몰입감 있는 고품질 비디오 콘텐츠,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에서 경험하는 것과 같은 스토리텔링 중심의 여행 영감을 원합니다.
마치며
LFG의 빠른 인수는 여행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더 이상 여행자들은 항공편을 상품처럼 구매하지 않으며, 호텔을 단순한 숙박 시설로 보지 않습니다. 그들은 여행 전체를 하나의 연결된 경험으로 인식하고, 발견부터 예약, 공유까지의 전 과정에서 개인화되고 영감을 주는 서비스를 기대합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누가 먼저 움직일 것인가입니다. 기존 OTA들이 콘텐츠 경험을 업그레이드할 것인지, 호텔과 항공사들이 자체 스토리텔링을 완전히 통제할 것인지, 아니면 LFG-Fly Fairly와 같은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시장을 재정의할 것인지, 아직은 분명하지 않습니다.
확실한 것은 포스트 OTA 시대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변화의 중심에는 경험을 중시하고, 개인화를 추구하며, 스토리를 갈망하는 새로운 세대의 여행자들이 있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히치하이커의 포스트 OTA 시리즈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더 깊은 의미와 구체적인 사례들을 계속 탐구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