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히치하이커 대표, 김다영입니다.
2023년 3월부터 출연한 KBS 대전 라디오 <뮤직런>의 금요 코너 ‘앉아서 세계 속으로’ 방송 출연이 어느 덧 1년을 넘었네요. 참 시간이 빠릅니다. ‘앉아서 세계 속으로’는 매주 전 세계 여행지 한 곳의 최신 정보와 관련 음악을 선곡하는 여행 + 음악 코너입니다.
평소 방송이나 언론 매체 출연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편이지만, 진행자이자 프로듀서인 손지화 아나운서 님의 코너 제안 내용을 들어본 후, 망설임없이 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다녀온 여행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방송 대본을 준비하는 부담이 적었고, 무엇보다 음악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제 3세계 대중음악에 대해 큰 애정이 있었고, 음악과 여행을 연계한 뮤직 투어리즘을 공부해보고 싶던 차에 정말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죠.
1년간 방송을 하면서 느낀 점은, 정말 하길 잘했다는 거였어요. 방송을 하지 않았다면 평생 들어보지 못했을, 전 세계 30여개 국의 음악을 청취자 분들께 소개하면서 저의 플레이리스트도 풍성해 졌습니다. 지난 20여 년의 제 여행도 차근차근 돌이켜볼 수 있었고요.
2024년 여행 트렌드에서 뮤직 투어리즘은 중심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뮤직 투어리즘의 키워드는 모조리 ‘테일러 스위프트’가 집어삼킨 모양새입니다. 물론 경제적 파급력으로 본다면 그녀의 영향력이 여행업계에 끼치는 크기가 가장 크죠. 다만 전 세계 각국에서 역동적으로 피어나는 대중음악 역시 매력적이고, 도시의 생동감과 분위기가 너무나 뚜렷하게 반영된 음악과 뮤직비디오가 많아졌습니다.
프로그램 개편으로 시즌 2를 앞두고 시즌 1을 정리하면서, 그동안 소개한 여행지 중에 가장 문화적인 개성을 뚜렷하게 발산하는 대중음악을 보유한 여행지 4곳을 뽑아 보려고 합니다. * 모두 실제 방송에서는 방송국 음원 미보유로 소개하지 못한 음악입니다.
1. 모로코 (2024. 3. 8 방송)
지난 1년간 전 세계 각국의 대중음악을 조사하면서 가장 깜짝 놀란 나라 중 하나가 모로코입니다. 저는 음악을 선곡할 때 몇 가지 원칙이 있는데요. 전통음악이나 민속음악이 아닌, 현재의 문화와 정서를 가지고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는 대중음악을 고릅니다. 그러면서도 주류 글로벌 팝을 답습한 음악보다는 뮤직비디오나 음악에 자국의 문화를 창의적으로 녹이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선호하는데요. 모로코에는 그런 조건을 충족하는 신예 아티스트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누구 1명을 골라야 할 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이럴 때는 유튜브의 뮤비 조회수를 보고 선택하는데요. 모로코 마라케시 출신의 아티스트, 마날(Manal)이 단연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하더군요. 93년 생의 젊은 아티스트인데도 국제적인 감각에 모로코의 문화를 어떻게 녹여야 할지 잘 알고 있는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위 뮤비의 유튜브 조회수가 8천 만이 넘는데, 한국에서는 음악을 듣기 어렵다는 게 참 신기하죠. 뮤비 자체가 모로코의 역동성과 문화적인 풍요로움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모로코 가본지 10년이 넘어가는데, 다시 여행 가고 싶네요.
2. 아랍 에미리트 (2024.03.22 방송)
조회수 9천만 회를 자랑하는 아랍 에미리트의 가수 라완(Rawan)의 익살맞은 뮤직비디오도, 방송이 아니었으면 만나지 못했을 거에요.
라완 빈 후세인은 쿠웨이트 출신의 모델이자 디지털 인플루언서, 채 서른이 되지 않은 젊은 가수이자 영화배우인데요. 가수 활동과 넷플릭스 <쉬즈 곤 위드 워터 She’s Gone with Water> (2022)의 대성공으로 일찌감치 엄청난 스타가 됐지만, 이혼을 일찍 경험하기도 했죠. 이 뮤직비디오에도 왠지 자신의 인생사를 풍자한 듯 하네요. 특히 그녀의 화려한 행보를 보면 아랍에서 여성의 위치와 활동에도 변화를 읽을 수 있어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2024년 4월 하퍼스 바자 카타르 판의 표지모델이니, 지금 아랍권에서 가장 핫한 스타가 맞네요.
3. 괌 (2023.10.13 방송)
괌 편을 준비하면서 가장 큰 걱정은, 괌에 과연 대중음악이 있을까? 하는 점이었는데요. 우연히 유튜브에서 괌 출신의 가수 요나 하놈(Jonah Hånom)의 클릭베이트(Clickbait) 뮤직 비디오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딱 제가 찾던, 전형적인 휴양지가 아닌 ‘스트리트 컬처’로서의 괌을 담고 있었거든요. 게다가 뮤직비디오 영상의 본문에 이런 구절이 있네요.
클릭베이트는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을 묘사하는 모습이 항상 실제와 다르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우리는 타인이 허용하는 만큼만 우리의 좋은 점을 보여주려 합니다. 실제 세상(오프라인)에서도 그만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곡의 메시지는 소셜미디어의 가식에 대한 것이지만, 저는 이 ‘클릭베이트’가 괌의 관광산업에도 적용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미디어에서 접하는 괌은 너무나도 전형적이라서 지루하기까지 한 이미지거든요. 저도 두 번 정도 방문했지만, 괌은 다른 동남아 휴양지와 달리 여행지와 로컬 문화의 거리가 너무나도 멀다는 느낌이 매번 들었어요. (사이판도 비슷하고요) 그래서 괌 출신을 내세우면서 로컬리티를 강조하는 가수의 발견이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4. 라오스 (2023.06.09 방송)
지금 동남아시아의 대중 음악산업에는 케이팝의 영향이 너무 강력해서, 그룹으로 나오는 팀들의 음악은 현지어 패치만 됐을 뿐 의상과 안무까지 완전히 케이팝 아이돌을 표방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라오스 음악을 찾다가 이 뮤직비디오를 발견했을 때, 비록 완성도는 떨어질 지 모르지만 ‘완전 라오스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라오스 루앙프라방에 가서 받은 인상과 이미지가 이 영상에 다 들어있었거든요. 언뜻 보면 거의 라오스 관광 진흥 영상처럼 보일 정도로 라오스 풍경과 문화의 하이라이트가 요즘 스타일의 음악과 희한하게 어우러집니다.
라오스 출신의 가수 소파나(Sophana)는 현재 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2.5억 조회수를 기록한 뮤비가 있을 정도로 동남아 신에서는 탄탄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네요. 대부분의 뮤비를 농촌 풍경을 기반으로 촬영하고 여러 명의 가수와 항상 협업을 하는데, 웹상에 자료가 부족해서 어떤 의도인지 알지 못해 아쉽네요.
마치며
KBS 대전 라디오 <뮤직런>의 금요 코너 ‘앉아서 세계 속으로’는 5월부터 새로운 컨셉으로 방송을 하게 됩니다. 이제부터는 한 회에 한 도시를 소개하는 게 아니라, 매회 새로운 ‘여행 테마’를 소개하게 됩니다. 자전거 여행하기 좋은 나라, 미식 여행에 추천하는 나라, 이런 식으로요. 더욱 흥미진진해질 앉아서 세계 속으로, 앞으로도 많이 들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