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E 산업이 오랫동안 주목해온 비즈니스 여행자는 주로 뉴욕과 런던, 싱가포르를 오가는 기업 임원들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존에 MICE산업이 주 타깃으로 삼아온 컨퍼런스 참석자, 전시회 방문객, 인센티브 여행 대상자, 기업 이벤트 참가자들 역시 금융업이나 제조업 등 특정 산업종목이나 일회성 대규모 방문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2025년 현재, MICE 산업이 의존해온 이 공식은 빠르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여행 매거진인 콘데나스트 트래블러(Condé Nast Traveler)와 IT 매체 와이어드(WIRED)가 협업 취재한 최근 기사에 따르면 새로운 세대의 비즈니스 여행자들은 산업 구조의 변화에 따라 전혀 다른 목적지로, 전혀 다른 이유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새로운 글로벌 비즈니스 목적지로 대한민국의 ‘서울’이 지목되었습니다. 히치하이커는 전통적인 MICE 산업의 관점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최근 비즈니스 여행의 3가지 핵심 시그널을 분석했습니다.
시그널 1. 새로운 항로를 만드는 K-크리에이티브 산업
전통적으로 MICE 산업은 대규모 컨벤션센터와 전시장을 중심으로 발전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문화 산업과 의료관광이 새로운 항공 노선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 트렌드의 정점에 있는 도시로 지목되었습니다.
항공 분석 회사 OAG의 2025년 7월 데이터에 따르면, LA-서울 노선이 올 여름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항공 노선 중 하나였습니다. 이것은 무역박람회나 컨퍼런스 때문이 아닙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바이럴로 대중화된 K-뷰티 시장 덕분입니다. Business of Fashion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4년까지 100만 명 이상의 외국인 환자가 스킨케어 시술, 의료 서비스, 퍼스널 컬러 진단 등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기존의 국적기보다 저렴한 장거리 노선을 표방하는 한국의 항공사 에어프레미아는 2025년 3월 LAX 운항 스케줄을 주 7회에서 10회로 증편했습니다. 이에 맞서 대한항공은 더 큰 Airbus A380 기재로 노선의 승객 수용력을 늘렸으며, 2025년 8월부터 LAX로 가는 주간 운항을 4회에서 5회로 증편할 계획입니다. LA 기반으로 활동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로저 마(Roger Ma)는 말합니다. “LA와 서울 모두 외모와 자기관리에 대한 강력한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두 도시는 디지털 크리에이터 경제의 글로벌 수도입니다.”
시그널 2. 신흥 비즈니스 생태계가 전통 허브를 대체한다
남미와 아프리카는 더 이상 단순 관광지가 아닙니다. e-커머스, 핀테크, 예술 산업의 성장이 이 지역들을 새로운 비즈니스 목적지로 바꾸고 있습니다.
런던과 브라질을 오가는 레코드 레이블의 대표 제시 버나드(Jesse Bernard)는 다큐멘터리 제작과 나이트라이프 이벤트 기획을 위해 라탐항공을 정기적으로 이용합니다. “그라임(grime)과 바일리 펑크(baile funk) 같은 지역 장르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브라질은 지금 나이트라이프, 클럽 문화,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DIY 문화와 커뮤니티가 있는 곳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델타항공 측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2025년 비즈니스 여행자 사이에서 최근 성장세를 보이는 전략적 기업 및 비즈니스 시장”이라고 밝혔습니다. 델타는 라탐 그룹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해 1월 보스턴-상파울루 신규 노선을 취항했습니다. 항공 전문가 마이크 아르노(Mike Arnot)는 “싱가포르 항공의 뉴어크-싱가포르 직항편은 비즈니스석과 프리미엄 이코노미석만으로 구성되어 있고, 유나이티드는 시카고-취리히를 주 5회 운항합니다.”라며 이는 관광객이 아니라 비즈니스 수요라고 설명합니다.
남아프리카 항공(South Africa Airways)은 2024년 말 나이지리아, 짐바브웨, 잠비아, 콩고민주공화국 노선을 증편했으며, 라고스-요하네스버그 노선은 2024년 11월부터 주 4회로 증편되었습니다. 델타항공은 뉴욕 JFK-라고스 계절편을 재개했고, 유나이티드 항공은 5월에 워싱턴-다카르(세네갈) 노선을 취항했습니다.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국가로 가는 비행기에서, 대부분의 승객이 휴가가 아니라 일을 위해 여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라고 버나드는 말합니다.
나이지리아에서 유일하게 활동하는 프로덕션 디자이너 중 한 명인 아니타 아시루(Anita Ashiru)는 급성장하는 아프로비츠(Afrobeats) 음악 산업 덕분에 라고스와 요하네스버그를 오가며 일합니다. “10년 전만 해도 이런 직업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나이지리아계 미국인 아티스트 다비도(Davido)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때, 그녀는 몇 주씩 요하네스버그에서 세트를 디자인합니다.
시그널 3. 블레져는 선택이 아닌 표준이 되었다
MICE 산업이 직면한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비즈니스 여행 그 자체의 정의가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점점 더 많은 젊은 사업가들이 비즈니스와 레저 여행을 하나의 항공권 여정으로 결합하고 있으며, 이는 더 이상 틈새 트렌드가 아니라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습니다.
항공 전문가이자 콘데나스트 트래블러 여행 전문가인 게리 레프(Gary Leff)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과거에는 기내 수하물 없이 월요일 아침에 혼자 비행하는 승객은 비즈니스 여행자였고, 주말을 포함하는 여정의 2명 이상은 레저 여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배우자나 파트너와 함께하는 주말 여행이 주 초에 시작되어 비즈니스를 포함하고 주말까지 연장될 수 있습니다. 컨설턴트 계층의 전통적인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의 비즈니스 여행 주간은 끝났습니다.“
앞서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로저 마의 경험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그의 서울 여행은 주로 업무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여가를 위한 시간도 꼭 만듭니다. “뷰티와 완전히 관련 없는 일을 하러 친구들과 나갈 때도, 그 순간들이 너무 멋지거나 독특해서 촬영하고 싶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며: MICE 산업의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
이 세 가지 시그널은 한국 MICE 산업에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여전히 컨벤션과 전시회 중심으로 비즈니스 여행을 정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한국은 이미 새로운 비즈니스 여행 지도의 중심에 있습니다. LA-서울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선 중 하나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수요를 만든 것은 대규모 국제회의가 아니라 K-뷰티, K-콘텐츠, K-컬처입니다. 10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의료관광 목적으로 한국을 찾았다는 것은, 한국이 단순한 컨벤션 목적지가 아니라 목적 중심의 비즈니스 생태계로 진화했음을 보여줍니다.
MICE 인프라의 개념을 재정의해야 합니다. 프로덕션 스튜디오, 콘텐츠 크리에이터 지원 시설, 협업 공간, 의료관광 통합 플랫폼이 새로운 MICE 인프라입니다. 일과 여가의 경계가 사라진 새로운 세대의 여행자들에게 MICE 산업이 제공해야 하는 것은 회의실 대여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통합 솔루션입니다. MICE 산업은 참가자 수, 전시 면적, 호텔 객실 수 같은 전통적 지표에서 벗어나 소셜미디어 임팩트, 크리에이터 유입, 협업 프로젝트 수, 재방문율 같은 새로운 KPI도 개발해야 합니다.
비즈니스 여행의 지도는 이미 바뀌었습니다. 전통적인 금융과 제조업 중심의 컨벤션 도시가 아니라, 문화와 창의성이 넘치는 도시들이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국은 그 지도의 한가운데 있습니다. 주말까지 머물며 일하고 놀고 촬영하는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새로운 MICE 생태계를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출처: Condé Nast Traveler & WIRED, “The Business Traveler of Today is Changing—and So Is Their Flight Map”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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