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다시 관광산업을 통해 문화를 개방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독특하고 혁신적인 여행 상품과 숙박 시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히치하이커TV도 지난 5월에 두바이에서 열렸던 아라비아 트래블 마켓(ATM2024)에서 주빈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변화를 실감했는데요. 그래서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를 새롭게 조명한 여행상품, 그리고 이번에 문을 연 새로운 호텔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최신 여행 트렌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여행 상품: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본 사우디아라비아
세계적인 모험 여행사인 인트레피드(Intrepid) 트래블이 선보인 ‘사우디아라비아 : 여성 원정대(Saudi Arabia: Women’s Expedition)’는 현지 여성들의 시각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경험할 수 있는 혁신적인 여행 상품입니다. 대규모 초호화 시설에 집중된 기존의 사우디아라비아 관광 패턴을 탈피해, 현지 여성들의 목소리를 중심에 둔 여행을 만들고자 했다고 하네요. 사우디 아라비아는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성 격차 지수에서 여전히 낮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데다 오랫동안 여성이 여행하기엔 어려운 나라였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매우 이례적인 테마의 여행상품이 탄생한 셈입니다.
이 여행의 가장 큰 특징은 여성 가이드와 리더들이 전적으로 여행을 진행하며, 여성이 소유한 현지 기업을 이용한다는 점입니다. 참가자들은 여성이 소유한 부티크 호텔, 전통 숙소, 사막 캠프 등에 머물면서 총 9개의 여성 소유 및 운영 기업을 직접 지원하게 됩니다. 여행상품에 포함된 주요 액티비티로는 현지 ‘라위'(이야기꾼)와 함께하는 나바테아 유적지 헤그라 일출 관람, 알울라 근처의 감귤 농장을 운영하는 자매와의 만남, 이슬람 제2의 성지인 메디나 방문 등이 있습니다. 특히 메디나는 최근 비무슬림에게도 성지 주변 방문이 허용되어 희소성있는 경험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사우디 최초의 여성 가이드와 함께 UNESCO 세계문화유산인 제다와 알발라드(Al Balad)를 탐험하고, 여성 전용 살롱에서 휴식을 취하며 현지 여성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있습니다. 현지 여성 요리사와 함께하는 요리 수업, 전통 의상인 아바야 상점 방문, 홍해에서의 크루즈와 스노클링 체험 등 다양한 활동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네요.
2024년 11월 26일부터 시작되는 이 12일간의 여정은 리야드에서 출발하여 제다에서 마무리됩니다. 최대 12명의 여행자로 구성된 5개의 그룹 여행이 예정되어 있으며, 여행 비용은 1인당 4,795파운드부터 시작됩니다.
2.호텔: 알울라의 지속가능한 숙박 경험
지난 ATM 2024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부스 중에 가장 인상깊은 지역 중 하나가 알울라였는데요. 사막 고대도시로 관광업을 발전시킨 지역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지역적, 문화적 특성을 전면에 내세운 특이한 호텔이 하나 탄생했습니다. 바로 알울라 구시가지의 900여 채의 전통 가옥 중 일부를 고급 숙박 시설로 재탄생시킨 ‘다르 탄토라 더 하우스 호텔’입니다. 호텔 객실가 검색해 보기
다르 탄토라 더 하우스 호텔은 이집트 건축가 샤히라 파미와 협력하여 12세기의 진흙과 석재 벽돌로 만든 호텔로, 지속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한 부티크 에코 호텔입니다. 특히 진흙과 벽돌 석재로 만들어진 벽과 창문, 복원된 역사적 벽화로 꾸며져 있어 마치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네요. 인센스 로드 마켓과 현지 부티크 상점까지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으며, 주변 문화유산 관광지로 ‘라위'(현지 가이드)와 동행하는 투어도 연계해 줍니다.
호텔은 30개의 객실과 스위트룸, 체육관, 요가 및 명상 스튜디오, 인피니티 풀, 레스토랑, 스파 등을 갖추고 있는데요. 특히 객실은 복층 구조로 되어 있으며 전통적인 가정생활을 반영하여 위층에 침실을, 아래층에 생활/작업 공간을 배치했습니다. 여러 개의 테라스와 옥상은 오아시스의 전망을 최적화하고 밤에는 별을 관측할 수 있는 장소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환경 보호를 위해 촛불 조명을 사용하고 전통적인 환기 시스템을 도입하여 환경 영향을 최소화했으며, 계절에 따른 빛과 온도 변화에 최적화된 설계를 적용했다고 하네요.
호텔의 시그니처 레스토랑인 준토스는 제로 웨이스트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되며, 망고, 감귤류, 대추야자, 석류, 뿌리채소 등 현지 식재료를 최대한 활용합니다. 또한 지역 농부들을 위한 농업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알울라의 호스피탈리티 산업 성장에 기여한다고 하네요.
호텔을 살펴보니 지난 번 두바이에서 묵었던 알 시프 헤리티지 호텔과도 비교해 보고 싶네요. 향후 알울라에 가게 된다면 꼭 한번 경험해보고 싶은 호텔 1순위입니다. 호텔 예약 바로 가기
마치며
이러한 새로운 여행 상품과 숙박 시설의 등장은 사우디아라비아 관광 산업의 최근 변화를 잘 보여줍니다. 여전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사회로 남아있으며, 비자 등의 관광 정책 또한 자주 변동됩니다. 다만, 최근 몇 년간 사우디 아라비아의 관광 및 호스피탈리티 인력의 30%는 여성이 차지하게 되었고, 점차 자유도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인트레피드 여행사가 기본적으로 전제하는 ‘여행은 사람들을 연결하고, 시야를 넓히며, 공감을 형성한다’는 여행의 순기능은 바로 이런 여행 기획에 적용했을 때 시너지가 높아지죠. 이러한 고품질 여행상품 기획을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최근 회복세에 있는 중국 아웃바운드 시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성장세가 높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이번 5월 연휴에서 사우디로 향한 중국인들의 항공 예약은 전년 대비 3배가 늘었습니다.(관련 기사) 앞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둘러싸고 어떤 혁신적인 여행 경험이 더 탄생할 지, 그리고 이를 통해 국제 사회와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주목해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