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 해외여행 시장이 이중의 외부 압력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중국 대형 플랫폼들이 자금력과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시장에 빠르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국내 유통 대기업들이 전통 여행사의 주요 판매 창구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내 OTA(온라인 여행사)와 기존 여행업체들은 자생적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중간 유통자로 전락할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히치하이커는 최근 국내 아웃바운드 여행시장을 둘러싼 두 가지 현상과 의미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막강한 자본력의 진격, 중국 OTA의 본격 상륙
중국 본사를 둔 글로벌 여행 플랫폼들이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급속히 키우고 있습니다. (출처: 더팩트, 2025년 6월 27일자) 대표적으로 트립닷컴은 2025년 1월 기준 신규 사용자 유입 수에서 야놀자, 아고다, 여기어때 등 국내외 주요 OTA들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습니다. 항공권 예약 부문에서도 국내 순위가 불과 1~2년 사이에 한 자릿수 중반에서 상위권으로 뛰어올랐습니다.
이 같은 성장은 대규모 마케팅 투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트립닷컴은 2023년 한 해에만 약 1조 3천억 원에 달하는 광고·홍보 예산을 책정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했으며, 이는 국내 OTA들의 연 매출액을 초과하는 엄청난 수준입니다. 대중 매체는 물론 디지털 광고를 총망라한 공격적인 홍보 전략이 사용자 유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국내외 주요 국제공항에 가보시면, 트립닷컴의 래핑 광고가 없는 공항을 찾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광고 물량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브랜드 이미지 역시 현지 소비자와의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꾸준히 조정되고 있습니다. 씨트립은 원래의 사명을 트립닷컴으로 교체하고, 국내 사용자 대상의 서비스 언어와 고객 응대 기능을 강화하는 등 ‘로컬라이징’ 전략을 병행하여 꾸준히 국내 시장에 침투해 오고 있습니다. 트립닷컴의 경우 아고다와 달리 객실가 검색 가격 표기도 세금을 포함한 최종 결제가로 좀더 투명하게 보여주고 있죠.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알리바바 그룹의 여행 계열 서비스 ‘플리기’도 한국어 예약 시스템과 함께 국내 시장에 본격적인 진입을 알렸습니다. 지금 알리익스프레스 앱을 열어보시면 ‘여행’이라는 탭을 확인하실 수 있죠.
e커머스 중심으로 재편되는 여행 유통 구조
내부적으로는 국내 온라인 여행 유통 구조의 변화가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습니다. 특히 2023년 일부 중소 커머스 플랫폼에서 발생한 결제 대금 미지급 사태 이후, 소비자와 여행사 모두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한 대형 유통 플랫폼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경제, 2025년 6월 18일자)
이 흐름 속에서 롯데온, 11번가, G마켓 등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이 여행상품의 유통을 적극 확대하고 있으며, 관련 매출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롯데온은 23년 여행 TF를 만들어 대응해온 결과 올 상반기 들어 여행 분야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기록했고, 11번가는 특정 기간 동안 관련 매출이 40% 이상 뛰어올랐습니다. G마켓 역시 테마 입장권과 패키지 상품 판매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여행사 측도 이러한 시장 흐름에 맞춰 유통망을 다각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형 여행사들은 외부 입점 외에도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정비하고, 프로모션과 라이브 방송 등 새로운 고객 접점 확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하나투어의 자사몰 이용자 수는 1년 사이 7% 이상 증가했으며, 회원 규모도 85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자사몰 활성화가 제대로 이루어진 여행사는 사실상 하나투어 외에는 찾아보기 힘든 것도 현실입니다. 본문 기사에서도 하나투어 외에는 여행사의 자사몰 성공 사례를 언급하지 않죠.
소비자 결제 방식에도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최근 항공권과 숙박, 투어 등 각 여행 구성 요소를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 나눠 구매하거나, 선결제가 아닌 후불 방식의 예약을 선호하는 이용자가 늘고 있습니다. 글로벌 플랫폼들이 제공하는 분할 결제(BNPL) 기능도 이와 맞물려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분할 결제는 세계적인 트렌드이기도 한데요, 분할 결제가 대중화된 이후 Z세대 여행율이 높아졌다는 기사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독립적 경쟁력 없이 흔들리는 아웃바운드 구조
이처럼 글로벌 플랫폼의 자본 공세와 유통 대기업의 유입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국내 OTA와 여행사들은 고유의 브랜드 파워를 갖추지 못한 채 유통 채널에 의존하는 구조로 수렴되고 있습니다. 국내 플랫폼은 해외 숙소 판매의 경우 가격 경쟁 외에는 차별화를 갖기 어려운 상황이며, 여행사들 역시 대기업 커머스에 입점하지 않으면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보하기 어려운 형국입니다. 이건 과거 홈쇼핑에 의존했던 것과 정확히 같은 구조로, 사실상 자체 유통망이었던 ‘대리점’ 위주의 오프라인 판매에서 벗어나지 못한 전통적 여행사들의 수익구조가 거의 끝났음을 보여줍니다.
결과적으로 아웃바운드 여행시장 내 주도권은 국내 업체에서 점차 이탈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여행산업이 콘텐츠나 상품 기획 역량보다 유통 구조에 종속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장기적으로는 플랫폼 종속과 브랜드 약화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신호입니다.
마치며
국내 여행산업이 직면한 위기는 단순한 경쟁 심화가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는 본질적 변화입니다. 글로벌 OTA는 막대한 자본과 시스템으로 사용자 선택을 이끌고 있고, 국내 유통 대기업은 신뢰와 운영 안정성을 무기로 시장 영향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 사이에서 국내 OTA와 여행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통에만 의존하는 모델을 넘어서, ‘여행 경험을 설계하고 브랜드로서 신뢰를 전달하는’ 역할로의 구조적 혁신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아웃바운드 시장의 주도권은 점차 한국 기업의 손을 벗어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기사 출처
- 《트립닷컴 필두 中 여행 플랫폼 ‘물량공세’…국내 OTA 촉각》, 더팩트, 2025년 6월 27일
- 《”돈 떼일라” 티메프 학습효과…여행 예약, 대기업으로 몰린다》, 한국경제, 2025년 6월 18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