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중국의 국경절 연휴를 맞아 관광업계에 산시성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중국의 게임 개발사 ‘게임 사이언스’가 제작한 ‘검은 신화: 오공’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게임은 출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며, 게임의 주요 배경이 된 중국 산시성을 새로운 관광 명소로 부상시켰습니다.
히치하이커닷컴에서는 ‘검은 신화: 오공’의 성공이 중국 관광업에 미친 영향과 이를 통해 드러난 게임 산업과 관광업의 시너지 효과,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한국 게임 및 관광 산업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오공 인기 힘입어 국경절 여행지 2위로 떠오른 산시성
‘검은 신화: 오공’은 2024년 8월 출시 4시간 만에 동시 접속자 수 223만 명을 기록하며 중국 내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 게임의 성공은 단순히 게임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중국 산시성의 관광업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36개 장소 중 27개가 산시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많은 게임 팬들이 실제 장소를 방문하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입니다. 산시성 문화관광부는 게임이 출시되자마자 ‘오공 따라 산시행’이라는 테마로 산시성 전체 관광 노선과 3개 테마 노선, 자율주행 노선 등을 공개했습니다. ‘고대 건축과 채소가 어우러진 진북 코스’, ‘비운루와 신선동천의 진남 코스’, ‘상당구와 불상 관람이 가능한 진동남 코스’ 등이 그 예입니다.
산시성의 주요 관광지들은 이미 큰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중국 교통운수부의 예측에 따르면, 2024년 10월 국경절 기간 동안 전체 사회의 지역 간 인구 이동량이 19.4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중 산시성은 북경에 이어 두 번째로 인기 있는 여행지로 꼽혔습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시시안샤오시톈(隰县小西天) 관광지는 여름 동안 전년 대비 3배 증가한 7만 명의 방문객을 맞이했으며, 진성옥황묘 역시 관광객 수가 현저히 증가했습니다.
실제로 흑신화: 오공’의 주요 촬영지인 시시안샤오시톈은 국경절의 엄청난 인파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10월 2일 하루에만 16,000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들어, 경관구의 수용 능력을 크게 초과했습니다. 이에 현지 당국은 문화재 보호와 관람 경험 개선을 위해 온라인 예약제를 도입하고 하루 방문객 수를 10,000명으로 제한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긴 대기 시간에 불만을 토로하는 관광객들이 계속해서 몰려들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네요.
2. 관광지와 게임IP가 만난 진짜 이유는?
‘검은 신화: 오공’의 성공은 단순히 우연의 산물이 아닌, 게임 개발사와 지역 정부의 긴밀한 협력의 결과입니다. 게임의 미술감독은 6년에 걸쳐 실제 관광지를 모티브로 한 그래픽을 개발하여 게이머들에게 높은 몰입감을 제공했습니다. 처음부터 자국의 문화적 우월성을 젊은 세대에게 게임을 매개로 각인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전략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이러한 전략의 배경에는 산시성이 가진 방대한 역사 관광 자원, 그러나 문화재 관광에서 점점 멀어지는 젊은 세대와의 간극, 이를 해결하려는 정부 입장에서 짐작해볼 수 있겠습니다. 산시는 중국 문명의 중요한 발상지 중 하나로 지역 자체가 고대 중국 건축 박물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존하는 고대 건축물이 28,000여 개에 달하며, 원나라 이전의 고대 목조 건축물은 531개가 넘습니다. 당나라 시대의 병마용을 비롯한 산시성의 문화재는 건축 기술에 있어 독특한 역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정교한 조각품과 벽화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행 트렌드가 바뀌면서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과 인정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 거죠.
따라서 산시성 문화관광부는 2022년 6월부터 제작사인 게임 사이언스 컴퍼니(Game Science Company)와 소통하며 양방향 여정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오공의 게임 제작 조건을 제공하고, 문화재 관련 부서부터 시군 등 지자체와 문화 보호 부서가 총동원되어 촬영을 지원했습니다. 또한 게임의 고대 건축 및 문화 유물 장면의 디지털 복원을 지원했습니다. 오공의 예고편 공개부터 게임 출시까지 산시성 문화관광부는 게임 이미지와 고대 건물의 실제 장면을 결합하여 7개의 테마 단편 영상을 연속으로 출시하며 긴밀하게 협조한 결과가 관광업의 붐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대단히 치밀하죠.
‘검은 신화: 오공’의 성공과 이에 따른 산시성의 관광 붐은 게임 산업과 관광업의 융합이 얼마나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이는 단순히 중국 내수 시장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새로운 트렌드입니다. 반면 한국은 이미 글로벌 인기 게임 IP를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활용해 국내 관광지와 연계한 마케팅 전략을 개발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마치며
검은 신화: 오공’의 성공은 한국 게임 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대부분의 한국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중심으로 한 모바일 게임에만 치중해 온 결과, 새롭게 열린 콘솔 게임 시장에 내놓을 경쟁력 있는 상품(IP)이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교수는 매체 인터뷰에서 이러한 상황을 “참담하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는 “한국 게임이 굉장히 긴장하고 준비해야 되는 상황이 돼버렸다”고 말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게임의 입지가 점점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는 단순히 게임 산업의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게임 IP를 활용한 관광 상품 개발에 있어서도 뒤처질 수 밖에 없으니까요. 중국이 게임 IP와 관광지를 연계하여 새로운 관광 수요를 창출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이러한 트렌드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의 국내 여행이 활성화되면 될 수록, 한국 등 해외로 향하는 아웃바운드 수요는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중국의 사례를 교훈 삼아, 한국도 우리의 강점인 콘텐츠와 관광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참고 링크 : https://www.sohu.com/a/813627531_255783
P.S 팬데믹 직전에 문화관광포럼 참석차 방문했던 산시성의 성도 ‘시안’은 정말 엄청난 콘텐츠를 가진 여행지였습니다. 스트리트푸드파이터 2의 시안 편에 나왔던 먹거리를 맛보고 시안이 보유한 엄청난 문화재의 극히 일부만 보고 왔던, 히치하이커TV의 시안 여행 영상도 첨부해 둡니다. 너무나도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