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상하이에 이색적인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습니다. 식사를 하는 90분 동안 공연, 파노라마 영상, 전통 무용과 무술 퍼포먼스가 어우러지는 몰입형 다이닝 쇼, ‘테이스트 오브 차이나(Taste of China)’입니다. 👉🏻 테이스트 오브 차이나 바로 가기
놀라운 점은 이 공간이 현지 레스토랑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OTA(온라인 여행사)인 트립닷컴 그룹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한다는 사실입니다. 단순히 항공·호텔을 중개하던 플랫폼이 이제는 체험 상품의 ‘제작자이자 공급자’로 무대를 넓힌 사례인데요. 히치하이커는 테이스트 오브 차이나의 상세 내용과 의미를 분석했습니다.

여행 플랫폼, 공급자의 자리를 넘보다
‘테이스트 오브 차이나’는 단순한 다이닝이 아니라 목적지 경험을 직접 설계한 콘텐츠입니다. 중국 7대 지역을 대표하는 요리를 한 자리에서 즐기며, 스토리텔링과 문화적 맥락이 공연으로 펼쳐집니다. 메뉴판에는 QR코드가 있어 바로 해당 지역의 여행 정보로 이어지며, 소비자가 저녁 식사 한 끼를 여행 영감으로 확장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 눈길을 끄는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하나의 식사로 중국 7개 지역을 여행: 북경 오리, 사천 마파두부, 남부의 시큼한 어탕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요리가 7코스로 펼쳐집니다.
- 퍼포먼스와 함께 즐기는 몰입형 경험: 무용수의 한푸 공연, 소림 무술, 변검 등 시각적 즐거움이 곁들여져 단순한 식사가 아닌 공연 체험으로 이어집니다.
- SNS를 겨냥한 공간 연출: 전통 의상 체험과 포토존이 준비돼 있어, 여행객들에게 ‘상하이 최신 핫플레이스’로 입소문 날 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즉, 상하이를 찾는 여행객이라면 ‘더 번드(The Bund)’ 관광 동선에 자연스럽게 이어 붙일 수 있는 신상 체험이자, 저녁 한 끼를 특별한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바꾸는 콘텐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회인가 위협인가?
세계 여행시장에서 음식은 이미 핵심 테마로 자리잡았습니다. 트립닷컴은 이를 기회로 삼아, 아예 상하이에 전용 극장을 만들고 매 시즌 업데이트 가능한 공연형 레스토랑을 선보였습니다. 이는 단순 이벤트가 아니라, 플랫폼의 자본력과 장기 전략을 확인시켜주는 신호입니다. OTA가 레스토랑을 짓고, 공연단을 운영하고,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통합한다는 것은 소규모 사업자가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모델입니다. 여행업계에 이 소식은 두 가지 상반된 의미를 가집니다.
첫째, 기회입니다. 플랫폼이 직접 소비자 유입을 이끄는 대표 체험을 만들면,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모두에서 목적지 수요가 커집니다. ‘테이스트 오브 차이나’ 같은 쇼가 성공하면, 주변 관광지·호텔·레스토랑에도 파급효과가 발생합니다. 더 많은 해외 관광객이 상하이를 방문할 동기를 얻고, 현지 업계가 동반 성장할 수 있습니다.
둘째, 위협입니다. 플랫폼이 직접 체험 상품을 제작하고 판매하기 시작하면, 기존 공급자와의 협력 관계가 재편될 수 있습니다. 지역 여행사나 독립 레스토랑이 만들어온 고유한 체험 상품이 대형 플랫폼의 브랜드 상품에 묻혀버릴 위험이 생기는 것이죠. 이는 단순한 ‘판매 채널의 독점화’를 넘어, 경험 자체를 플랫폼이 독점 기획하고 공급하는 구조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사실 이미 많은 여행 플랫폼들이 ‘오리지널’과 같은 시리즈로 시도하고 있는 방향성입니다.
이러한 행보가 단순히 상하이에서 그칠까요? 트립닷컴이 ‘플랫폼이 곧 제작자’라는 방향성을 본격화할 경우, 여행산업은 공급과 유통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새로운 경쟁 국면을 맞게 될 것입니다.
마치며: 플랫폼이 던지는 질문
상하이의 몰입형 레스토랑은 단순히 새로운 맛집이 아닙니다. 트립닷컴이라는 플랫폼이 직접 만든 여행 경험 상품이라는 점에서 여행업계 전체에 던지는 함의가 큽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행 중 한 끼의 식사가 목적지에 대한 강렬한 기억으로 확장되는 즐거운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공급자 입장에서는, 플랫폼과 어떻게 협력할지, 혹은 어떻게 차별화된 체험을 제안할지가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입니다.
여행업의 주도권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번 사례는, 단순한 레스토랑 오픈 소식이 아니라 여행산업 판도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