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스리랑카 중부 칸달라마 호숫가에 문을 연 ‘앰버 야알루(Amba Yaalu)’ 호텔은 스리랑카 최초로 100% 여성 직원으로만 운영되는 호텔입니다. 총 33개의 객실을 운영하는 이 부티크 호텔에는 약 75명의 여성이 근무하고 있으며, 프런트 데스크와 하우스키핑은 물론 보안, 유지보수, 주방까지 모든 직무를 여성이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여성 직원만 있는 호텔’이라는 점만으로는 이 호텔의 모든 가치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히치하이커닷컴은 스리랑카의 여행업계에서 여성 노동력의 가능성을 증명하려는 사회적 실험에 가까운 앰버 야알루 호텔의 탄생 배경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앰버 야알루 호텔 스리랑카 자세히 보기(클릭)

여성만으로 채운 호텔이 만들어지기까지
스리랑카 관광업은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 산업이며, 호텔 분야 종사자의 약 90%가 남성입니다. 앰버 야알루의 오너인 찬드라 위크라마싱게는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전원 여성 직원’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도입했습니다. 그는 대다수 사람들이 호텔에서 일하는 여성의 모습을 리셉션에 있는 단정한 직원이나 객실을 정리하는 모습으로만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며, 여성에게도 모든 직무에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호텔 운영진은 코로나19 팬데믹과 2022년의 경제 위기로 큰 타격을 입은 관광 산업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남성 위주의 고용 구조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했습니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앰버 야알루는 구직 기회에서 배제되기 쉬운 싱글맘, 중장년 여성, 군 출신 여성 등을 적극 고용하며 호텔 산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8세의 유지보수 직원인 한시카 라자팍사는 여성이 정비 업무를 하기 어렵다는 편견이 존재했지만, 훈련을 받은 후에는 문제없이 업무를 해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군 출신의 보안요원인 딜하니는 과거 전쟁터에서의 경험 덕분에 호텔의 보안 업무는 오히려 더 수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젊은 여성 셰프인 우페카 에카나야케는 이곳이 여성의 재능과 용기를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훌륭한 기회라며, 이 호텔이 여성들에게 단순한 일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전했습니다.
관광객들의 반응도 매우 긍정적이라고 하는데요. 한 캐나다 여행자는 여성들로만 구성된 환경 덕분에 더 큰 자신감을 가지고 질문에 답할 수 있었다며, 이곳에서의 경험이 성평등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스리랑카 관광업협회 회장인 나린 자야순데라도 이 호텔이 고객에게 매우 좋은 인상을 주고 있으며, 더 많은 여성의 관광업 진출을 독려할 수 있는 훌륭한 사례라고 밝혔습니다.
“여성 노동에 존엄을”… 앰버 야알루가 던지는 메시지
스리랑카는 1960년 세계 최초로 여성 총리를 배출한 국가이지만, 아직도 전통과 문화, 노동 시장의 구조는 여성의 사회 진출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여성 인권운동가인 니말카 페르난도는 섬유, 홍차, 해외 송금 등 국가 주요 산업을 떠받치는 것은 여성인데도, 여전히 여성은 착취 가능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이제는 여성 노동에 존엄을 부여해야 할 때라고 강조합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앰버 야알루 호텔은 단순한 숙박 시설을 넘어서는 일종의 사회적 실험입니다. 호텔 오너인 위크라마싱게 회장은 어린 시절, 여덟 자녀를 키우며 병원에서 일하던 어머니를 보며 여성의 힘을 깨달았다고 말하며, 이 호텔을 통해 세상에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앰버 야알루는 아직 첫걸음에 불과하지만, 이미 변화의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여성 직원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고 사회적 역할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며, 지역 사회는 물론 관광 산업 전반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경력 단절이라는 사회적 과제를 가진 한국에서도 눈여겨 봐야 할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