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올해 21세기의 여행 인문학 수업에서 많이 소개했던 여행 회사 중에, 럭셔리 여행 회사를 대표하는 벨몬드(Belmond)가 있습니다. 루이비통으로 대표되는 LVMH가 인수한 여행 회사이며, 기차 여행의 원형인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를 비롯해 24개국에 걸쳐 50개 호텔과 기차 여행을 판매하고 있죠.
그런데 벨몬드가 영국의 호화 기차 라인인 브리티시 풀먼(British Pullman)에서 흥미로운 몰입형 여행, ‘무빙 머더 미스터리 런치’를 선보였습니다.
벨몬드의 미스터리 체험, 어떻게 이루어지나?
이 여행은 기차가 그림 같은 영국 시골을 여행하는 동안, 기차 내에서 스릴 넘치는 연극과 함께 호화로운 5코스 점심 식사를 즐기는 당일 코스 여행입니다.
물론 브리티시 풀먼은 이전에도 유사한 살인 미스터리 점심을 제공한 적이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번에 선보인 몰입형 공연은 스토리텔링 대행사인 프라이빗 드라마 이벤트(Private Drama Events)가 이 기차 여행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새로운 살인 미스터리 경험입니다 .
오전 11시에 런던의 빅토리아 역에서 출발하는 이 기차는, 연극 체험과 함께 1950년대로 타임머신을 타게 되는데요. 샴페인 한 잔을 들고 앉으면 본격적으로 미스터리 연극이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테이블에는 추리를 돕는 노트가 준비되어 있고요. 말끔히 차려입은 10명의 용의자가 마차를 따라다니며 범죄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각 캐릭터의 이름은 영국 풀먼의 객차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고 해요. 쇼는 대화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추리 능력을 발휘해 등장 인물을 직접 인터뷰해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최고의 탐정에게는 특별상이 수여된다고 하네요.(!)
호화 기차 여행의 매력은 미스터리 체험 뿐만이 아니겠죠? 존 프리먼(Jon Freeman) 셰프가 준비하는 5코스 만찬은 기차가 지나는 켄트를 비롯한 로컬 지역의 제철 농산물로 만들어집니다. 양고기를 메인으로 한 요리를 중심으로 영국식 치즈 플래터와 와인 등 영국 문화를 짙게 반영한 코스로 꾸며집니다. 벨몬드 기차 특유의 호화로운 직물과 세공품으로 꾸며진 열차 내부의 아르데코 인테리어를 구경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시그너스 마차는 영화제작자 웨스 앤더슨(Wes Anderson) 이 2021년에 재창조한 거라고 하네요.
이 미스터리 체험이 포함된 브리티시 풀먼 기차 여행은 지금부터 2023년 12월까지 2주 간격으로 출발하며, 티켓은 1인당 $640(£540)부터 시작합니다. 당일 여행 치고는 꽤나 부가가치가 높은 멋진 여행 상품이네요.
중국 시장, 그리고 몰입형 경험의 가능성
이 여행 상품이 신선하다고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1020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몰입형 경험이 최상급 럭셔리 여행에도 접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2~3년간 중국 전역에서 살인 미스터리를 추리하는 몰입형 경험을 뜻하는 쥬번샤(剧本杀)는 엄청난 관광 시장을 형성한 분야입니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2년 7월 기준으로 상하이의 쥬번샤 매장 수는 1000개를 넘어섰고, 청두 등 대표적인 유명 도시에는 약 800개에 가까운 쥬번샤 매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 현지에서는 경제력이 높은 도시의 거주자일수록 삶과 일의 속도가 더 빠르고 스트레스 지수가 높기 때문에, 쥬번샤와 같은 몰입형 게임에 대한 수요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한 베이징, 청두, 창사 등 문화 역사 명소가 많은 대도시는 쥬번샤와 명승 관광지를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청두의 한 쥬번샤 샵은 2019년 6월 중국 최초로 1박 2일 몰입형 실사극을 내놓았는데 주말 예약이 반년간 매진됐다고 합니다.
이제 중국의 여행 소비자는 점차 럭셔리 또는 초가성비로 양극화될 전망인 만큼, 럭셔리 여행 시장을 공략하려면 몰입형 경험에 대한 깊은 이해와 기획력이 필요합니다. 히치하이커도 제대로 된 럭셔리 여행 기획을 위한 여러 트렌드 수업과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