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정신적 안녕과 자아 탐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광 산업에서도 ‘스피리츄얼 투어리즘(Spiritual Tourism)’이 부상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휴식이나 문화 체험을 넘어, 여행자의 내적 성장과 정신적 충만을 추구하는 새로운 목적의 관광을 의미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러한 트렌드가 최신 기술, 특히 인공지능(AI)과 결합하면서 더욱 개인화되고 접근성 높은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히치하이커닷컴은 태국이 최근 발표한 관광 캠페인을 중심으로 스피리츄얼 투어리즘과 이를 주제로 한 중국과 한국의 기술 서비스 현황을 살펴보고, 이 현상의 배경에 있는 MZ세대의 사회적, 정신적 요인을 살펴보고자 한다.
1. 태국 관광청이 발표한 스피리츄얼 투어리즘 이니셔티브
2024년 10월 7일 태국 관광청(TAT)은 Y세대와 Z세대(80~2000년생)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관광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Mu Thua Thai Pai Kub AI”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전통적인 점성술과 현대 기술을 결합한 관광 진흥 전략이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AI 기반 애플리케이션으로, 관광객에게 태국 전역의 영적, 문화적 명소에 대한 맞춤형 추천을 제공하는 앱의 출시를 예고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사용자의 생년월일과 별자리를 기반으로 여행 제안을 맞춤화한다. 추천 목적지는 자연 명소와 성스러운 사원부터 현지 음식점과 수공예품 시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는 단순한 관광지 추천을 넘어, 여행자 개개인의 영적 성향과 관심사를 고려한 맞춤형 여행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더불어 이 캠페인은 독특한 타로 카드 디자인 콘테스트를 포함하고 있다. 이 대회는 태국 예술 기관의 학생들이 참여하여 태국 문화를 창의적으로 선보이면서 동시에 지역 사회 발전을 지원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승 디자인은 애플리케이션에 통합되어 사용될 예정이다.
이 이니셔티브는 TAT의 더 큰 전략인 ‘영적 경제(spiritual economy)’ 촉진의 일환이다. 이는 태국의 풍부한 문화유산과 신념 체계를 독특한 판매 포인트로 활용하여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4년 말부터 시작될 시범 단계에서는 여행자들이 현대화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태국의 다양한 영적, 문화적 제안을 탐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해당 앱이 출시되면 다시 소개할 예정이다.
2. 중국과 한국의 스피리츄얼리티 앱 인기
태국이 관광 이니셔티브에 발빠르게 이러한 요소를 도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인바운드 시장인 중국과 한국에서 스피리츄얼리티를 추구하는 일상 트렌드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양국 모두에서 스마트폰 앱을 통한 운세, 타로, 심리 상담 서비스의 인기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세세(Cece)’라는 앱이 주목받고 있다. 이 앱은 사용자의 출생 시간과 장소를 바탕으로 중국 점성술이나 서양 점성학에 기반한 해석을 제공한다. 더 나아가 ‘마스터’라고 불리는 전문가들과 미국의 클럽하우스 앱과 유사한 구조의 채팅방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 앱은 중국 정부의 무속에 대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팬데믹 첫 해 동안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두 배로 증가하여 2021년에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경제적 어려움과 높은 실업률에 직면한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세세 앱은 저렴한 비용으로 심리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 앱 내에서 ‘마스터’라고 불리는 전문가들과의 상담은 몇 달러 정도의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어, 비싼 전문 심리 상담의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앱이 단순한 운세 확인을 넘어 자아 탐구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앱에서 제공하는 ‘인간 설계’ 차트나 타로 카드 해석을 통해 자신의 성격, 강점, 약점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이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완화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여겨진다. 더불어 세세 앱은 사회적 연결의 장으로도 기능한다. 채팅방에서 사용자들은 비슷한 고민을 가진 또래들과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는 개인주의화되는 현대 중국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느끼는 고립감을 해소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트렌드가 관찰된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점신’이라는 AI 기술을 접목한 운세 앱은 누적 다운로드 1200만 회를 기록했다. 네이버의 지식거래 플랫폼 ‘엑스퍼트’에서는 운세 상담 분야가 전체 매출의 74%를 차지했으며, 이 중 72%가 20·30대 사용자로부터 발생했다. 유튜브에서도 타로 관련 채널이 1100개를 넘어섰으며, 구독자 층 역시 20~30대가 두텁게 형성되어 있다.
3. MZ세대의 사회적 불안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
이러한 인기의 배경에는 MZ세대의 사회적, 정신적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과 높은 실업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 이들을 온라인 영적 서비스로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상기 매체가 인용한 알바천국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MZ세대 10명 중 9명이 ‘운세를 본 적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운세를 보는 이유로는 막연한 호기심(42.7%), 불안한 미래에 대한 위안(22.9%), 스트레스와 고민 해소(13.2%) 등이 꼽혔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MZ세대가 이러한 서비스를 단순한 점술이 아닌, 자아 탐구와 정신 건강 관리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의 정은우 센터장은 “MZ세대의 불안함이나 막연함이 사주나 타로 유행에도 고스란히 나타나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또한 “나이가 어려질수록 단순 재미라든지 나를 파악하기 위해서 점을 본다는 이유가 높은 순위로 나타났다”며 자아 정체성 확립에 대한 욕구가 이러한 현상의 배경이 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태국 관광청의 AI 기반 스피리츄얼 투어리즘 이니셔티브는 이러한 트렌드를 관광과 결합시킨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는 단순히 관광지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개인의 영적 성향과 관심사를 고려한 맞춤형 여행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MZ세대의 자아 탐구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마치며
스피리츄얼 투어리즘의 부상과 AI와의 결합은 현대 사회의 복합적인 요구를 반영하는 현상이다. 이는 단순한 관광 트렌드를 넘어, 현대인들의 정신적 안녕과 자아 실현에 대한 갈망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 현상은,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시대에 젊은 세대들이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트렌드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서비스가 가벼운 위로나 일시적인 불안 해소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모든 문제의 해결책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오히려 이를 자기 성찰의 도구로 활용하되, 궁극적으로는 주체적인 삶의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스피리츄얼 투어리즘과 AI의 결합은 관광 산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동시에, 개인의 정신적 성장과 자아 실현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이 트렌드가 어떻게 진화하고,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인용 기사 : 사주·타로카페에 열광하는 MZ세대…”불안한 미래에 위안” https://m.joseilbo.com/news/view.htm?newsid=476573#_enli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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