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호텔 체인은 어디일까요?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고, 그 다음이 힐튼 월드 와이드입니다. 양사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연간 실적보고서(10-K)를 통해 두 회사의 작년 한 해 실적이 공개되었는데요. 외신에서 이 내용을 정리한 기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서, 주목해야 할 수치와 인사이트만 추려서 간단히 정리해 봅니다.
1. 로열티 프로그램 회원 비교
2023년 말 기준으로 각 로열티 프로그램 회원 수는 메리어트가 더 많습니다.
- 힐튼이 1억8000만명, 전년 대비 19% 증가.
- 메리어트가 1억9600만명, 전년 대비 10.7% 증가.
힐튼이 회원 확대 속도는 빠르지만 인원 규모에서는 메리어트가 앞서네요. 2025년에는 힐튼이 메리어트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호텔의 로열티 프로그램의 구조는 복잡합니다. 호텔은 숙박객이 낸 요금의 일부를 별도로 쌓아 두고, 회원이 포인트를 사용하면 기존 적립금에서 지불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양사 모두 호텔 오너에게 이 포인트가 고갈되지 않도록 리워드 쪽에 충분한 자금을 확보할 것을 요구한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 적립 금액은 10-K 보고서에서 부채로 표시됩니다. 이 부채 규모는 메리어트가 힐튼보다 약 3배 정도 많습니다. 작년 한 해 메리어트 회원 프로그램이 제공한 리워드의 총액 역시, 힐튼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2. 수익성은 6년 전보다 상승, 단기 임대 사업은 미미한 수준
세금이나 이자, 감가상각을 공제하기 전의 이익(EBITDA)으로 비교한다면, 메리어트는 2017년 순이익의 62%에서 2023년에는 72.9%로 증가했고요. 힐튼의 경우 2017년 56%에서 2023년은 같은 69%로 증가했습니다. 증가 폭은 힐튼이 더 크네요.
메리어트의 홈앤빌라(주택형 숙소 단기 임대) 사업은 아직 매출이나 이익이 적고 10-K에 자세하게 숫자를 기재할 의무는 없다고 하네요. 어쨌든 아직은 에어비앤비와의 경쟁 구도는 만들지 못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힐튼에서는 이 쪽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3. 힐튼도 메리어트도, 실제로는 이미지만큼 글로벌하지 않다
이 항목이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는데요. 양사 모두 매출의 대부분을 미국 시장에서 얻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힐튼의 2023년도 매출은 미국 시장에서는 79억8000만 달러로 전체 매출의 무려 78%를 차지합니다. 마찬가지로 메리어트도 매출의 78%를 미국 시장에서 얻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객실수 기준으로 힐튼은 전체의 70%, 메리어트는 67%가 미국 내에 있다고 하네요.
양사에서는 미국에 편중되어 있지 않은 글로벌 브랜드이며 미국의 객실가가 세계에서 가장 높고 달러 강세 때문이라고 반론을 할 수 있으나, 일단 객실 수 자체가 너무 편중이 큽니다. 즉 수치로만 본다면 글로벌 브랜드라기 보다는 미국을 대표하는 호텔 브랜드였다는 얘기입니다.
4. 메리어트의 F&B 매출은 증가세
메리어트의 2022년 호텔 프랜차이즈 계약에서는 일부 브랜드의 식음료 부문 매출에 대해 2~3%의 로열티 요금을 설정했습니다. 이 금액은 2023년 최대 4%까지 인상됐다고 하네요.
메리어트는 등급이 높은 럭셔리 호텔일수록 여행자도 현지인 이용객도 바(bar)나 레스토랑의 평판을 바탕으로 호텔을 선택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많은 호텔이 미슐랭 셰프를 초빙하려는 이유이겠지요) 그래서 호텔 오너 지원에 있어 레스토랑이나 바의 매출을 확대하는 것이 중점 목표가 되고 있다고 하네요. 본사 차원에서 테스트 키친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주요 브랜드의 담당자가 상품이나 서비스 개선책 등을 조언하고 있다고 합니다.
5. 힐튼은 기후변화와 다양성에 적극적, 메리어트는 글쎄
힐튼의 10-K 보고서 중 기후변화 계획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배출 계수(경제 활동당 배출 가스량)를 자사 운영 호텔에서는 75%, 프랜차이즈 호텔에 대해서는 56% 삭감한다는 목표가 있고요, 오는 2030년까지 달성을 목표로 합니다.
힐튼은 다양성 측면에서도 메리어트보다 좀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 점도 인상적인데요. 고용 인원의 40% 이상이 여성이며 간부급 임원의 여성 비율도 공개했습니다.
반면 메리어트는 아직 목표 수치를 제시하지 못했고, 이 감축 목표를 2024년 중에 관련 기관에 제출하여 완료될 전망이라고만 기재했습니다. 다양성 수치는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마치며
이제는 ‘글로벌’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 호텔산업에서는 특히 더 신중해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동안 메리어트를 세계 최대 규모의 호텔 체인이라고 타이틀을 붙인 데에는 호텔 체인의 갯수를 그 근거로 들었는데요. 체인 수에서는 이미 중국의 진장 인터내셔널이 가장 앞선 지 좀 되었습니다. 중국 내 매출 규모로는 화주 호텔 그룹(H World Group도 화주 계열)이 1등이고요. 이들 중국 대기업들이 전 세계 수많은 호텔 체인을 사들이고 있는 추세입니다.
저도 호텔에 처음 입문할 때는 메리어트와 힐튼을 가장 중심에 두고 규모를 파악했었는데요. 명확한 통계치와 함께 살펴보니 시야를 훨씬 더 넓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체인들에 대한 연구와 인사이트도 종종 소개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