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한국인의 해외 카드사용액은 분기별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출국자 수는 오히려 2분기보다 늘었습니다. 그런데 여행사들이 공개한 3분기 사업보고서는 처참한 성적표를 기록했습니다. 심지어 일부 기업은 코로나19 시절보다 더 큰 적자를 냈다고 하는데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히치하이커는 동일한 기간에 동일한 경제주체(여행 소비자·공급자)에서 왜 상반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지를 데이터와 구조적 요인으로 해설해 보았습니다.
해외 소비는 최대치인데 여행사는 적자 전환?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해외 카드사용액은 59억 3천만 달러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출국자 수는 709만 명으로 전분기 대비 4.8% 증가했습니다. 즉 3분기에는 국외로 많이 나가고, 해외에서 돈도 많이 썼다는 겁니다.
카드 사용액 통계에는 해외 온라인 직구도 포함되어 있지만 1.2% 감소했기 때문에, 카드사용액 증가분 대부분은 ‘여행 현지 소비’의 확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일본·동남아 중심의 단거리 여행은 계속 인기였고, 엔화 안정이 심리적 장벽을 낮추며 3분기 여행 소비를 더욱 자극했습니다. 팬데믹 이후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반등한 단계를 지나, 이제는 일상적 소비의 확장판처럼 여행을 소비하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여행업계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3분기 여행사 실적을 보도한 여행신문의 ‘코로나19 때보다 적자 커진 기업도…줄줄이 역성장 ‘처참’’이라는 기사에 따르면 레드캡투어만이 여행사업이 아닌 ‘렌터카’ 사업 호조 덕분에 매출이 증가했고, 다른 여행사는 대부분 전년 대비 매출 감소 또는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하나투어·모두투어 송출객수는 전년 대비 각각 –2.2%, –31.2% 감소했고, 일본 패키지 송출은 분기별로 최대 –54%까지 급감했습니다. 이제 주요 패키지 여행사 중에서 영업이익을 낸 여행사는 하나투어와 참좋은여행 두 곳만 남았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적자로 전환되었고요.
특히 일본 편중이 강한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일본 여행심리 위축과 미국 비자 정책 강화에 따른 출장 수요 감소로 일본 송출객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여기에 비용 구조 대부분이 달러에 연동되는 업계 특성상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까지 치솟은 3분기의 외화평가손실은 업계 실적을 전방위적으로 악화시켰습니다.
더이상 환율은 변수 안돼, 개인화된 여행 소비
3분기 데이터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전체 출국자 증가 ↔ 여행사 패키지 송출 감소라는 상반된 흐름입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의 실제 여행 소비와 업계의 이익은 왜 연동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환율을 핑계댈 수가 없는 것이, 환율이 좋지 않은데도 해외에서의 카드사용액은 오히려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환율 상승은 항공사·여행사에는 비용 폭증으로 직격탄이지만 소비자에게는 지역별 차등 효과를 가져옵니다. 달러 강세로 미국·유럽 등 장거리 소비는 줄어들지만, 엔화 약세·상대적 저가권 지역(중국, 일본 등)은 오히려 새로운 선택지가 됩니다. 실제로 3분기 전체 출국자는 709만 명으로 전 분기보다도 증가했습니다.
즉, 소비자는 해외여행을 더 많이 가지만 항공권·숙박·현지 투어 등을 개별적으로 예약하며 기존 여행사 밖에서 소비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밖에는 설명이 어렵습니다. 여기에 LCC의 대규모 증편, OTA(온라인 여행 플랫폼) 경쟁, 핀테크 기반의 해외결제 편의성이 빠르게 결합되고 있죠.
지금까지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패키지 중심 구조에서 개별 자유여행(FIT)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대세였는데요. 저는 여기에 또 하나의 요인이 팬데믹 이후 추가되고 있다고 봅니다. 바로 위 기사들에 언급되지 않는 여행기업으로 소비자가 광범위하게 이동하고 있는 점을 포착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패키지를 안 가는 게 아니라, 기존의 패키지를 이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개별화, 나노화되어 여행 소비를 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개별 여행 뿐 아니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취향과 일치하는 상품을 제공하는 소규모 여행사나 여행 기업, 또한 최근에는 취향별 호스트가 안내하는 맞춤형 투어를 제공하는 플랫폼까지 굉장히 다양한 선택지가 생겼습니다. 반면에 기존 주요 여행사 상품은 모두 비슷하고 변화가 없는데다 장소 위주의 일정이기 때문에 재구매가 일어나지 않는 구조입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이 이제는 엄청나게 다변화된 상황이며 이러한 소규모 공급자들은 더이상 여행업계라는 틀 안에 있지 않고 굉장히 나노화되어 모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즉 3분기의 좋지 않은 업계 지표는 단순한 경기 변동 때문이 아니라 기존 산업 구조와 소비자 니즈의 불일치에서 비롯된 결과로 정리해볼 수 있겠습니다. 향후 이러한 불일치에 따른 갭은 혁신적인 변화 없이는 계속 커질 것이고요. 그 갭을 메우는 공급자는 위에서 언급한 나노화된 여행 기업들이 차지할 것입니다.
마치며
정리하면, 3분기 한국인의 해외 소비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와중에도 항공사와 전통적 여행사들이 적자로 허덕인 이유는 환율과 같은 단순한 외부 악재 때문이 아니라 수요·공급의 체질적 괴리, 수익 구조의 시대적 뒤처짐, 환율·유가·심리 변수의 비대칭적 충격이 결합해 나타난 구조적 현상입니다.
소비자는 더 많이 해외에서 소비하고 있지만 그 소비가 더 이상 여행업계의 수익으로 귀속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반해 공급자들은 고정비·달러 기반 비용 부담을 피할 수 없는 구조에 갇혀 있습니다. 따라서 업계는 비용 구조 개선뿐 아니라 FIT·OTA 시대에 맞는 상품 개발, 경험형 콘텐츠 강화, FX 리스크 관리 등 전면적 체질 개선 없이는 출국자 증가가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과거의 구조를 다시 만들기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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