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항공사에서 판매하는 패키지 여행상품은 기존의 전통적인 여행사가 만드는 패키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일본 항공사 ANA(전일본공수)가 테마 투어상품으로 선보인 ‘비행기 무덤’ 투어 시리즈는 항공사만이 만들 수 있는 여행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히치하이커는 최근 ANA가 선보인 이색 항공 테마 투어에 대해 간단히 살펴봤습니다.
항공 마니아를 위한 테마 투어, 정비사가 기획해
ANA는 2025년 ‘비행기 무덤’ 시리즈의 두 번째 상품으로 ‘빅터빌 공항을 방문하는 로스앤젤레스 4일’ 투어를 선보입니다. 놀라운 점은 이 투어를 ANA 정비사 2명이 기획했다는 것인데요. ANA 그룹 사내 제안 제도에 의해 실현되었다고 합니다.
2025년 2월과 3월에 각각 2박 4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 투어의 핵심은 빅터빌 공항 방문입니다. 이 공항은 ‘비행기의 묘지’라는 별명이 있는데요. 퇴역한 다양한 기체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이 공항에서 참가자들은 전 세계에서 활약했던 수많은 퇴역 항공기를 가까이서 관람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과거 ANA에서 운용되었던 항공기들을 직접 볼 수 있어, 항공 마니아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투어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더욱 심도 있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HRD Aero Systems Inc.’라는 비상용 장비 수리 공장 방문이 그 예입니다.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산소 마스크, 구명조끼, 비상 슬라이드 등의 수리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항공 안전 장비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입니다. 또한, ‘MotoArt’라는 항공기 부품 가공 공방 방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참가자들은 항공기 부품으로 만든 특별한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쇼핑이 아닌, 항공기의 역사와 가치를 간직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입니다.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날 저녁에 열리는 디너 파티입니다. 이 자리에는 투어를 기획한 ANA 정비사들과 미국 ANA 상사의 직원들이 참석합니다. 참가자들은 이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퇴역 항공기에 관한 흥미로운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하네요.
투어의 가격은 이코노미 클래스 이용 시 1인당 69만 엔, 비즈니스 클래스 이용 시 115만 엔으로 책정되어 있습니다. 즉 미국행 비즈니스를 포함하면 1천만원 대의 럭셔리 여행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 투어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일반적인 여행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컨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ANA는 자사의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고객들에게 독특하고 가치 있는 경험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투어 전체 일정과 컨셉트는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마치며
이러한 상품 개발 트렌드는 여행업계에 중요한 의미를 던집니다. 첫째, 공급자들이 자신들의 전문성과 독점적 자원을 활용해 차별화된 여행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둘째, 이는 단순 서비스 제공을 넘어 고객에게 특별한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셋째, 이러한 접근은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공급자 주도의 여행 경험 설계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행자들은 더욱 다양하고 깊이 있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는 여행 산업의 혁신을 이끌며, 궁극적으로는 여행의 의미와 가치를 재정의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