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히치하이커 대표 김다영입니다.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ITB ASIA 2023의 마지막 일정인 3일차를 맞이했는데요. 오늘 3일차 컨퍼런스는 B2B 위주의 내용이고 일찍 종료되기 때문에, 사실상 중요한 이야기는 이제 거의 마무리된 셈입니다.
어제 있었던 2일차 컨퍼런스는 ‘중국’이 가장 큰 화두였습니다. 오전 세션의 대부분이 중국에 할애되었거든요. 그만큼 아시아 여행산업에서 중국 소비시장이 차지하는 위상과 규모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팬데믹 이후 중국 시장의 변화 중에서 제가 발견한 새로운 지점과 의견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국내여행만 하려는 중국 여행자들
ITB는 여행 무역 행사입니다. 따라서 국가간의 관광 교류로 창출되는 경제적 가치에 초점을 맞춘, ‘아웃바운드’ 전용 행사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어제는 컨퍼런스장이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가 흘렀는데, ‘중국 소비자가 국내 여행만 하려고 한다’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팬데믹 3년을 거치면서 중국 여행자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하나의 단어는 ‘안전(safety)’로 귀결됩니다. 이것은 단순히 전염병이나 신변의 안전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해외여행에서 만나는 수많은 돌발변수와 언어 장벽을 ‘두려움’으로 느끼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중국의 아웃바운드 회복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됩니다.
따라서 향후 중국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목적지향적’ 마케팅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골든 위크때 급부상한 국내 여행지 중 ‘둔황’이 있는데요. 실크로드 사막 도시로 유명한 곳인데, 낙타 전용 신호등이 생겨 소셜미디어(숏폼)에서 큰 화제가 되면서 관광객 몰이를 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중국의 자유여행자(65% 이상의 밀레니얼은 단체 여행을 희망하지 않음)를 잡기 위해서는, 강력한 방문 동인을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전히 젊은 세대는 호기심이 강하다, 하지만..
아웃바운드 시장에서 이제 중국의 시니어 여행자의 영향력은 급속도로 약화되고 있습니다. 트립닷컴 측은 데이터를 인용해 국내여행을 원하는 소비자는 압도적으로 중국의 시니어 계층이라고 분류했습니다. 그런데 이 시니어 계층이 전체 여행 소비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 내외로, 이 세대는 가이드 투어를 위주로 한 단체여행을 선택하는 소비자입니다. 이 세대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해외보다는 국내를 훨씬 더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65%의 젊은 세대는 여전히 해외여행에 대한 니즈가 높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더이상 본인이 원하지 않는 장소를 억지로 다니려 하지 않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이들은 더우인(숏폼)과 샤오홍슈(중국판 인스타그램)로 먼저 여행에 대한 영감을 얻은 후, 마펑워와 같은 여행 포럼에서 구체적인 정보를 얻고 트립닷컴에서 숙소와 항공을 예약합니다. 또한 맥킨지에서는 이들이 최근 실업과 경제 침체로 인해 ‘스피디 투어리즘’, 즉 짧은 시간에 위시리스트를 빠르게 도장깨기하듯 다니는 여행을 주로 한다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전 세계가 중국의 젊은 세대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도장깨기 투어에 어떤 요소가 주로 포함되는지 면밀하게 모니터링하여, 이 루트의 갯수를 늘리고 만족도를 높이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겠지요. 또한 자칫 저가 여행 목적지로 전락할 우려가 있어, 마케팅의 타겟 마켓에도 신경써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이 비운 자리를, 누가 차지할까
중국 소비자의 트렌드 분석과 함께 눈여겨 본 지점은 APAC 시장에서 급부상하는 신흥 국가가 어디인지 하는 지점입니다. 물론 한국도 세계 여행소비 top10 국가로서 아시아의 여행 회복을 주도하고 있으나, 인구와 경제발전 속도로 볼 때 현재 가장 무섭게 부상하는 시장은 인도와 인도네시아입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여행자를 유치하는 목적지로서도 큰 성과를 내고 있으며, 아웃바운드 성장을 주도하는 국가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편 인도는 럭셔리 시장에서도 큰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모험 여행(adventure travel) 분야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소비자 시장으로 지목되었는데요. 향후 중국에서 채우지 못하는 아웃바운드 수요를 채울 가능성이 높은 시장임은 분명한 듯 합니다. 그래서인지 며칠 전 스카이스캐너가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새롭게 출시했는데 호주, 싱가포르와 함께 인도에서만 출시를 했네요.
마치며
이번 ITB ASIA는 아시아 여행업계가 팬데믹 이후 제대로 여는 대규모 행사라는 점에서 우선 의미가 있습니다. 업계가 자신감을 회복해 나아가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고요. 특히나 전시장에서 한국이 국가, 시도, 기관 단위로 너무나도 크고 많은 부스 공간을 점유하고 있어서 반갑기도 했지만, 원래도 이 정도 규모로 참여를 해왔던 건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컨퍼런스에서 본 많은 인바운드 통계에서, 아직 한국은 미미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이런 국제적 행사에 많이 참여해서 더 많은 레저 & 비즈니스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면 좋겠죠.
개인적으로는 컨퍼런스가 매우 알차서 후회없는 참관 일정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싱가포르 또한 예전보다 훨씬 더 여행하기 편리한 도시로 느껴졌고요. 애플페이 하나만으로 여행과 대중교통 이용이 모두 가능해서, 다음에는 환전을 거의 하지 않고 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숙소는 워케이션에 최적화된 애스콧 계열의 라이프(lyf)에서 전 일정을 보냈는데요. 이번 컨퍼런스에서 애스콧 관계자의 이야기도 직접 들어볼 수 있어서 유익했습니다. 저는 이제 싱가포르에서의 참관 일정을 모두 마치고, 출장이 아닌 여행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여행에서 발견한 인사이트 또한 계속 공유 드릴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