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컨슈머인사이트의 리포트에 따르면, 여행 소비자들의 패키지 여행 구매처는 급격하게 OTA(Online Travel Agency) 등 온라인 플랫폼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플랫폼이 단순히 타사의 상품을 중개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직접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플랫폼 직판’의 시대로 진입했다는 사실이다.
히치하이커는 왜 소비자들이 전통적 여행사를 떠나 OTA에서 패키지를 구매하는지 살펴보고, 향후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소비자, 이제 OTA에서 패키지 구매한다
2026년 2월 3일 발표된 컨슈머인사이트의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 결과는 여행 시장의 권력이 어디로 이동했는지를 냉혹한 수치로 보여준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개별여행(FIT)의 압도적 비중이다. 2025년 해외여행자 중 개별여행을 선택한 비율은 65%로, 조사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7년 56%, 2019년 61%였던 수치가 코로나19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며 시장의 대세가 완전히 ‘직접 예약’으로 돌아섰음을 의미한다.
반면, 전통적 여행사의 주력 상품인 단체 패키지는 2025년 27%에 그치며 전년 대비 4%포인트 하락했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단순히 패키지 이용객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그나마 남은 패키지 시장의 ‘파이’조차 OTA가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숙박과 항공권 단품 판매에 집중하던 OTA의 영향력은 이제 패키지 영역까지 전방위로 확대되었다.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그 침투 속도가 놀라운 수준이다.
단체 패키지 시장: 2019년 5%에 불과했던 OTA의 점유율은 2025년 12%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에어텔(항공+숙박) 패키지 시장: OTA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14%에서 23%로 상승하며 전통적 여행사의 파이를 온전히 가져갔다.
이와 대조적으로 종합여행사의 입지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종합여행사의 핵심 보루였던 단체 패키지 점유율은 60%에서 57%로 소폭 감소했으며, 특히 에어텔 패키지 점유율은 50%에서 37%로 폭락했다. 개별여행객의 항공권 구입 채널에서도 종합여행사의 비중은 단 10%에 불과해, 사실상 항공사와 OTA의 양강 체제에서 완전히 밀려난 형국이다.
이러한 데이터의 이면에는 ‘디지털 전환의 격차’가 존재한다. 일본, 베트남 등 단거리 여행이 대세가 된 상황에서 소비자는 굳이 여행사의 대면 서비스나 복잡한 유통 단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스마트폰 앱 하나로 항공, 숙소, 현지 액티비티를 실시간으로 비교하고 예약할 수 있는 OTA의 편의성이, 데이터 기반의 투명한 가격 정책과 결합하면서 전통적 여행사의 ‘기획력’보다 ‘플랫폼의 효율성’이 승리한 것이다. 이제 소비자는 여행사가 짜놓은 일방적인 스케줄이 아니라, 플랫폼이 제공하는 무수한 옵션 중 자신에게 최적화된 상품을 ‘골라 담는’ 패키지를 원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플랫폼에는 해당 상품의 누적 리뷰를 손쉽게 보고 판단할 수 있지만, 일반 여행사의 웹사이트에는 이러한 기능이 매우 불편하게 설계되어 있다.
전통적 종합여행사가 시장 지배력을 잃은 핵심 이유는 고객과 만나는 ‘유통 창구’인 플랫폼 권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와 관련 리포트에 따르면, 마이리얼트립은 2025년 기준 누적 가입자 1,000만 명과 월간 활성 이용자(MAU) 500만 명을 돌파하며 강력한 여행 거래 생태계를 구축했다. 반면, 종합여행사 1위인 하나투어는 앱 고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MAU가 2025년 말 70~80만 명대에 머물며 이용자 유입량과 체류 시간에서 압도당하고 있다.
이러한 유통 주도권의 변화는 종합여행사를 단순한 ‘상품 공급처’로 전락시키고 있다. 여행사들이 자사 채널(D2C)을 통한 판매력을 잃고 타사의 유통 플랫폼이나 홈쇼핑몰 같은 외부 채널에 의존해 물량을 소화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과거 여행 시장의 설계자이자 권력자였던 종합여행사들이 이제는 플랫폼이라는 거대한 선반에 납품하는 ‘제조사’로 위상이 급격히 축소되었음을 의미하며, 자체 채널의 유입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한 이러한 종속 관계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플랫폼, 직접 패키지 만들고 판매한다
히치하이커는 이미 여러 차례 종합여행사의 역할이 축소될 것임을 예견해 왔다. 패키지 상품을 직접 기획하고 현지 랜드사와 계약하는 ‘제조’ 기능이 이제는 플랫폼의 ‘데이터’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어떤 여행지가 뜨고 있는지, 어떤 가격대에서 결제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이 데이터를 가진 플랫폼이 직접 패키지 기획에 뛰어들었을 때, 전통적 여행사가 경쟁할 방법은 사실상 전무하다.
특히 2025년 11월 필자가 직접 체험한 트립닷컴(Trip.com)의 자체 기획 패키지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트립닷컴과 같은 거대 글로벌 OTA가 직접 상품을 구성하고, 자사 플랫폼의 막대한 트래픽을 활용해 이를 판매하는 방식은 유통 구조의 혁명이다. 중간 유통 단계가 생략되니 가격 경쟁력은 높아지고, 플랫폼의 브랜드 신뢰도가 결합하여 소비자들을 빠르게 흡수한다.

이런 상황에서 개별 여행사들이 자체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직접 판매(D2C)로 성공을 거두는 것은 이제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되었다. 물론 예외는 있다. 최근 히치하이커TV에서 소개한 ‘스위트유로’와 같은 돌로미티 전문 여행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특정 지역에 대한 압도적인 전문성, 고유한 커뮤니티 팬덤, 그리고 대체 불가능한 콘텐츠를 보유한 경우라면 플랫폼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극도로 희귀한 성공 사례일 뿐, 대다수의 중소·중견 여행사들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모델이다.
이제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하고 그 안에서 자신들만의 ‘지분’을 확보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플랫폼은 단순 중개자를 넘어 상품의 기획자(Planner)이자 운영자(Operator)로 진화할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여행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하나는 ‘초전문성(Hyper-Specialization)’이다. 대형 플랫폼이 건드리기 힘든 아주 뾰족한 타겟팅(예: 시니어 고난도 트래킹, 특정 작가와 함께하는 인문학 기행 등)을 통해 플랫폼이 따라 할 수 없는 고유의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플랫폼 친화적 전환’이다. 자체 판매 채널에 집착하기보다, 플랫폼의 AP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그 안에서 최적화된 상품을 노출하는 전략이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플랫폼 내에서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플랫폼 브랜딩’ 전략이 필수적인 시대가 온 것이다. 또한 플랫폼 브랜딩을 해야 크리에이터와의 협업도 더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이에 대한 글은 아래를 참고하면 된다.

마치며
최근 메타 검색 플랫폼 스카이스캐너(트립닷컴과 같은 계열사)는 ‘패키지’ 비교 기능을 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 숙박, 액티비티를 완벽하게 결합한 인공지능(AI) 기반 맞춤형 패키지를 기획 중인 트립닷컴의 움직임과 일맥상통하는 신기능으로 볼 수 있다. 플랫폼들의 패키지 시장을 향한 움직임은 2026년 훨씬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
여행업계의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플랫폼 권력의 시대, 개별 여행사는 ‘무엇’을 팔아야 할 것인가? 그리고 ‘어디’에서 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곧 여행사의 생존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