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행 트렌드 연구소 히치하이커 대표, 김다영입니다. 히치하이커닷컴은 매년 글로벌 여행기업에서 발표하는 여행 트렌드를 분석해 공유드리고 있습니다. 2024년에도 5곳의 리포트를 분석해 소개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올해에는 훨씬 많은 기업과 기관에서 2025년 여행 트렌드 리포트를 내놓고 있습니다. 이미 영미권 소셜미디어에서 돌고 있는 링크 모음에 들어있는 리포트 갯수만 해도 18곳에 달할 정도로 많아졌는데요. 이들 리포트를 모두 확인하면서 가장 먼저 느낀 점은 ‘새로운 여행 트렌드가 없다’는 점입니다. 거의 모든 리포트가 2024년 트렌드와 너무나도 유사한 양상을 보여서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래서 히치하이커닷컴이 여러분의 시간을 절약해 드리고자 10곳 이상의 2025 여행 트렌드를 비교한 뒤, 이 중 새롭고 눈여겨볼 지점이 있는 중요한 트렌드를 5개 뽑아 보았습니다. 또한 각 트렌드를 잘 이해하실 수 있는 연관 칼럼과 여행 리뷰도 함께 링크했습니다.
1. 부킹닷컴 – 빈티지 보야징(Vintage Voyaging), 현지에서 사서 입는다
부킹닷컴 리포트에서 가장 놀랐던 게 바로 이 항목인데요. 바로 빈티지숍 쇼핑의 흐름을 짚어낸 것입니다.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이 트렌드는 소비주의에서 벗어나 현지의 역사와 문화를 더 깊이 있게 경험하려는 현상 중 하나입니다. 사실 저도 요즘 여행갈 때마다 주변 빈티지숍이나 중고물품 숍을 검색하고 직접 가보는 편이거든요.
부킹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여행자의 51%가 여행지에서 현지 의류를 구매하는 것에 관심을 보였으며, Z세대의 경우 이 비율이 63%까지 상승했습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응답자의 73%가 이미 해외여행 중 빈티지 상품이나 중고 물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지속가능한 여행에 대한 관심 증가와 맞물려 있습니다. 여행자들은 대형 쇼핑몰이나 글로벌 브랜드 대신 현지의 빈티지 상점과 중고매장을 방문함으로써, 그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를 체험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작성했던 쿠알라룸푸르 중고숍 쇼핑 리뷰도 참고하시죠.
2. 스카이스캐너 : Gami-Vacation: 게임과 여행의 새로운 융합
이른바 ‘Gami-Vacation’은 게임 팬들이 좋아하는 가상 세계를 현실 속 여행으로 확장시키는 현상을 의미하는데요. 올해 스카이스캐너 리포트에서 가장 깊이있게 다룬 현상입니다. 히치하이커닷컴도 얼마 전 중국의 ‘오공’ 게임의 인기가 어떻게 여행으로 옮겨가는 지 자세히 다룬 바 있습니다.
스카이스캐너의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게임 컨벤션으로의 항공권 검색량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 쾰른에서 열린 ‘Gamescom 2024’는 전월 대비 항공 검색량이 508% 증가했고, 미국 샌디에이고의 ‘TwitchCon 2024’도 167% 증가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게임 문화가 여행의 주요 동기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포켓몬 월드 챔피언십 같은 대규모 이벤트는 도시 경제를 활성화시키며, 참가자들은 이벤트에 참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현지 문화를 탐방하며 여행의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이벤트 참석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스카이스캐너 통계에 따르면, 게임 콘솔을 여행 가방에 챙기는 여행자가 전체 영국 여행자의 17%에 달하며, 게임 콘솔을 구비한 호텔 예약도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디지털 놀이와 전통적인 여행 경험이 자연스럽게 결합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3. 힐튼 & 내셔널 지오그래픽 – 디지털 디톡스와 인증샷 사이의 갈등과 균형
2025년, 여행은 디지털 기기와의 균형을 찾는 여정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여행의 편리함을 극대화하는 경험을 놓치고 싶지 않고, 다른 한편으로는 디지털 기기와의 단절을 통해 진정한 휴식을 추구하려는 극단적인 양상이 공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힐튼의 리포트에 따르면 디지털 디톡스는 사실 최신 트렌드가 아니지만, 세부적인 태도는 변화하고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27%의 여행자가 과거보다 휴가 중 더 많은 동영상을 촬영한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기술을 통해 추억을 기록하려는 욕구를 보여줍니다. 반면에, 전 세계 여행자의 20%는 휴가 중 뉴스를 거의 보지 않는다고 밝혔는데, 이는 이전보다 훨씬 더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처럼 여행자들은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면서도 정보 과잉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식적으로 기기 사용을 제한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강조하는 디지털 디톡스 트렌드는 좀더 근본적인 변화를 시사합니다.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오프 그리드’ 숙박 옵션을 통해 자연과 연결되고, 디지털 기기 없이 시간을 보내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영국의 ‘언플러그드’와 같은 오프그리드 숙박 브랜드는 디지털 단절을 테마로 한 숙박 시설을 운영해 2024년 예약이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총 캐빈 수를 현재의 두 배인 60개로 늘리고 2025년에는 이를 유럽 전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결국, 디지털 디톡스는 기술을 완전히 배제하기보다는 필요할 때 활용하면서도 불필요한 연결을 끊는, 자신만의 균형을 찾는 여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행자들은 이제 기술이 제공하는 편리함과 연결로부터의 해방 사이에서 스스로 선택하며, 더 깊이 있는 여행 경험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4. 익스피디아 – 크리에이터가 만든 여행, ‘원클릭’ 쇼핑한다
많은 여행자는 이제 단순한 광고보다 자신이 신뢰하는 인플루언서의 추천을 더 신뢰하며, 그들이 공유한 장면을 자신의 여행으로 가져오고 싶어 합니다. 스프라우트 소셜(Sprout Social)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소비자의 절반은 인플루언서의 게시물에 영향을 받아 일상적인 구매 결정을 내리고 있으며, 이러한 트렌드는 이제 고가의 여행 상품에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을 실제 여행 구매로 연결하는 것은 여전히 여행업계에 도전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지난 2024년 9월 익스피디아가 선보인 ‘트래블 숍(Travel Shops)’은 바로 이 관심을 구매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입니다. 이 플랫폼은 인플루언서들이 큐레이션한 여행 상품을 소비자들이 손쉽게 탐색하고 예약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종의 셀렉트 숍 역할을 하는데요. 여행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크리에이터의 여행 루트와 숙소를 단 몇 번의 클릭으로 자신의 일정에 통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익스피디아는 100개 이상의 크리에이터 및 파트너와 협력해 초기 단계의 트래블 숍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더 많은 크리에이터가 참여할 수 있도록 이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며, 현재는 미국, 캐나다, 영국의 iOS용 익스피디아 앱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결국 트래블 숍의 등장은 소셜 미디어와 여행 산업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 융합할 지를 보여주는 초기 그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한국에서도 최근들어 크리에이터와 여행산업의 결합이 ‘소셜미디어 공동구매’의 형태로 매우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올해 이 트렌드가 어떤 방식으로 확장될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5. 구글 : 신흥 여행시장 vs 성숙한 여행시장, 우리는 어느 쪽?
구글은 2040년까지의 여행을 바라보는 거시적인 리포트를 내놓았는데요. 구글과 딜로이트의 연구에 따르면, 신흥 시장에서 떠오르는 여행객(emerging travellers)은 주로 잘 알려진 성숙한 여행지(mature destinations)를 선호하는 반면, 기존의 성숙한 여행객(mature travellers)은 덜 알려진 새로운 목적지(off-the-beaten track locations)를 탐험하는 경향을 보이네요. 아주 흥미로운 결과입니다.
신흥 여행객의 특징은 주로 첫 해외여행을 경험하거나 경제적 여유가 늘어난 새로운 중산층 계층, 국가에서 나타납니다. 인도를 예로 들면, 이들은 가까운 아시아의 성숙한 여행지에서 시작해 유럽과 같은 먼 지역으로 여행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이들은 이미 검증된 목적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과거의 한국 소비자들이 여기에 속했습니다.
반면, 성숙한 여행객들은 이미 여행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기존과 다른 새로운 경험과 독창적인 여행을 갈망합니다. 이들은 유명 관광지를 넘어 덜 알려진 지역에서 현지 문화를 깊이 탐구하거나 고유한 자연 경관을 감상하려는 욕구가 강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이나 중국의 고령화 세대는 은퇴 후 더 건강하고 여유로운 삶 속에서 문화적·역사적 경험을 중시하며, 이러한 욕구는 전통적인 패키지 여행에서 벗어난 맞춤형 여행 상품 수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한국의 아웃바운드 여행산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한국은 여기서 어디에 속할까요? 구글의 리포트에 보면, 전 세계 아웃바운드 시장에서 한국은 2019년 전 세계 8위에 올라 있으며 이미 성숙한 여행자 시장으로 넘어간 상태입니다. 성숙한 여행 시장에는 더 독특하고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이 요구됩니다. 여행사는 고객 유형에 따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현지 파트너와 협력하여 새로운 목적지를 발굴하거나 기존 여행지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이 연구의 결과입니다.
그런데 국내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대다수의 여행상품은 신흥 여행자 니즈에 머물러 있는 만큼, 올해에는 성숙 여행자를 위한 상품을 만들어내는 전문 여행 기획사의 탄생, 특히 MZ세대 대표들이 만드는 여행상품들이 아주 기대가 됩니다.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는 작은 여행사들이 많아서, 올해에는 이런 회사들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일도 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