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일 각종 외신 보도에 따르면, 비아터와 함께 전 세계 최대 투어 액티비티 플랫폼인 겟유어가이드(GetYourGuide)가 셀프 가이드 투어 상품을 플랫폼에서 퇴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겟유어가이드가 최근 투어 공급업체들에게 “셀프 가이드 투어 / 오디오 가이드 투어/ 탐험 게임과 보물찾기(야외 방탈출)” 상품을 7월 31일부로 플랫폼에서 제거한다고 통보하면서 이 사실이 알려진 것인데요. 보이스맵(VoiceMap), 퀘스토(Questo), 스토리투어리스트(StoryTourist) 등 주요 셀프 가이드 투어 제공 업체들은 겟유어가이드가 주요 판매 채널이었기에 이번 결정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결정이 여행 업계에 미칠 영향과 배경에 대해 히치하이커닷컴에서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셀프 가이드 투어의 성장과 한계, 그리고 AI
셀프 가이드 투어는 최근 몇 년간 빠르게 성장해온 분야입니다. 특히 젊고 비용에 민감한 소비자들과 단체 투어를 선호하지 않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죠. 아리발(Arival)의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체 여행자의 14%, 18-34세 연령대의 18%가 셀프 가이드 투어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이 분야의 급속한 성장은 품질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겟유어가이드에서 셀프 가이드 투어의 평점은 전문 가이드가 진행하는 투어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품질 저하에 불을 붙인 것으로 보입니다. 오디오 투어 가이드 회사 위고트립(WeGoTrip)이 2024년 3월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여행자가 맞춤형 가이드 투어를 직접 만드는 온디멘드 상품을 출시했는데요. 이렇게 자동 생성되는 여행 정보는 정확도 면에서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챗GPT가 생성한 오디오 여행 가이드는 너무나도 카피가 쉬운 상품이죠. 한마디로 대량 생산된 스팸성 투어 상품이 플랫폼에서 판매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경제적 이유도 지목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셀프 가이드 투어 상품이 10달러 미만의 저가 상품이라는 점에서 플랫폼 운영 비용 대비 수익성이 낮다는 것입니다. 또한 셀프 가이드 투어의 경우 구매 후 별도의 앱을 다운로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셀프 가이드 투어의 퇴출, 업계 반응은?
따라서 겟유어가이드는 7월 31일부로 셀프 또는 모바일 가이드 오디오 투어, 탐험 게임, 보물찾기 등의 카테고리를 플랫폼에서 제거한다고 통보했습니다. 겟유어가이드는 이번 변경이 전체 공급 파트너의 0.5% 미만에 영향을 미치며, “영향을 받는 공급 파트너들도 가이드 투어와 같은 활동을 제공한다면 플랫폼에서 계속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즉 셀프(모바일) 투어가 아닌 오프라인 투어를 제공하라는 뜻입니다.
이번 결정에 대해 셀프 가이드 투어 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보이스맵(VoiceMap)의 설립자 이안 맨리는 “최소 가격 설정이나 품질 관리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겟유어가이드의 결정을 비판했습니다. 특히 정기적인 가이드 투어가 어려운 소규모 도시나 당일 예약이 필요한 여행자들에게 셀프 가이드 투어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이 여행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야외 방탈출 투어 앱 퀘스토(Questo)의 창업자 알렉스 고보레아누는 “지난 2년간 겟유어가이드에서의 판매는 감소했지만 전체 판매는 20배 증가했다”며, 플랫폼 내 셀프 가이드 투어 공급업체 증가로 인한 품질 저하가 이번 결정의 배경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위고트립의 창업자 알렉산더 골로바티는 “주요 마켓플레이스 중 하나가 사라지는 것은 향후 판매에 도전이 될 것”이라면서도, “이제 검색 광고 공간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겟유어가이드가 더 이상 오디오 가이드 카테고리의 검색 순위를 지배하지 않게 되면서, 검색 광고 환경이 더 평등해져 소규모 신생 기업들이 현상에 도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치며
겟유어가이드의 이번 결정은 셀프 가이드 투어 시장에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품질 개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검색 광고 시장의 변화로 인해 소규모 업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한편, 에어비앤비도 2024년 6월에 무려 5천 개의 ‘체험(experience)’ 상품을 삭제했으며, 추가적인 예약도 막아놓은 상황입니다. 이미 2023년 4월부터 추가적인 호스트 등록도 중단하고 있죠. 에어비앤비는 낮은 퀄리티의 상품을 제거한다는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평점이 좋은 상품들도 판매가 갑자기 중단되어 수많은 투어 공급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하는데요. 에어비앤비에 이어 겟유어가이드도 투어 가이드 시장의 문을 좁히고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에어비앤비는 아이콘(ICON), 겟유어가이드는 ‘오리지널’ 시리즈 등 자체 체험상품을 속속 런칭하고 있다는 흐름도 살펴봐야 합니다.
결국 온라인 상에서 오프라인 투어를 판매하는 모든 기업들은 대규모 플랫폼의 의존도를 최대한 줄이고 초반 마케팅 효과를 누린 후 자체 판매력을 길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제가 많은 국내 관광사업자, 종사자 대상 교육을 할 때 가장 중점을 두고 전달하는 판매 전략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