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초에 스페인의 트래블테크 기업 아마데우스는 연구를 통해 최근 격변하는 지정학적 변화에 맞물린 여행의 미래를 총 4가지로 예측했습니다. 물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예측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4가지는 일종의 ‘시나리오’입니다. 여행이라는 행위는 사실 사람들의 여가 소비 행위이기 때문에, 거시적인 정치와 경제 변화에 굉장히 큰 영향을 받습니다. 곧 몰아닥칠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위기가 좀 심각한 상황이라, 이 시나리오를 살펴보는 게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오늘의 방송 주제로 준비했습니다. 해당 기사로 발표된 내용을 의역하고 추가한 의견이 있기 때문에 원문 번역 그대로는 아니라는 점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본 내용은 지난 주 한국여행업협회의 여행업 디지털 전환 교육 중 ‘여행 비즈니스 신모델 개발’ 과정에서 제가 맡은 3일차 특강에서도 강의한 내용입니다.
1. 여행의 양극화와 디지털 대체
원문에서 첫번째 시나리오 주제는 ‘협력’이었지만, 더 주목해야 할 내용은 여행의 양극화입니다. 여행자의 경우 단기 현지 체류(항공 여행 중단)를 원하는 사람들과 장기간의 국제 여행을 계속하는 사람들 사이의 격차가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커지는 경제 양극화로 인해,여행의 일부 요소를 대체하는 다양한 디지털 대안도 보게 될 것입니다. 제가 요즘 종종 언급하는, 지금의 20대들은 유튜브의 여행 브이로그를 시청하면서 여행의 욕구를 어느 정도 대리만족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소비시장에서도 고급 레저 소비는 하락하고 집콕 소비에 해당하는 넷플릭스 주식은 반등하고 있죠. 한국에서도 유사한 고급 레저 하락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2. 세계의 블록 공동체 가속화 (Bloc Party)
세계 경제는 점차 블록화, 즉 각각의 커뮤니티로 분열되고 있습니다. 블록 내에서 원활한 여행을 위한 공통 규범 및 기술 기반 표준이 있지만 , 서로 다른 블록 간의 장벽은 더 높아질 것입니다. 이러한 블록화는 잠재적으로 지정학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신뢰를 약화시킬 것입니다. 결과는 여행 산업에 기회가 아닌 위축과 복잡성을 가져올 것입니다. 블록 외부간의 여행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하여 프리미엄 레저 상품이 될 것입니다.
3. 아시아 시장으로 중심 이동, 여행 유통 축의 이동
향후 글로벌 성장은 인도, 중국 및 동남아시아 시장에 의해 추진될 것입니다. 이 시나리오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빅테크 기업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즉 비 여행 회사들이 여행의 주류 유통업체가 되어 대부분의 여행 경험을 중재하고 많은 여행 제공업체를 상품화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미 쿠팡 등 다수의 커머스 업체가 여행업에 진출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죠. 다만 이 시나리오는 글로벌 시장의 경기가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는 전체 하에서입니다.
4. 지정학적 분열 가속화 -> 여행 지출 감소
만일 국경 폐쇄, 분열 및 갈등이 증가한다고 전제된다면, 포퓰리즘과 정치적 불안정이 증가하여 잠재적으로 더 민족주의적인 외교 정책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이해관계가 분산되면서 지정학적 파편화가 증가하여 기업이 특정 지역에 진출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이러한 추세의 파급 효과는 글로벌 여행에 강한 역풍을 의미합니다. 엄격한 규제, 보안 요구 사항 및 정부 통제로 인해 여행의 복잡성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해외 여행에서 국내 여행으로의 구조적 변화와 함께 전반적인 지출 감소가 발생합니다. 저는 향후 2~3년간은 4번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준비해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