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스키프트 글로벌 포럼에서 호스텔월드(Hostelworld) CEO인 개리 모리슨(Gary Morrison)은 여행의 본질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을 공유했습니다. 발표를 시작할 때, “여행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여행이 사람 간의 연결과 만남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기능한다고 말합니다.
호스텔월드가 왜 ‘연결과 만남’을 이렇게 강조할까요? 그 이유는 호스텔이 여행자의 연결을 강화하는 물리적인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정의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호스텔을 ‘저렴한 숙소’라고 인식하는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호스텔 OTA는 호스텔의 역할을 일종의 연결 도구로 정의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근거가 있습니다. 바로 데이터입니다.
솔로 여행자를 위한 소셜미디어로 진화
호스텔월드가 가장 집중하는 소비자 층은 누구일까요? 솔로 여행객입니다. 통계적으로 18-35세 연령대의 66%가 혼자 여행을 합니다. 이들 솔로 여행자의 주요 특징은 여행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를 찾습니다. 따라서 호스텔은 이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와 소셜 활동을 제공하여 여행자들이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솔로 여행자에게 호스텔의 본질적인 기능은 숙소보다는 소셜의 목적에 좀더 가까운 겁니다.
그래서 호스텔월드는 오래 전부터 호스텔을 찾는 솔로 여행자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 왔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링크업 기능인데요. 일종의 밋업(meet-up)을 지원하는 기능입니다. 이 기능을 이용하기로 동의한 호스텔월드 고객은 본인과 같은 시기에 동일 호스텔과 목적지를 예약한 다른 사람들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체크인 14일 전부터 체크아웃 3일 후까지 그룹별로 여행자들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이 기능은 이제 여행지에서의 액티비티를 함께 하는 모임 조직 기능(한국에서는 동행찾기와 같은 기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제가 1년 전 팟캐스트에서도 이미 다룬 내용입니다.
이번 스키프트 포럼에서 호스텔월드는 이 링크업을 인공지능(AI)으로 고도화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즉 나와 같은 호스텔을 선택한 여행자가 어떤 액티비티를 선택했는지, 어떤 모임에 참석했는지를 딥러닝 기술을 통해 자동으로 메인 화면에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호스텔월드는 이제 호스텔만 판매 중개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워킹투어와 유료 모임, 공연 등의 티켓팅 수수료 모델로도 발전하겠네요.
여행업계가 주목해야 할, 중장년 1인 가구의 폭발적 증가
그런데 제가 호스텔월드의 세션에서 집중해서 본 부분은 따로 있는데, 바로 솔로 여행과 1인 가구의 증가를 연결한 지점입니다. 통상 호스텔 여행자들은 18~35세의 젊은 소비자만으로 인식되기 쉬운데요. 개리 모리슨은 이제 그 시장을 넘어 ‘의도하지 않은 1인 가구의 증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행 산업과 사회 변화 간의 관련성을 통해 새로운 시장에 주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의도하지 않은 1인 가구란 무엇일까요? ‘ 개리는 ‘not by design’, 즉 비혼주의는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미혼으로 살게 된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서구 사회에 대해 통계를 제시합니다. 도시 별로 보면 런던이나 스톡홀롬은 1인 가구가 50%를 넘어가는 통계를 보여주는데요. 저는 국가별 통계를 위에 첨부했습니다. 역시 GDP와 1인 가구 증가는 깊은 상관관계가 있네요. 즉 선진국 출신이고 구매력이 높은 1인 가구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여기서 의미하는 미혼 1인 가구는 10~20대를 의미하는 게 아니죠. 오히려 부모로부터 독립해 경제 활동을 하는 3040 이상의 인구를 포함하기 때문에 향후 여행업계가 주목해야 할 새로운 소비자입니다. 이들은 주변 지인들이 모두 결혼했고 여행 동반자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여행에서 소셜 활동에 대한 니즈가 높다는 겁니다. 굉장한 통찰력이라고 봅니다.
마치며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3040 이상의 고소득 1인 가구 소비자는 숙소의 퀄리티에도 상당한 신경을 쓴다는 겁니다. 구매력이 높은 대신 체력적으로 젊은 시절보다 취약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지에서도 바이오리듬을 유지할 수 있고 프라이버시를 보장해 주는 숙소를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연령대 시장에서도 호스텔이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고 보는 지점이 바로 ‘디지털 노마드’ 소비자, 즉 장기체류 여행자 또는 워케이션 여행자입니다. 실은 호스텔월드를 따로 다뤄보려고 했던 주제가 이 시장인데, 이 부분은 다음 연재에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