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칼럼 ‘개인화와 몰입을 선호하는 MZ세대, 럭셔리 여행 시장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에서, 최근 호텔업계가 단순한 숙박 시설에서 벗어나 일종의 ‘액티비티’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려는 경향성에 대해 언급했다. 과거의 호텔산업은 여행사가 기획한 여행상품에 숙박을 제공하는 포지션이었으나, 현대의 호텔 브랜드들은 자체적으로 여행 경험을 디자인하고 제공하며 기존의 여행산업 영역에 적극 침투하거나 협업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히치하이커닷컴의 이번 칼럼에서는 자연 속 활동을 핵심 상품으로 내세우며 고객들의 능동적인 참여와 몰입을 이끌어내고 있는, 미국의 주요 아웃도어 호텔 브랜드에 대해 알아본다.
아웃도어 테마 호텔이 만드는 새로운 여행 경험
미국에서 가장 먼저 주목받고 있는 아웃도어 경험 중심의 호텔 브랜드는 해비타스(Habitas)다.
해비타스는 자연과의 교감을 핵심 가치로 삼는 호텔 브랜드로 캘리포니아, 네바다, 모로코 등 다양한 지역에 팝업 리조트를 열어왔으며, 2016년에는 멕시코 툴룸에 첫 번째 상설 호텔을 오픈했다.(해비타스 툴룸 바로 가기) 툴룸 외에도 멕시코에 여러 지점이 있으며, 아프리카 나마비아와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울라에도 독특한 자연주의 컨셉트의 체험형 호텔을 오픈했다.
최근에는 뉴욕 주 라인백에 일종의 팝업 호텔인 해비타스 온 허드슨(Habitas-on-Hudson) 호텔을 선보였는데, 이곳에서는 현지 식물학자와 함께 버섯 따기 투어를 진행했다. 유령버섯 등 희귀한 식물들을 관찰하며 자연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호텔측 관계자는 고객들이 이제 단순한 물질적 소비보다 경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며, 이러한 자연 친화적 프로그램이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다음은 아웃바운드 호텔(Outbound Hotels)이다.
아웃바운드 호텔은 주요 아웃도어 관광지 인근에 전략적으로 호텔을 배치하고 있는, 아웃도어 테마의 독특한 호텔 브랜드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부동산 투자·운영 기업 워털턴(Waterton)이 지난 수년간 매입 및 리브랜딩한 호텔로 구성한 새로운 호텔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 매머드 레이크와 와이오밍 잭슨홀, 버몬트 스토우 등에 호텔을 운영 중이며 해당 지역의 자연 자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한 와인 시음, 야외 영화 상영, 아웃도어 워크숍 등 다양한 지역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고 자전거 도로, 스키장, 수영장 등 각종 레저 시설에 대한 접근성도 강점이다. 곧 오픈할 요세미티 리조트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웃바운드 매머드 레이크 바로 가기
월드마크 바이 윈덤은 윈덤 호텔 체인 중에서 타임쉐어 별장(콘도미니엄) 형태의 숙소로, 주로 가족여행에 많이 이용되는 숙박시설이다. 이들은 국립공원 인근에 위치한 리조트 지점의 경우 전직 국립공원 레인저인 애쉬 너드와 제휴해 고객들에게 무료 국립공원 탐방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하이킹 컨시어지 서비스’로 명명하고 있는데, 이 서비스에 가입하면 공원 내 화장실, 식수대 등 실용적인 정보는 물론 희귀 식물 관찰 팁 등을 공유하는 투어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국립공원 내에서 사용할 쓰레기 줍기 키트를 제공받을 수 있다. 유타 주 모압에 위치한 더 모압 리조트(The Moab Resort) 역시 전직 국립공원 레인저이자 하이킹 전문가와 협업해 고객들에게 탐방 가이드를 제공하며 책임감 있는 여행을 장려하고 있다.
이외에도 뉴욕의 킴튼 호텔 에벤티(Kimpton Hotel Eventi)는 이번 여름 “웨스트 사이드 어반 어드벤처(West Side Urban Adventure)” 패키지를 선보였는데, 여기에는 노천 트래페즈 강습과 허드슨강 카약 체험 등 도심형 아웃도어 액티비티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로베르쥬 호텔 인 세도나(L’Auberge Hotel in Sedona)에서는 숲 속 명상인 포레스트 배스(forest bath)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자연과의 교감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호텔들은 기존의 숙박 서비스를 넘어 자연 친화적인 여행 경험을 직접 구현하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단순한 풍경 감상을 넘어 고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몰입을 이끌어내는 이들 호텔의 행보가 향후 여행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마치며
아웃도어 테마 호텔 브랜드의 출현은 여행 경험 제공을 단순한 부가서비스 차원을 넘어 핵심 상품으로 포지셔닝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여진다. 자연 속 활동을 통해 고객들의 능동적인 참여와 몰입을 이끌어내며, 기존 여행사 상품과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호텔업계의 새로운 영역 확장이 소비자들의 여행 소비 패턴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계속 살펴보려고 한다.
한편으로는 국내에도 숲이나 국립공원 해설사, 생태 관련 전문가가 많은데 이러한 인적 자원을 관광업계에서는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관리 주체가 달라서일테지만, 어쨌든 개별 기업 차원에서라도 다양한 아웃도어 패키지 개발의 필요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