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숙박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급부상 중인 홈 스와핑(Home Swapping, 주거지 교환) 플랫폼 ‘킨드레드(Kindred)’가 그 주인공입니다. 킨드레드는 최근 1억 2,500만 달러(한화 약 1,600억 원)라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여행 비용 상승과 단기 임대로 인한 주택난 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킨드레드가 제시하는 ‘기브 앤 겟(Give-to-Get)’ 모델은 여행의 지속 가능한 여행을 담보할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히치하이커는 아직 한국 사용자들에게는 생소한 킨드레드의 작동 원리와 비즈니스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왜 지금 ‘홈 스와핑’인가? 투자의 결정적 이유
이번 투자는 4,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B와 8,5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C가 결합된 대형 프로젝트입니다. 투자 라인업을 보면 킨드레드의 미래 가치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벤처캐피털인 NEA와 인덱스 벤처스(Index Ventures)가 주도했으며 글로벌 디자인 툴 기업 피그마(Figma)의 CEO 딜런 필드가 참여했습니다. 이는 킨드레드가 단순한 부동산 서비스가 아니라, 고도의 사용자 경험(UX)과 커뮤니티 설계가 필요한 ‘테크 플랫폼’임을 시사합니다. 인덱스 벤처스의 파트너 블라드 록테프는 “킨드레드는 사람들이 여행하는 방식의 문화적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팀과 기술력, 커뮤니티라는 세 박자를 모두 갖췄다고 평가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투자자들이 킨드레드에 거액을 베팅한 이유는, 현재 글로벌 여행 시장이 직면한 ‘비용’과 ‘공급’ 문제에 대한 가장 영리한 해답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킨드레드가 그리는 신뢰와 공유의 경제학
1. 돈으로 살 수 없는 하룻밤: ‘기브 앤 겟’ 모델의 원리
킨드레드 서비스의 핵심은 “내 집을 빌려준 만큼, 남의 집에서 묵을 수 있다”는 상호주의 원칙입니다. 기존 에어비앤비와 가장 큰 차이점은 플랫폼 내에서 숙박을 위해 현금이 오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킨드레드 시스템 내에서 회원이 자신의 집을 타인에게 개방하면 ‘숙박 크레딧’을 얻게 되고, 이 크레딧을 사용하여 전 세계 다른 회원들의 집에 머물 수 있습니다.
이 모델은 숙박을 상업적 상품이 아닌 ‘품앗이’와 같은 인간적인 교류로 되돌려 놓습니다. 킨드레드 전체 매물의 90% 이상이 상업용 건물이 아닌 실제 회원들이 거주하는 ‘주 거주지(Primary Residence)’라는 점은 이를 증명합니다. 집을 비우는 기간 동안 누군가에게 내 소중한 보금자리를 내어주고, 나 역시 누군가의 삶이 깃든 공간에서 여행을 즐기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오직 플랫폼 이용을 위한 서비스 수수료(평균 박당 20~45달러)뿐입니다. 이는 일반적인 단기 임대 비용의 약 10분의 1 수준으로, 여행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2. 철저한 멤버십 제도와 신뢰 인프라
모르는 사람에게 내 집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킨드레드는 이 ‘신뢰’ 문제를 기술과 커뮤니티 관리로 해결했습니다. 킨드레드는 아무나 가입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이 아닙니다. 엄격한 심사를 거친 ‘멤버십’제로 운영되며, 모든 회원은 신원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특히 킨드레드의 독특한 점은 ‘느슨한 연결고리’를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투자 유치 이후 킨드레드는 ‘지인의 지인’ 혹은 ‘신뢰할 수 있는 특정 네트워크(직장, 출신 학교, 관심사 등)’ 내에서 집을 교환할 수 있는 서브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내 친구의 친구라면 믿을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전장치를 플랫폼에 구현한 것입니다. 또한, 집을 빌려줄 때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해 전문 청소 서비스 연결 및 보험 시스템을 구축하여 호스트가 안심하고 집을 비울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합니다.
3. 사회적 가치와 주거 시장의 선순환
킨드레드의 성장은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최근 전 세계 주요 관광지는 에어비앤비 같은 단기 임대 업자들이 주택을 독점하면서 현지인들이 살 집이 부족해지고 임대료가 폭등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하지만 킨드레드는 새로운 숙박 시설을 짓거나 기존 주택을 상업용으로 전환하지 않습니다. 이미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을 비어 있는 시간에만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킨드레드의 공동 창업자 저스틴 팔레프스키(Justine Palefsky)는 “우리 모델은 지역 주택 시장에 압력을 가하지 않으면서도 전 세계인이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게 돕는다”고 강조합니다. 여행자가 현지인의 진짜 집에서 생활하며 그 지역의 문화를 깊이 있게 체험하는 동시에, 지역 주택 자원을 보존하는 ‘책임감 있는 여행’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마치며: 여행의 본질로 돌아가는 길
킨드레드의 급속한 성장은 현대인들이 단순히 ‘저렴한 잠자리’를 찾는 것을 넘어, ‘진정성 있는 연결’과 ‘소속감’을 갈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2025년 한 해에만 15만 명의 신규 회원을 추가하며 총 30만 명의 커뮤니티를 구축한 킨드레드는 이제 뉴욕, 런던, 파리, 바르셀로나 등 전 세계 150개 이상의 도시를 잇는 거대한 거실이 되었습니다.
물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는 여전히 타인에게 집을 오픈하는 것에 대한 문화적 장벽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생경함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듯, 신뢰를 담보하는 기술이 뒷받침된다면 홈 스와핑 역시 새로운 여행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1억 2,500만 달러의 투자는 킨드레드가 단순한 숙박 앱을 넘어, ‘나눔’과 ‘배려’를 동력으로 삼는 거대한 사회적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믿음의 결과입니다.
“더 많이 줄수록 더 많이 탐험할 수 있다”는 킨드레드의 철학은 여행이 소비가 아닌 나눔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숙박 시장의 흐름을 상업주의에서 공동체주의로 되돌리려는 이들의 도전이 한국의 여행자들에게는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킨드레드가 그려갈 새로운 여행의 지도를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