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인공지능(AI)은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18일 독일 관광청이 선보인 AI 여행 인플루언서 ‘엠마(emma)’는 이러한 트렌드의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이 혁신적인 시도는 관광청의 의도와는 달리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히치하이커닷컴은 이번 독일 관광청의 AI 인플루언서 도입 배경과 그로 인해 촉발된 논란, 그리고 이 사례가 창작자 경제와 관광 마케팅 전략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큰 반발을 일으킨, 독일 관광청의 AI 인플루언서
독일 관광청은 기술에 친숙한 젊은 세대를 겨냥해서, AI로 만든 여행 인플루언서 엠마를 선보였습니다. 금발의 세련된 외모를 한 엠마는 독일의 주요 관광지를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엠마의 인스타그램 데뷔는 예상치 못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비판의 핵심은 AI 인플루언서가 실제 창작자들의 자리를 위협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이용자들이 댓글을 통해 “실제 독일을 홍보할 수 있는 인간 창작자들이 많은데, 왜 가짜 인플루언서를 내세우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아닌, 창작자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여행 인플루언서들은 AI가 제공할 수 없는 가치를 강조했습니다. 여행의 본질은 세세한 디테일, 재미있는 일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그리고 무대 뒤 이야기(비하인드)에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AI 인플루언서는 관광청 카탈로그 이상의 내용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반발에 직면한 독일 관광청은 엠마가 실제 인플루언서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이 해명은 많은 이들의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고 진정한 의견을 낼 수 없는 누군가를 내세워 홍보하는 것보다 차라리 실제 여행업계 종사자를 직접 조명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500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는 점은 이 문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잘 보여줍니다.
이 사례는 관광 마케팅 전략에서 주의해야 할 중요한 교훈을 제공합니다. 첫째, 기술 혁신이 항상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특히 창작자 경제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둘째, 진정성과 실제 경험의 가치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여행은 본질적으로 인간적인 경험이며, 이를 AI로 완전히 대체하려는 시도는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어떤 콘텐츠가 가장 빠르게 AI에 대체될 것인가
한편으로는 이번 사례는 여행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어떤 유형의 콘텐츠가 AI에 의해 가장 쉽게 대체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특히 현재 한국에서 여행 콘텐츠로 전업 또는 부업을 만들어가는 모든 블로거와 인스타그래머에게 코 앞에 닥친 현실이라고 봅니다.
해외의 여행 크리에이터들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운영하기는 하지만 제가 아는 대다수의 유명 크리에이터들은 자체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자기 브랜드를 먼저 구축한 후, 이를 홍보하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운영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여행 크리에이터는 정반대입니다. 플랫폼(네이버, 인스타그램)의 검색 알고리즘을 분석해 검색 상위에 부합하는 콘텐츠만을 생산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크리에이터의 콘텐츠가 다 비슷합니다.
AI 여행 인플루언서는 표면적이고 시각적인 요소에 치중된 콘텐츠, 정형화된 정보 전달, 그리고 개인적 경험이나 감정이 결여된 콘텐츠는 거의 완전하게 대체할 수 있습니다. 즉 AI의 학습 데이터가 될 수 있는 아주 좋은 먹잇감만 매일매일 보태주는 ‘디지털 노동’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걸 빨리 인지해야, 지속가능한 크리에이터로 생존할 수 있습니다.
반면 독특한 개인의 시각이나 개성, 현장에서의 생생한 경험,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대처, 그리고 문화적 맥락을 고려한 깊이 있는 통찰은 AI가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따라서 창작자들은 이러한 차별화된 가치를 더욱 강화하고,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서 개인 브랜드를 강화하는 콘텐츠 제작에 주력해야 합니다.
마치며
독일 관광청의 AI 인플루언서 도입 사례는 기술 혁신과 인간적 가치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관광 산업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AI의 활용은 피할 수 없는 추세이지만, 그 과정에서 실제 창작자들의 역할과 가치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의 마케팅 전략은 기술의 혁신성과 인간적 요소의 진정성을 어떻게 조화롭게 결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더욱 풍부하고 의미 있는 여행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창작자 입장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여행 정보 콘텐츠는 이제 자동화된다는 현실을 인지하고, 창작자 고유의 영역을 빠르게 찾고 강화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