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인플루언서’, 진짜 인플루언서인가?
2023년 11월, 네이버는 인플루언서(구 파워 블로거 제도)의 랭킹 로직을 변경했습니다. (관련 공지)
겉으로는 문서 품질을 더 중요시하겠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핵심은 ‘키워드 챌린지’와 같은 네이버만의 특수한 검색 로직을 활성화해야 하니 더욱 치열하게 경쟁하라는 게 주요 골자입니다. 또한 큰 틀에서 보면 인플루언서 제도의 기본 틀은 예전 ‘파워 블로거’ 시절과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좀더 ‘노예화’된 시스템입니다.
인플루언서 랭킹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소는 ‘키워드 챌린지’ 참여도입니다. 자, 네이버가 던져주는 키워드만 가지고 글을 쓰게 만들면 어떤 콘텐츠가 양산될까요? 포스팅 갯수를 늘리기 위해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거나 남의 콘텐츠를 도용해서 챌린지에 참여해 랭킹을 올리려 혈안이 됩니다. 네이버 공지에 달린, 블로거들의 성토의 댓글, 특히 여행 블로거들의 사연이 아주 볼만 하네요. 초상위 몇 명 빼고는 자기 돈 들여 여행 다녀와서 무료로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고 있네요.
지금도 네이버의 검색 데이터를 무료로 만들어주고 있는 블로거들에게, ‘더 가열차게’ 인기 키워드를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라는 신호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네이버의 문서 품질이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으며, 특히 검색 시장은 구글과 AI 시장에 빠른 속도로 빼앗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실제 ‘팬(구매력)’을 보유하고 있는가?
즉, 네이버의 인플루언서 제도는 충성도가 있는 ‘팬’을 거느리는 영향력을 평가하는 지표가 아닙니다. 오직 네이버의 검색 시스템에 충성하는 지수를 중심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검색 기반의 단순 유입율만 가진 매체가 대부분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행사나 관광청 등 여행업계 홍보 대행사에서는 랭킹 상위의 극소수 블로거를 대상으로 원고 비용과 취재 협찬을 해주면서 열심히 검색용 문서를 생산하도록 합니다. 그러나 네이버의 인플루언서 제도를 자세히 알게 되면, 이것이 중장기적으로 얼마나 광고 효과가 없는지 알게 됩니다.
랭킹을 평가하는 기본 지표인 ‘이웃'(follower) 수는 엄청난 스팸 및 상호간 팔로우 행위로 인해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이고, 검색으로 유입되는 일일 방문자 수는 정보를 얻고 바로 빠져 나가는 수치입니다. 이들의 인스타그램이 대체로 찐팬 비율이 낮은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댓글 수만 봐도 바로 확인할 수 있죠) 그러니 며칠만 지나면 검색 순위에서 밀릴, 의미없는 웹문서 하나를 생산하기 위해 지금도 비용을 집행하고 있는 겁니다.
한편, 이렇게 치열한 키워드 경쟁으로 생산된 ‘규격화된’ 여행정보 콘텐츠는, 본격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의 맛있는(& 공짜) 먹이감이 될 겁니다. 네이버가 현재 개발하고 테스트 중인 AI 글쓰기 도구가 강화될 경우, 단순 정보성 콘텐츠의 가치와 단가는 갈수록 더 떨어질 테니까요.
냉정하게 본다면, 지금 네이버 블로그에 생산되는 대부분의 여행 콘텐츠는 머지 않아 AI의 재료가 되는 것을 넘어서 손쉽게 대체될 겁니다. 그러니 본업으로 블로그 운영을 메인에 두고 있는 크리에이터라면, 최대한 빨리 출구 전략을 만들어야 할 겁니다. 광고주(여행업체)라면? 여러 블로거에게 중복으로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이 네이버의 고도화된 AI알고리즘에 의해 검색에서 필터링되고 해당 블로그를 빠르게 저품질로 만들어간다는 사실을 아셔야 할 겁니다.
아직도 네이버와 유튜브의 차이점을 모르신다면
지금 시대의 온라인 광고는 운영자의 업계 영향력과 팬의 퀄리티를 제대로 측정하고, 검색 알고리즘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중장기적인 구매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매체에 집행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검색이 아니라 충성도 높은 팬을 기반으로 굴러가는 소셜미디어는? 단연 유튜브입니다.
유튜브는 단순히 검색으로만 유입되는, 블로그같은 구조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수많은 검색 결과 중 하나가 아니라, 유튜브의 채널 하나하나를 독자적인 성격을 가진 매체로 봐야 합니다. 물론 다수의 구독자가 검색을 통해 신규 유입되지만, 일단 구독자가 된 다음의 참여도(engagement)는 블로그와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일단 네이버는 자신이 구독한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대단히 낮은 반면(네이버는 검색 기반의 콘텐츠 소비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구독 친화적 플랫폼으로 개발되어 오지 않았습니다) , 유튜브는 단일 앱만 켜면 바로 구독 채널의 신규 콘텐츠가 확인됩니다. 운영자인 저 대신 방문자의 댓글에 대신 피드백을 달아주시는 수많은 구독자 분들을 보면서, 유튜브는 검색으로 돌아가는 매체가 아니라 하나의 인물이나 주제로 단단히 모여있는 커뮤니티에 가깝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특히 유튜브의 수많은 개인 채널에서 이루어지는 PPL의 높은 구매도를 볼 때면, 이제 시청자들은 맥락이 있는 영상 광고에 대단히 훈련되어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얼마전 구독자 1만명 대의 IT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 분께 들은 얘기인데요. 수천 만원의 차량 사전 예약을 안내하는 영상에 친구 추천 링크를 달았는데, 1주일만에 무려 1백 명이 넘게 가입했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여행 역시 자동차만큼은 아니지만 단가가 높은 상품이라 매체의 신뢰도가 중요한 만큼, 팬과 직접 소통하는 유튜브의 힘은 광고에서 발휘됩니다. 이미 프랑스 관광청 등 일부 업체에서는 본격적인 유튜버 대상 마케팅을 시작했더군요.
저도 올 한 해 유튜브 히치하이커TV를 운영하고 2만 5천명의 구독자를 얻는 과정에서, 지난 15년간 누적 600만 명 방문자를 기록한 여행 블로그보다도 유튜브 구독자들이 제가 소개한 서비스나 여행 꿀팁에 대해 훨씬 더 크게 신뢰하고 구매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아직 광고를 받지는 않았고, 각종 제휴 링크를 통해 구매/전환율을 확인하고 있는데요. 1달 전 소개한 모 서비스의 친구 추천 링크에 110명 이상이 앱 다운로드와 가입을 실제로 하셨네요. ㄷㄷ굉장히 번거로운 일인데 말이죠.
체류 시간에서도 유튜브가 네이버 카카오를 한참 저편으로 밀어낸 지 꽤 됐습니다. 이런데도 2024년 마케팅의 메인 채널을 안 바꾸신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