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국에서 설립된 여행 플랫폼 투어히어로(TourHero)는 크리에이터가 만드는 여행상품을 중개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이들은 이른바 ‘인간 자석(Human Magnets)’이라 불리는, 특정 분야에 열정을 가진 크리에이터와 전문가를 ‘투어히어로(호스트)’로 세워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커뮤니티가 함께 떠나는 소셜 여행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그러나 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제시하는 화려한 비전 이면에는 기존 여행업의 규제 체계와 충돌하는 지점과 운영상의 허점도 깔려 있습니다. 히치하이커는 최근 한국에서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이른바 ‘소셜 여행 플랫폼’의 명과 암을, 투어히어로의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살펴 봤습니다.
크리에이터의 열정을 수익화하는 여행 플랫폼
2020년 투샤르 칸델왈(Tushar Khandelwal), 잔 웡(Jann Wong), 비렌 셰티(Viren Shetty)가 공동 창업한 여행 스타트업 ‘투어히어로(TourHero)’는 과거 라쿠텐(Rakuten)에 인수된 여행 플랫폼 보야진(Voyagin)을 이끌었던 베테랑 창업자들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저렴한 항공권과 숙박을 제공하는 기존 여행업의 패러다임으로는 현대인의 정서적 허기를 채울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투어히어로의 공동 창업자 투샤르 칸델왈은 2025년 12월 웹인트래블(WiT)과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세대를 ‘유령(Ghosts)’이라 명명했습니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서로의 곁에 앉아 인스타그램을 스크롤하며 ‘좋아요’를 누르지만, 정작 실질적인 교감은 상실한 세대라는 뜻입니다.
그가 제시하는 해독제는 디지털 앱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의 직접적인 만남입니다. 러닝 크루, 해변에서의 요가, 저녁 식사 모임처럼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실제로 모여 숨 쉬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철학 위에서 투어히어로는 누구나 ‘투어히어로(Host)’가 되어 자신의 커뮤니티를 위한 여행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 B2B 기반의 소셜 여행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투어히어로의 작동 방식은 매우 직관적입니다.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나 커뮤니티 리더가 투어히어로의 플랫폼을 활용해 여행 상품을 기획하면, 투어히어로는 전 세계 50개국 이상의 검증된 현지 랜드사(Local Operator)와 연결하여 물류를 지원합니다. 숙박, 교통, 현지 활동, 결제 및 환불 관리에 이르기까지 여행 운영의 전 과정을 투어히어로가 전담하는 구조입니다. 특히 결제 솔루션인 스트라이프(Stripe)를 통해 투명한 비용 정산을 보장하고, 미국의 경우 클라나(Klarna)나 어펌(Affirm) 같은 할부 금융 서비스를 연동해 참가자의 결제 문턱을 낮췄습니다. 호스트는 자신의 브랜드 가치와 팬덤을 활용해 여행의 테마를 정하고 마케팅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이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호스트에게 부여되는 강력한 경제적 유인입니다. 호스트는 별도의 초기 비용이나 선급금 없이 여행을 론칭할 수 있습니다. 투어히어로는 현지 업체로부터 대량 구매를 통해 낮은 베이스 가격(Base Price)을 확보하고, 호스트는 여기에 자신의 마진(Markup)을 붙여 최종 판매가를 결정합니다.
보통 7일간의 여행을 통해 호스트가 얻는 평균 수익은 약 6,500달러(한화 약 850만 원)이라고 홍보하고 있으며, 최소 6명의 참가자만 모집되면 호스트 본인의 여행 경비는 전액 면제됩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과거 32일씩 걸리던 일정 기획 시간을 단 1분 내외로 단축한 ‘인스턴트 일정 생성’ 기능은 누구나 쉽게 여행 사업가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줍니다.
수잔나의 모로코 여행이 보여준 커뮤니티의 힘
투어히어로의 공식 홍보 영상에 등장한 슬로바키아 출신 승무원 수잔나(Susanna)의 사례는 이 모델이 추구하는 긍정적인 가치를 알리는 사례입니다. 그녀는 개인용 제트기 승무원으로 일하며 쌓은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국가인 모로코로의 여행을 기획했습니다.
수잔나의 성공 비결은 ‘진정성’과 ‘차별화된 가치’에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느낀 모로코의 문화적 몰입(Cultural Immersion)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그녀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매일 여행의 세부 일정을 공유하고, 특히 모로코의 음식과 숙소(리야드)의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녀의 인터뷰 중 주목할 점은 기존 대형 여행사와의 비교 우위입니다. 그녀는 시장 조사를 통해 기존 여행사들이 제공하는 3성급의 건조한 호텔 체인 대신, 모로코 특유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고급 리야드와 사하라 사막의 럭셔리 글램핑을 일정에 넣었습니다. 참가자들은 해리포터 영화 속 공간 같은 텐트에서 묵으며 사막의 일몰을 즐기는 경험을 통해 “기존 여행사와 가격은 비슷하지만, 가치는 훨씬 높다”는 만족감을 얻었습니다.
또한 수잔나는 모객을 위해 초기 가입자들에게 자신의 마진을 깎아 할인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그녀에게 이 여행은 당장의 수익보다는 “자신의 열정을 증명하고 커뮤니티와 깊게 연결되는 경험”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례는 크리에이터가 가진 개인적인 취향과 큐레이션 역량이 대형 여행사의 획일적인 패키지 여행보다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호스트 입장에서는 자신의 영향력을 수익화할 수 있는 매력적인 도구이며, 참가자 입장에서는 동경하는 크리에이터와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러나 이 효율적인 시스템 속에는 ‘여행업’이라는 특수한 산업이 가져야 할 책임의 무게가 빠져 있습니다.
전문성 결여와 위험한 아마추어리즘
수잔나의 사례를 뒤집어 보면, 투어히어로 모델이 가진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납니다. 수잔나는 스스로를 “판매자가 아니며, 누군가를 설득하는 일을 싫어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첫 여행은 수익보다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크리에이터로서는 훌륭한 자세일 수 있으나, 고객의 돈을 받고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매우 위험한 발언입니다.
여행업은 수많은 돌발 변수(항공 지연, 천재지변, 현지 안전사고 등)를 관리해야 하는 고도의 전문 서비스업입니다. 수잔나와 같은 아마추어 호스트들이 “일단 해보자(Don’t give up, just try)”는 정신으로 뛰어들 때, 현장에서 발생하는 위기 대응의 책임은 오롯이 플랫폼과 현지 업체로 떠넘겨집니다. 호스트는 마진을 취하지만 전문적인 가이드 역량이나 안전 관리 교육을 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레딧(Reddit) 등 커뮤니티에서 제기되는 투어히어로의 평판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특히 플랫폼이 호스트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크리에이터의 전문성을 면밀히 검토하기보다는, 단순히 ‘영업 타깃’으로 취급하여 무차별적인 협업 제안을 보내는 방식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1대1 컨설팅을 기대했던 크리에이터들이 단체 화상 회의에 몰아넣어지고, 단기간 내에 상품 출시를 압박받는 과정에서 ‘제조된 긴박감’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결국 투어히어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호스트를 수혈해야만 하는 ‘물량 공세형’ 구조를 띠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호스트가 양산되고, 여행 상품의 질은 하향 평준화될 위험이 큽니다. 호스트는 마케팅만 하고 리스크는 지지 않는 구조, 소비자에게는 “우리는 여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결제 보안만 보장한다”는 태도는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습니다.
한국 여행업 규제와의 충돌 – 제2의 투어히어로를 꿈꾸는 이들
한국에서도 투어히어로를 벤치마킹한 소셜 여행 플랫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일일이 상호명을 언급하지는 않겠으나 이들이 한국 시장에서 안착하기 위해서는 ‘관광진흥법’이라는 엄격한 규제의 틀을 넘어야 합니다.
한국법상 여행업은 사고 발생 시의 손해배상을 위한 보증보험 가입과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금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투어히어로는 많은 랜드사와 협력하고 있는 중개 플랫폼을 자처하며 이러한 규제를 비껴가려 하지만, 호스트가 마진을 결정하고 플랫폼이 대금을 수령하는 방식은 실질적인 ‘기획 여행’ 판매자로 간주될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한국에서 정식 여행업 등록 없이 이러한 사업을 운영한다면, 이는 명백한 무등록 여행업 영업에 해당하며 사고 발생 시 소비자는 법적인 보호를 전혀 받을 수 없습니다.
특히 소비자는 크리에이터의 얼굴과 브랜드를 보고 고가의 여행비를 지불하지만, 정작 현지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어떻게 될까요? 호스트는 “나도 플랫폼에 속았다”고 주장하고, 플랫폼은 “우리는 중개자일 뿐”이라고 발을 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마치며
결론적으로 투어히어로의 비즈니스 모델은 현재 여행 산업의 가장 뜨거운 트렌드인 ‘커뮤니티’와 ‘취향’을 정확히 관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행은 사람의 생명과 안전이 직결된 분야입니다. 결제 보안이나 세련된 마케팅 툴을 제공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여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불확실성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입니다.
향후 소셜 여행 플랫폼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중개자’의 위치를 넘어 여행업 본연의 전문성과 책임감을 플랫폼 내에 제도적으로 녹여내야 합니다. 호스트에 대한 엄격한 선발 지침과 안전 교육, 현지 사고 대응 매뉴얼의 구체화, 그리고 각국의 법규를 준수하는 공식적인 여행사 지위 확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투어히어로가 제시한 아이디어가 향후 소셜 여행의 새로운 표준으로 발전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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