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말, 일본 세븐일레븐의 다채로운 편의점 음식을 소개하는 틱톡 영상 하나가 바이럴을 타면서 전 세계적으로 예상치 못한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구글에서 ‘일본 편의점(7/11 Japan)’ 검색량이 무려 5000%나 급증한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실제 여행 수요로 이어졌고, 여행사들은 앞다투어 ‘편의점 투어’라는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비아터에서 판매 중인, 도쿄 편의점 로컬 투어 바로 가기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는 ‘슈퍼마켓 투어리즘’이라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히치하이커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전통적인 관광지보다 현지 슈퍼마켓과 편의점을 찾는 여행객들이 늘어나는 슈퍼마켓 투어리즘 현상을 자세히 분석했습니다.
나는 편의점과 마트로 여행 간다, 슈퍼마켓 투어리즘
슈퍼마켓 투어리즘이란 여행지에서 현지 슈퍼마켓이나 식료품점을 방문하여 그 나라의 일상문화를 체험하고 고유의 상품을 발견하는 새로운 형태의 관광입니다. 이 트렌드는 특히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에게 압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틱톡에서는 슈퍼마켓 여행 콘텐츠가 5천만 개 이상 게시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으며, 이들은 기존 세대보다 117% 더 높은 확률로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의 영향을 받아 구매 결정을 내리는 특성을 보입니다.
틱톡 사용자 @marissainchina가 “여행 중 가장 좋은 활동은 슈퍼마켓에 가는 것”이라며 올린 영상이 42만 뷰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caroluzitus의 “해외 슈퍼마켓을 문화적 경험으로 여기는 사람들과 여행하기”라는 영상은 300만 뷰를 돌파했고, 비슷한 시기에 올라온 다른 슈퍼마켓 관련 영상도 거의 200만 뷰에 달하며 바이럴을 타고 있습니다. 그리스, 태국, 아이슬란드, 터키의 슈퍼마켓을 소개하는 영상들이 연이어 화제가 되면서, 평범한 식료품점이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히치하이커 역시 지난 마카오 취재 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마카오 슈퍼마켓의 추천 아이템을 릴스로 소개한 바 있죠.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서 여행객들의 근본적인 니즈 변화를 반영합니다. PYMNTS Intelligence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의 43%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찾고 있으며, 이는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에서는 약 3분의 2까지 높아집니다. 여행객들은 미리 짜여진 관광 코스보다는 현지인의 진짜 삶을 엿볼 수 있는 장소를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슬란드의 감초 초콜릿이나 포르투갈의 아름다운 정어리 통조림, 페로 제도의 영국식 과자들은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살아있는 박물관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획일화된 여행에 대한 반발과 진정성 추구
슈퍼마켓 투어리즘의 인기 급상승 배경에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여행의 ‘획일화’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발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를 가든 비슷한 디자인의 카페에서 아보카도 토스트와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국제적 평준화 현상에 지친 여행객들이 진정한 로컬 경험을 갈망하게 된 것입니다.
여행사 더 버킷 리스트 컴퍼니(The Bucket List Company)의 키스 크록포드(Keith Crockford) CEO는 이 현상에 대해 별도의 블로그 포스트를 작성하며 “진정한 여행에 대한 욕구의 자연스러운 진화”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여행객들은 표면적이고 미리 포장된 경험에 환멸을 느끼며, 방문하는 곳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진정한 상호작용을 갈망하고 있다”며 “장보기라는 일상적인 행위보다 더 진정성 있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회사는 실제로 세계 각국 슈퍼마켓에서 구매할 만한 최고의 아이템들을 선별해 소개하고 있는데, 이탈리아의 비스코티와 바치 초콜릿부터 한국의 라면, 일본의 독특한 맛 킷캣까지 다양한 상품들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크록포드 CEO는 이러한 활동을 “여행 탐험의 민주화”라고 부르며, 모든 사람이 참여하고 자신의 발견을 공유할 수 있는 여행 경험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슈퍼마켓 투어리즘은 기존 관광의 여러 불편함을 해결해줍니다. 입장료도 없고, 미리 예약할 필요도 없으며,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라고 해봐야 맛없는 과자 한 봉지를 사는 정도입니다. 박물관의 시간대별 입장권을 온라인으로 예약하는 번거로움과 비교하면, 이는 분명 해방감을 주는 여행 방식입니다. 현지 슈퍼마켓에서 발견하는 독특한 식재료와 가공식품들은 그 자체로 값진 문화적 경험이 되고 있습니다.
마치며
이러한 변화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만들어낸 새로운 여행 문화의 단면입니다. 일본 편의점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보며 여행을 준비하고, 도쿄의 세븐일레븐에서 가능한 한 많은 지점을 방문하려는 계획을 세우는 여행객들의 모습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풍경입니다. “오사카 성에 갈 필요가 있을까? 편의점 쇼핑이 더 재밌지 않나?”라는 질문이 농담이 아닌 진지한 여행 선택이 되는 시대입니다.
슈퍼마켓 투어리즘의 부상은 단순한 여행 트렌드를 넘어서 현대인들의 문화 소비 패턴과 진정성에 대한 갈망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현상입니다. 틱톡에서 화제가 된 단 하나의 숏폼 영상이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여행 계획을 바꾸고 일본 편의점 검색량을 5000% 증가시키는 시대입니다. 이는 기존의 관광 명소 중심의 관광 캠페인이 얼마나 작동하기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